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투성이' 김정남 암살…北, 제3국인 고용 청부살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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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2.17. 오전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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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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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의자 범죄 수법, 北 공작원 ''프로'' 솜씨 아냐
- 女 용의자 2명, 남자 4명 사주받고 김정남 독살 정황
- 경찰 조사서 "남자 4명이 승객 상대로 장난치자 해서 가담"
- 北 국제비난 의식, 해외 용병 고용 암살사건 벌인듯
- 사건 초점 女 용의자로 몰아 실제 용의자 도주시간 벌어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어설픈 범행 수법, 살해 후 일반택시로 도주, 공항 폐쇄회로(CC)TV에 모습 노출, 용의자의 공항 범행현장 배회, 장난인줄 알고 가담했다는 진술 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은 여러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북한 정찰총국 소속 ‘프로 암살범’의 소행으로 보기엔 석연찮다는 것이다.

◇용의자, 범죄 현장 배회…“장난이었다” 황당 진술도

암살범들은 왜 범행 장소로 공항을 선택했을까. 보통의 암살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은밀히 이뤄진다. 그러나 공항은 어느 곳보다 CCTV가 많은 곳이다. 범행 모습이나 암살범의 얼굴 등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 한 명은 공항 CCTV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단발머리에 ‘LOL’이라고 적힌 흰색 긴소매 티셔츠와 짧은 하의를 입었다. 짙은 립스틱으로 화장을 하고 작은 크로스 백을 메고 있던 것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은 공항 CCTV 영상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적했다.

특히 암살범들은 범행 후 일반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용의자들이 탔던 택시의 운전기사를 체포해 조사했지만 그로부터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암살자가 김정남이라는 ‘거물’을 살해하고 일반 택시로 도주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13일 김정남을 살해한 용의자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도주하기 전의 모습이 공항 CCTV에 포착됐다. [사진=연합뉴스]
공항 CCTV에 포착된 여성의 행보도 의아하다. 이 용의자는 13일 오전 범행 이후 도주했다가 15일 오전 다시 범행 장소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청사를 찾았다. 사건 발생 이후 경계가 삼엄해진 범행 현장을 굳이 왔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까. 순순히 경찰에 잡힌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경찰에 체포된 이 여성은 1988년 베트남 출생 ‘도안 티 흐엉’(Doan Thi Huong)이라는 이름이 기재된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친구와 함께 말레이시아 여행을 갔다가 동행하고 있던 남성 4명이 자신들에게 승객들을 상대로 장난을 칠 것을 제안했다고 했다. 장난의 대상이 김정남인 줄 몰랐다는게 이 여성의 주장이다.

다음 날 체포된 나머지 한 명의 여성은 ‘시티 아이샤’(Siti Aishah)라는 이름에 생년월일이 1992년 2월 11일인 인도네시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이들 여권의 위조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北 해외 용병 고용 청부살해 가능성

친구 사이라는 두 여성의 국적이 다르고 범행 수법이 프로 암살범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범행을 저지른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북한에서 파견한 공작원이 아니라 청부살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현지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도주한 남성 4명이 북한으로 의심되는 ‘한 국가’에 고용돼 암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국어 매체 동방일보는 “검거된 여성이 남성 4명 중 베트남 국적과 북한계가 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외국 용병을 고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해외 용병을 고용해 암살사건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통해 실제 사건을 기획한 용의자들의 도주 시간을 벌고 수사 과정에 혼란을 주는 한편 국제사회의 비난도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도주한 남성 4명이 김정남 암살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재 이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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