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과거사 무한책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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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6.12. 오후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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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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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경영관에서 '한반도의 신시대와 동아시아의 공생'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배우한

“일본은 ‘중견국가’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12일 대표적 친한파 정치인으로 꼽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일본의 노골적인 군사대국화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한반도의 신시대와 동아시아의 공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앞서 2015년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일제 강점기 만행을 사죄한 바 있는 그는 이번 강연에서 일본내 ‘대일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식민시기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무한책임을 강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대일본주의라는 생각이 만주사변부터 태평양 전쟁이라는 굉장히 큰 실수로 이어졌다”고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버블 붕괴 후 저성장이 이어지며 최근 다시 군사력으로 일본을 강하게 만들겠다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빠지고 있다”며 “대화의 시대가 끝났다는 아베 총리의 생각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2차 북미회담에 대해서도 “합의를 못 이뤘으니 실패라고 하지만, 오히려 2차회담 만에 합의된다는 건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일본으로서는 어떻게 하면 이 대화를 지속해나갈 것인 것 보조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이 동아시아 공동체 구성에도 협력해야 한다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일본은 강한 힘을 유지하기 위해 오키나와에 수많은 미군기지를 두는 등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한국과 중국에는 고자세로 대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면 일본에서 미군의 존재 이유는 줄어들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일본의 평화를 지키려면 자위대를 강화하기보다는 주변국 사이 우호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호적 관계란 곧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를 위해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를 강조했다. 그는 “패전국은 전쟁으로 상처 받은 사람들이 ‘이제 됐다, 당신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할 때까지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한책임’이란 표현도 언급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2015년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 했다지만 그렇게 얘기하면 오히려 다시 꺼내고 싶어진다”며 “그 문제는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1991년 외무성 국장이 한ㆍ일 기본조약 협정을 통해 해결된 것은 한일 정부 간의 문제고 개인 청구권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이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연은 하토야마 전 총리의 저서 ‘탈대일본주의’ 한국 출간을 기념해 준비됐다. 강연을 끝낸 하토야먀 전 총리는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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