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전세 NO, 월세로 할게요①]
"금리가 오르니까 월세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세입자가 많아요. 은행 대출 받으려면 여러가지 서류도 준비해야 하고 귀찮으니까, 작년 말부터 이런 분위기가 된것 같아요. 집주인도 옛날에는 세입자들이 월세 싫어하니까 월세 받고 싶으면 몇십만원씩 깎아주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문화는 없어졌죠."(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A 부동산 관계자)
전월세 시장에서 세입자가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세입자는 집주인에 주고나면 '끝'인 월세보다는 언젠가 보증금을 돌려 받는 전세를 선호해 왔다. 하지만 금리인상에 따라 전세대출 이자가 가파르게 뛰고, 월세가 대출 이자보다 싼 역전현상이 벌어지면서 임대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집값 하락기 시세차익을 포기하는 대신 임대료 수익을 원하는 집주인과 보증금을 일부 월세로 돌려 '깡통전세'에 디배하려는 세입자 이해관계도 맞아 떨어졌다.
집주인보다 세입자가 원하는 '월세시대'...은마 7억 전세, 대출 5억원 받으면 이자 월 167만원, 월세는 150만원
은마 아파트에서 전세금 1억원을 월세계약으로 전환시 월세는 30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만약 전용 76.79㎡에 전셋값 7억원짜리 전세계약을 보증금 2억원에 월세를 낀 반전세로 바꾼다면 월세는 150만원이다. 이 세입자가 보증금 5억원을 월세 전환하지 않고 연 4%의 전세대출을 받는다면 연간 2000만원, 월 167만원의 이자를 은행에 갚아야 한다. 은마 중계업소 관계자는 "은행 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낮은 데다 대출을 받는 절차도 까다롭다보니 세입자들이 그냥 월세로 전환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해 전세대출 금리는 1년새 2배 가량 치솟았다. 여기서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연 5%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입자 입장에선 집주인에 월세를 내는 것이 은행 이자를 갚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 된 셈이다. 더구나 가계부채관리에 따라 은행의 전세대출 문턱은 높아졌다. 전세대출 한도는 많아야 최대 5억원까지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지난 1월 기준 6억원을 돌파하면서 어차피 전세대출로 전세보증금을 모두 '커버' 하기도 어려워졌다.
집값 하락 가능성도 월세화 속도를 당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서울 강남3구에 거주하는 한 세입자는 "집주인 실거주 때문에 전세계약을 연장 못하고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사갈 집의 전셋값이 높은데 앞으로 집값이 떨어지면 깡통전세 가능성이 있어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중)은 54.6%로 아직 깡통전세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두달연속 전세가율이 올라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61.7%로 서울보다 높다. 임대차 계약은 2년 주기로 맺는데, 이 기간동안 집값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 전세가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
"금리 더 오르면 월세화 속도 더 빨리질듯, 단기현상 아니다" 진단
집주인 입장에서도 월세 선호 현상은 여전하다. 다주택 집주인이라면 크게 오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임대료 수입으로 벌충하려는 유인이 크다. 과거에는 세입자들이 전세를 선호하다보니, 월세로 전환하려면 임대료를 깎아주는 관행이 있었다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B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가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안나오는데다 전세대출을 안 받고 월세 선호현상이 벌어지니 대출 영업을 하는 사람들만 풀이 죽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로 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된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부동산R114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주택(아파트, 단독·다가구, 연립·다세대 등) 임대차 거래건수는 총 13만6184건이었고, 이중 신규거래가 9만8958건이었다. 신규 계약중 월세 비중은 48.5%(4만7973건)로 갱신 계약의 월세비중(21.9%)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최근에는 전세 위주였던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화가 빨라졌다는 게 특징이다.
이는 임대차 시장의 구조 변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윤상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집주인은 월세전환보다 전세금을 더 올리는 것을 선호하지만 현재는 전세가격도 많이 올라간 상태"라고 지적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전세시장은 전세대출 금리에 따라 전셋값이 크게 좌우되지만 월세는 세입자의 소득 능력에 따라 월세 수준이 정해진다"며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세입자의 소득 수준이 변함이 없다면 월세화는 가속화 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