여행가방 갇혀 숨진 아이, 지난해부터 맞았다… 친부도 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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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04. 오후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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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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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치사’ 40대女, 계모 아닌 친부 동거녀

충남 천안에서 여행용가방에 7시간 이상 갇혔다 심정지가 와 결국 숨을 거둔 9살 남자아이가 지난해부터 수 개월 간 폭행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친부 역시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 아이를 여행가방에 가둬 구속된 40대 여성은 아이의 친부와 법적인 부부 관계가 아닌, 동거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거인의 9살 아들을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만든 40대 여성이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법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천안=뉴스1
4일 충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사망한 A(9)군은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몸에서 학대 정황을 발견한 의료진이 이틀 뒤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같은달 13일 A군의 집을 방문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경찰에 결과를 통보했고, 이후 경찰은 21일과 24일 두 차례 친부와 그의 동거녀를 불러 조사했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때렸다”면서 “많이 후회하고 있고, 훈육 방법을 바꾸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A군이 친부 등과 떨어져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A군은 폭행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에는 A군 친부의 동거녀 B(43)씨가 아이를 7시간 넘게 여행가방에 가두었다. 119가 현장에서 A군을 발견했을 땐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한다. A군은 사건 발생 사흘 째인 전날 숨졌다.

애초 B씨는 경찰에 “아이가 게임기를 고장낸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해 훈육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며 3시간가량 가방에 가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사 결과 A군이 갇힌 시간은 7시간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A군을 가로 50㎝·세로 70㎝ 크기 여행가방에 가뒀다가 A군이 소변을 보자 다시 가로 44㎝·세로 60㎝ 크기 가방에 가뒀다.

발견 당시 A군 몸에서는 멍 자국도 발견됐다고 한다. 해당 주택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B씨는 가방 속 A군을 두고 3시간가량 외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간 동안 A군은 음식물은 커녕 물도 마시지 못한 채 비좁은 가방 속에 갇혀 있어야 했다. A군이 사망함에 따라 경찰은 B씨에게 적용하는 혐의를 아동학대치사로 바꿀 방침이다.

경찰은 친부를 상대로도 그동안 이뤄진 폭행에 얼마나 가담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B씨가 A군을 여행가방에 가둔 날 친부는 일 때문에 집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씨는 앞서 알려진 대로 A군의 의붓어머니(계모)는 아닌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B씨와 A군 친부는 지난해 1월부터 동거했으며, 법률상 부부는 아니라고 한다.

이 사건으로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동학대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제목의 청원글 작성자는 “왜 이런 사건이 반복돼야 하느냐”며 “더 효과적인 제도는 없는지,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청원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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