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가 김치 공장을 만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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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04. 오후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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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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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삼성전자-협동조합
김치업체와 손잡고 공장 스마트화 추진

올 초 도입된 양념 자동화 설비로
생산성 2배올라 중국산과 가격경쟁 가능해져

전형적인 3D산업이던 김치업계
스마트화로 '청년 구직도 늘어'
스마트공장 기술이 적용된 한 김치공장에서 직원들이 '양념 소 넣기' 기계에 배추를 넣고 있다. 안대규 기자

삼성전자와 중소기업계, 김치 생산업체들이 김치 공장 스마트화로 생산 비용을 크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은 물론 심지어 중국산 김치보다도 가격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마트화 과정에서 ‘양념 소 넣기’설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되면서 생산성도 2배로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이후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국산 김치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김치 대량 생산 30여년 역사상 첫 자동화

4일 업계에 따르면 풍미식품, 농가식품, 고향식품, 고원식품, 이루심 등 5곳 김치제조업체는 중기중앙회, 삼성전자, 인천김치절임류가공사업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 등과 손잡고 올해 초부터 ‘양념 소 넣기’라는 부분 자동화 설비를 설치하고 스마트 공장을 도입했다. 김치 제조 공정은 배추투입, 절임. 세척, 탈수, 양념혼합, 숙성, 포장 등 과정으로 이뤄지는 데, 가장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양념혼합’작업을 이 설비가 대신 해주게 된 것이다.

배추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원통형 이 설비 속으로 들어가면 사방 노즐에서 김치 양념이 분사되면서 배춧잎 사이로 구석구석 스며들게 된다. 또 이 설비가 마치 레미콘 설비처럼 계속 회전하기 때문에 양념이 배추 겉과 속에 골고루 버무려지게 된다. 열무김치, 배추김치, 포기김치, 맛김치 등 종류별로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이 설비 개발에 참여한 정영배 세계김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통 양념혼합 작업에 필요한 인력이 16명인 데, 이 설비로 3~4명 수준으로 줄게 됐다”며 “김치 상용화 30여년 역사상 첫 부분 자동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소가 3년여간 연구 끝에 개발한 이 장치는 작년 협동조합에 기술 이전됐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기중앙회가 5곳 업체를 선정해 이 장치 도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고, 삼성전자는 이 설비에 필요한 정보기술(IT)기술을 입혀 추가적인 스마트화가 가능하도록 도왔다.

업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김치 공정에서 가장 노동력이 투입되는 양념혼합 공정의 투입 인력과 소요 시간이 절반이상 줄면서 생산성이 2~3배 올라간데다 여유 인력을 보다 생산적인 분야에 투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치은 농가식품 사장은 “사람이 장시간 양념 혼합 노동에 투입되다보면 가끔 스트레스를 받아 배추 조직을 상하게 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이 설비를 사용하면 배추가 전혀 상하지 않고 유지돼 더 맛이 더 좋아졌다”며 “현재 이 설비 도입을 기다리는 업체만 40여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기술진 상주하며 컨설팅

스마트공장 기술이 적용된 한 김치공장에서 직원들이 '양념 소 넣기' 기계에서 나온 배추를 다듬고 있다. 안대규 기자


국내 3위 김치제조업체인 한성식품의 경우 이 설비 도입 없이 삼성전자의 코치만으로 생산성이 2배 올라간 사례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중기부와 매년 100억원씩 5년간 1000억원을 조성해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지원하고 있다.현재까지 지원한 중소기업만 2000여곳이 넘는다. 한성기업이 이물질 제거 개선, 생산성 및 물류 향상 등의 도움을 요청하자 삼성전자 기술 인력들이 현지에 상주하면서 해법을 제시했다. 삼성은 먼저 배추가 옮겨지는 컨베이어벨트 끝부분에 에어블로어(송풍기)를 달아 재료의 낙하와 이탈을 막고, 이물질이 자동으로 제거되도록 했다. 또 별도의 역회전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해 무 껍질이나 흙 등의 쓰레기가 곧바로 폐기장으로 배출되게 했다. 주재료인 무와 쓰레기인 껍질 등의 동선을 분리함으로써 이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포장과 물류 공정도 대폭 단순화시켜, 포장 공정에 있던 17명의 인원 중 15명이 생산라인에 투입되도록 했다. 한성식품의 품질은 70%상승되고 하루 생산량은 기존 80t에서 170t으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식품업계 중 유일하게 100%수작업으로 이뤄지던 김치제조 공장이 스마트화되자 생산성이 높아지고 생산량도 예측할 수 있게 돼 내수 공급과 수출에 유리해졌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사람 손에 너무 의존하다보니 근로자의 컨디션에 따라 공정 속도가 달라져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 김치업체 사장은 “과거엔 주문 물량이 몰리면 가족을 동원해 공장에 투입해야했지만 이제 그럴 염려가 사라졌다”고 했다. 일본 뿐만 아니라 프랑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급증하는 해외 수요에 대응도 가능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면역력에 좋은 발효식품으로서 김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 4월 김치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30%이상 급증했다. 스마트공장 도입에 따른 비용절감으로 제조 원가가 내려가 그동안 국내 식당을 점령했던 중국산 김치와 가격 경쟁도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김치공장의 변신에 젊은층의 구직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 중에서 유일하게 100%수작업으로 이뤄지다보니 노동강도가 높아 젊은 층이 기피하고 50~60대 연령층이 일하는 기업이었다”며 “김치 공장의 스마트화로 젊은층이 찾는 직장이 됐다”고 전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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