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국가정보원이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 조사목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31일 또 나왔다.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사법부 판단은 이번이 세 번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이날 "피고가 원고에게 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중 3명의 생년 일부를 제외하고 취소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보유한 조사문건 목록에서 조사 대상자들의 생년월일을 제외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의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수년 간 국정원에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1969년 11월 최영언·이상우·김기동 중위를 조사해 작성한 문건들(신문조서 등)의 목록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 70여명 학살사건(퐁니·퐁넛 학살사건) 관련자로, 이미 언론 인터뷰에서 중앙정보부 조사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소송 원고로 참여한 민변의 임재성 변호사는 "부디 국정원이 판결을 수용하고 항소하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임 변호사는 판결 직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개청구한 정보는 '목록'에 불과하다. 목록이 공개돼야 그에 따른 개별정보를 특정해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변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 팀장인 김남주 변호사는 "2018년 시민평화법정 원고였던 학살 피해 당사자를 원고로 해서 올해 상반기 국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그 사건에서 공개받은 정보가 증거로 제출되길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미군이 학살 당일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진술조서 등이 있기 때문에 입증하는 데 충분히 많은 자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민간학살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의 평균 연령은 60대, 많게는 80대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고령의 피해자들은 이미 사망했고, 10대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들이 노년에 달했다. 임 변호사는 "이미 50년 전 일이라 10년 후에 공개를 하나 지금 하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하겠지만 살아 있는 피해자들이 고령"이라며 "정보공개법 취지는 적시에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노지민 기자
[네이버 메인에서 미디어오늘 구독하기]
[네이버 TV에서 미디어오늘 바로가기]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