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빼고 모두 잃은 19개월 아이…'유림이 사고' 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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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5.17. 오후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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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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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다른 대학병원서 '판박이 사고'
[앵커]

추적보도 훅입니다. 기준치 50배의 약물을 투약받고 숨진 '유림이 사고'와 판박이인 사고를 취재했습니다. 4년 전이고, 또 다른 대학병원입니다. 피해자는 당시 생후 19개월이었는데, 지금은 청각을 뺀 다른 감각을 모두 잃었습니다. 사건의 흐름도, 감독기관이 내린 조치도 유림이 때와 거의 같습니다.

최광일 피디입니다.

[기자]

지난 3월, 코로나19로 확진돼 제주대학교병원에 입원한 13개월 유림이.

의사는 숨 쉬기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에피네프린 5mg을 처방했습니다.

에피네프린은 심정지 위험이 있는 응급 환자에게 주사하는 위험 약물.

증기로 들이마시면, 기관지 확장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간호사는 실수로 아이의 혈관에 5mg을 주사했습니다.

혈관 주사의 적정량은 0.1mg인데, 50배 양의 약물을 주입한 겁니다.

유림이는 하루 만에 숨졌고, 병원은 의료사고를 숨겼습니다.

이후 병원은 간호사의 실수였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제주대병원은 평소 주사제를 허술하게 관리한 정황도 있습니다.

이곳만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취재 결과, 4년 전 똑같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임모 씨는 2018년 고열에 시달리는 19개월 아이를 한 대학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의사는 기침이 심한 아이에게 에피네프린 5mg을 처방했습니다.

[임모 씨/피해 아동 아빠 : 아이가 기침 증상이 있다고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렸고 주치의 선생님께서 그 기침 증상을 좀 도와주겠다.]

이후 과정은 유림이가 겪었던 것과 똑같습니다.

[임모 씨/피해 아동 아빠 : 간호사 선생님은 이제 그거를 이제 잘못 이해하셔서 그 에피네프린 5㎎을 흡입용으로 저희(아이)한테 주신 게 아니고 이거를 주사기에 담아 오신 상태에서 아이가 이제 수액줄에 이걸 정맥주사를 하셨고요.]

유림이 사건과 다른 건 즉각 의료사고를 알리고 응급 조치에 들어간 겁니다.

아이는 겨우 살았지만, 커다란 장애가 남았습니다.

[신모 씨/피해 아동 엄마 : 뇌 손상을 많이 입어서 아예 눈이 지금 보이지 않는 상태고요. 따로 자기 몸 이상이나 팔이나 이런 부분을 올리기가 어려운 사지마비 상태고 지금 음식도 섭취할 수가 없어서 위에다가 구멍을 내서 위로 가는 음식 섭취하고 있고.]

이제 여섯 살이 된 아이에게 남은 감각은 청각이 유일합니다.

[신모 씨/피해 아동 엄마 : 시각이나 이런 게 없다 보니까 아이가 가장 자극 많이 받는 게 청각이어서 항상 심심하지 않게 틀어놓고 있어요.]

당국이 내린 대책은 안내문 한 장뿐.

2018년 환자 안전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이 전국 병원에 보낸 주사제 관리 지침입니다.

호흡기용, 근육주사용, 혈관주사용 주사기를 각각 다른 모양과 색상으로 철저히 구분해서 사용하고, 약물 정보 스티커도 붙이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병원 평가에 반영이 되지 않고, 불시 점검도 없기 때문입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 구체적으로 안 해도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런 제재도 안 받아요. 들키면 그때 이제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되는 거. 그러면 또 주의 경보 발령이 또 발생하는 거죠.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거죠.]

유림이 사건이 터지자 평가원은 4년 전 안내문을 다시 뿌렸습니다.

반복되는 투약 사고에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겁니다.

[임모 씨/피해 아동 아빠 : 만약에 그때 제가 저희가 만약에 좀 더 적극적으로 이거를 공론화시키고 이런 예방 장치들이 마련되는데 저희가 좀 뭔가 조금이라도 기여를 했었으면 혹시라도 일이 좀 예방되거나 벌어지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정부의 현장 조사와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VJ : 김민재 / 인턴기자 : 강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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