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버스업계 적자 7000억…시, 4560억 재정 보전
노선 10곳 중 9곳 손실, 중장기 감차계획 수립 필요
운수법 개정·업계 반발 등 불가피…“요금 인상해야”[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시내버스를 줄이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전체 노선의 90%가 적자일 정도로 운송수지가 악화돼 서울시가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메꾸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승객이 급감하자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시내버스 감차를 위해서는 버스업계 반발, 법령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요금인상과 같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다음달 ‘버스경영 및 재정운영 합리화’를 주제로 버스 운행대수 감축을 위한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용역 기간은 오는 12월까지다. 이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내년 구체적인 시내버스 감축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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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시내버스 업계를 지원한 금액은 4561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직전 해인 2019년 2915억원에 비해 약 60%나 급증했다. 2020년에도 60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했지만, 시는 1705억원의 재정을 보전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년 6600억원이 넘을 정도로 적자 규모가 커졌지만 2020년에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재정 여건상 지원을 충분히 못했다”며 “부족분은 버스업체가 버스 조합의 일종인 운송수입금 공동관리업체협의회를 통해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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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감사원도 서울시에 시내버스의 수송부담률과 일일 이용객수의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감차 계획을 수립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의 조사 결과 2019년 현재 437개 서울시내버스 노선 중 405개(92.7%)가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가 시내버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다. 관할관청이 버스 운행대수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상 운수업체가 운행대수를 자체 조절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사원을 통해 국토교통부에 요청하거나 의원 발의 형태로 법령 개정을 추진했는데 재산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당했다”며 “버스 감축 용역과 동시에 추가로 개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버스요금 인상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실제로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은 지난 2015년 현 수준(버스·지하철 각 1200원·1250원)으로 인상된 후 단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이에 시는 물가상승률, 수도권 대중교통요금 평성 등을 이유로 2020년 요금을 200원~300원 가량 인상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물거품이 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대중교통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서민 부담 우려가 높은데다 올해 대선·지방선거라는 빅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쉽사리 결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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