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격상 놓고…정부 "아직 일러" vs 전문가 "너무 느려"

입력
기사원문
박유빈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27일 광주 광산구 한 중학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7일 이틀 연속 500명대를 기록하며 확산 위기감이 커졌다. 방역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추가로 격상하지 않으면 신규 확진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정부는 일단은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29일 거리두기 강화 조처 여부를 내놓을 전망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국적인 동일 조치로서 규제를 내릴지 말지에 대해 지자체와 전문가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격상 여부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손 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수도권과 각 권역의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할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정부와 각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조속한 시일 내 결정할 예정”이라면서도 “현재 1.5단계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는 권역들이 존재한다”며 전국 거리두기 수준을 일괄적으로 올리는데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지난 24일부터 거리두기 2단계, 호남권과 강원권 일부 지역에서는 1.5단계가 시행 중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569명에 달해 전날(583명)에 이어 500명을 넘겼고 최근 일주일(11월21∼27일)간 지역발생 확진자는 하루 평균 382.7명으로 전국 2.5단계 기준(400∼500명 이상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증가 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기도 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이 27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현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손 반장은 수도권 거리두기 수준을 2.5단계로 올려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2.5단계 격상 기준은 전국적으로 주간 평균 환자가 약 400∼500명일 때”라며 “아직 기준상으로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선제적 조치는 중요하지만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도 방역상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단계 격상에만 지나치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이 단계 격상을 고심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적 여파다. 단계가 격상될수록 일상은 물론, 생업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손 반장은 “단계 격상에 따른 국민의 공감을 함께 고려하지 않은 채 시급하게 단계를 계속 올려서 설사 3단계 조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이 반발해 따라주지 않는다면 격상의 의미와 효과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얼마나 빨리 통제하는지가 관건”

반면 방역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격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거리두기 단계 상향 결정이 너무 느리고 완만했다고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엄 교수는 앞선 거리두기 단계 완화를 언급하며 “선제적 대응을 하기에 부족한 단계 세분화가 이뤄졌고 실제로 확진환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중대본과 보건복지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 중인 27일 점심시간임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의 서울 명동 거리. 연합뉴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583명이 정점일지 아닐지 알 수 없다”며 “지금의 코로나19 유행은 이전과 달리 계절적으로도 바이러스 전파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역 대응 및 통제가 어렵다면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도 “(이번) 3차 유행이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 때보다 확산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생각했는데, 자칫 1차 유행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문제는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게 사회적 접촉을 줄이느냐에 달려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현재 방역당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검사 범위를 넓히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