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1억 투자→매주 천만원 입금"…'코인 사기' 늪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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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5.31. 오전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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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코인사기 늪에 빠진 5070](종합)]

30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Q리더코인'에 투자자 이모씨(59·여)를 만났다. 이씨는 지난해 6월 은행에서 7000만원 대출해 코인에 투자했다. 이씨는 수개월 째 원금회복을 하지 못하자 올해 2월 회사 대표와 고문 등을 고소했다. /사진=최동수 기자



[단독]"연간 수익률 1900%" 전국구 다단계 코인 사기단 덜미



[코인사기 늪에 빠진 5070]구속피한 일당, 수사받으며 같은 수법 코인사기 벌이기도
가상통화(코인)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수백억원을 가로챈 '전국구' 다단계 금융 사기꾼 일당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전문 다단계 사기꾼 일당인 이들은 '코인'의 이름만 바꿔가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경찰에 검거되지 않은 일당 중 일부는 전국을 돌며 사기를 벌이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 동부경찰서는 이달 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L업체 대표 김모씨(구속)와 고문 강모씨 등 2명을 기소의견 송치했다.

김씨 일당은 2017년 말부터 지난해 7월까지 "Q리더 코인에 투자하면 3개월 수익률 20%를 보장하고, 이자를 찾지 않고 재투자(속칭 되감기)하면 수익률 80~90%를 보장해준다"고 속여 약 550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예를 들어 1억원을 투자하면 이자로 3개월 동안 매주 1000만원씩 12번 지급해 1억 2000만원을 돌려주겠다는 식이다. 만약 받은 이자를 1년 동안 찾지 않고 재투자하면 1년 뒤 1억9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보다 더 높은 이자(연 1900%)로 현혹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자만 제주와 거제, 대구 등에서 수천명으로 전국에 수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등은 투자금 돌려막기로 이자를 지급하다가 투자금을 빼돌리기 직전인 2018년 7월 지급을 중단했다. 코인을 상장하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믿었던 투자자들은 결국 원금도 찾지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추가 범행도 드러났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올해 4월 중순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김씨를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김씨는 지난해 '다모아 파트너스'라는 회사를 설립한 후 '온열 찜질기' 다단계 사기를 벌여 115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Q리더 코인'이 '온열찜질기'로만 바뀌었을 뿐 사기 구조나 수법은 같았다.

경찰은 'Q리더 코인' 사기피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범행을 추가 확인했다. 김씨는 또 다단계 사기 범행 기간인 지난해 10월 한 코스닥 상장사를 장악하기 위해 사내이사로 등극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30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Q리더코인'에 투자자 이모씨(59·여)를 만났다. 사진은 이씨가 경찰에 제출한 회사 주요 모집책들의 녹취록이다. /사진=최동수 기자

김씨와 함께 제주에서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고문 강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른 조직과 손을 잡고 서울과 경기도, 대구, 구미 등 일대에서 또 다른 코인 사기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김씨처럼 이름만 바꾼 코인 사기다. 최근 피해자 수십명이 대구지방경찰청, 구미경찰서, 서울 영등포경찰서, 서울 마포경찰서 등에 고소장을 접수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는 고소장에서 "500만원 투자하면 주 5일간 하루에 8만원 가치의 R코인을 이자로 주고, 이자를 찾지 않고 되감기 투자(복리 투자)하면 1년 만에 1900% 수익인 총 1억원이 된다고 속여 투자금을 가로챘다"고 주장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전국 각지에서 피해자들의 고소장이 접수되고 있다"며 "투자자 고소장을 모아 병합해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인 다단계 사기꾼의 고백 "돈도 사람도 다 잃었다"



[코인사기 늪 빠진 5070]코인 투자설명회 강사가 말하는 코인 다단계 "실체 없는 사기"

#. 지난 2월 서울 대림역 주변 한 오피스텔. 가상통화(코인) 투자설명회에 주부와 은퇴한 직장인 등 50~70대 20여명이 몰렸다. 투자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은 "수백퍼센트(%) 수익률"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30분간 설명회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강사에게 몰렸다. 이들은 "잘 모르겠고 투자하면 되는 거지?", "내가 돈 줄 테니 투자 좀 해 줘"라며 스마트폰을 꺼냈다.
코인 투자 광풍이 몰아친 지 1년 6개월, 거품이 꺼진 시장에 코인을 이용한 유사수신 다단계 사기가 번지고 있다. 1년만에 수십~수백배 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말에 속아 넘어간 사람만 수만명. 주로 50~70대 주부, 은퇴한 직장인이 '묻지마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불법 다단계 투자설명회에서 강사를 지낸 김모씨(52)를 만났다. 김씨는 모피 유통·건물 철거·PC방 사업을 연이어 실패한 뒤 택시기사를 하던 중 친구 말에 속아 투자에 뛰어들었다.

김씨가 투자한 코인은 해외 마케팅 회사가 만들었다는 F코인으로 광고를 보면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코인을 지급한다는 말로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투자자를 관리하는 지역 센터장이었던 친구의 권유로 투자를 시작한 김씨는 결국 투자설명회 강사로 나섰다. 그러나 유사수신행위에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잇따르면서 경찰은 이 F코인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김씨는 "실체도 불분명하고 수익률도 터무니없이 높았는데 왜 투자했는지 모르겠다"며 "자녀 학비 1000만원을 잃었고 설명회 때 만난 사람의 얼굴을 볼 낯도 없다"고 한탄했다.

◇"통장 사본 보여주면 대부분 '혹'"=김씨가 투자설명회 때 가장 먼저 투자자에게 보여준 건 다름 아닌 센터장 등 상위 투자자의 통장사본이었다. 사기 코인에 관심을 보인 이들은 사업의 내용보다도 수익률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김씨는 "100만원 투자한 사람이 1년 되감기 투자'(복리투자)를 해서 매일 60만원씩 통장에 이자가 찍히고 있는 통장 사본을 보여주면 대부분 눈이 휘둥그레졌다"며 "'자녀 결혼도 시켜야 하고 학비도 필요하지 않냐'고 하면 투자자의 눈이 흔들렸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실제로 이자를 받아 수익을 내는 투자자는 없었다. 투자자를 속이기 위해 센터장 등 일부 상위투자자 통장에만 이자를 제대로 넣은 것이다. 김씨 자신도 통장 사본을 믿고 강의를 했지만 결국 투자 후 두 달까지만 이자가 찍혔고 이후부터는 감감무소식이었다.

통장사본을 보여주고 난 이후엔 인센티브 제도를 언급했다. 김씨는 "한달만에 투자자 20명을 모집한 투자자의 통장에 매달 40만원이 찍히는 사진을 보여주면 투자자는 다시 한 번 놀란다"며 "투자를 결심한 사람들이 가족, 지인들을 다 끌어들이는 것도 인센티브의 유혹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고수익을 올리는 센터장은 투자금을 가로채는 것"이라며 "통장 사본을 봤다고 속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단계 늪…문제 되면 다른 코인으로 2차 사기 유도"= 다단계 코인 사기에서 센터장급 이상 되는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사기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라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다단계 코인 사기에서 최상위에는 처음 '사기 코인'을 만든 설계자가 있고, 그 아래 지역 센터장이 있는데 센터장은 코인을 낮은 가격으로 대량으로 보유해 놓았다가 미끼를 문 투자자에게 동시다발로 판다. 김씨에게 투자를 권유한 친구(센터장)는 3~4개의 코인을 보유하며 투자를 권유했다.

김씨는 "대표가 구속되거나 투자자들이 사기인 걸 알고 원금을 내놓으라고 쫓아오면 자신도 피해자라며 새로운 코인으로 갈아타라고 권유한다"고 설명한다. 투자자 대부분은 50~70대로 코인 투자를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2차 피해를 낳는다고 말한다.

김씨는 "검찰에 송치된 Y페이, R캐피탈를 비롯해 수사선상에 오른 F사, T사 등을 뜯어보면 사기 수법은 동일하다"며 "새로운 코인 투자를 또 유도하면 절대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 날리고 땅 팔고... 증권맨·교수도 '사기코인'에 당했다


[코인사기 늪 빠진 5070]노후자금·자녀 결혼자금·학자금 몰려

/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1. 경기도 일산 한 목욕탕에서 세신사로 일하고 있는 신모씨(57·여)는 지난 2월 한 단골에게 M코인을 소개받았다. 500만원을 투자하면 2년 뒤 1500만원이 된다고 했다. 신씨는 대학생 딸의 기숙사비라도 벌자는 생각에 카드론으로 빌린 6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2주 뒤 이자가 끊기고 환전할 수 있는 거래소도 거래가 중지됐다.
#2. 제주에서 30년간 청소부로 일한 김모씨(67·여)는 지난해 5월 Q코인에 투자했다. 김씨는 도청 공무원 소개로 집을 담보삼아 1억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10개월이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석달에 이자 20%씩 보장해 준다는 말에 속았다. 김씨는 "이자도 못 갚아 평생 일해서 산 집도 경매에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 다단계 코인 사기 피해가 전국에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주로 활동한 다단계 코인 사기 업체가 전국에 센터를 세우고 투자자를 끌어모으면서 은퇴·노후자금을 잃어버린 피해자만 수만명이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불법 다단계 피해자 모임이 열렸다. 모임에 참석한 투자자 20여명은 '가상통화', '블록체인'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50~70대로 지난해 중순부터 최근까지 사기 코인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은 사람들이다.

피해 투자금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이다. 주로 노후자금이나 자녀 학비, 결혼자금을 위해 모아둔 돈이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노후 준비가 안 된 서민들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51)는 "태권도를 하는 아들 학비를 마련해 보려고 은행에서 대출 8000만원을 받아 투자했다"며 "사기를 당한 뒤 아들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는 데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경남 진주에서 올라온 자영업자 김모씨(60)는 매월 10%씩 이자를 주고 이자를 재투자하는 되감기 투자(복리투자)를 하면 수십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에 속았다.

김씨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3000만원을 빌려 투자했다"며 "결국 돈을 갚지 못해 최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을 급매로 팔아서 갚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 코인 사기 피해자가 고소를 진행하자 지난 24일 다단계 코인 사기업체 관계자가 보낸 협박 문자. 이 사기업체 관계자는 최근 특정경제가중처벌에관한법률위한(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진제공=피해자 A씨
피해자 가운덴 대학교수, 은퇴한 증권사 직원, 흔히 '고위험군 투자'에 익숙해 보이는 전문직도 있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사기를 의심했지만 대기업, 주요 금융사들과 제휴를 맺은 계약서를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두 위조된 계약서였다.

15년 동안 증권사에서 일한 김모씨(65)는 "증권사 동료 소개로 3000만원을 빚을 내 A코인에 투자했다"며 "동료가 소개해줬고 또 유명 카드회사와 코인 사용 제휴를 맺은 계약서를 보고 속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피해가 늘고 있지만 경찰 등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에 피해자들이 퍼져있기도 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투자자 고소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기 업체가 맞고소를 운운하며 압박하거나 늦게라도 원금을 되찾으리라는 기대를 심어준다는 게 관련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경찰에 사기 업체를 고소한 대학 교수 최모씨(52)는 "고소를 진행하려고 하면 지역 센터장 등 상위 투자자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을 한다"며 "법을 잘 모르는 투자자가 많아 센터장이 협박하면 고소를 주저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수사과장은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고소를 해주면 수사가 좀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만 막상 투자자를 불러 조사하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원금을 못 찾을까봐 수사를 막는 투자자도 있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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