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조 쏟아붓는다… OTT ‘호랑이해 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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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31. 오전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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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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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美 8社
내년 콘텐츠 투자 30~50% 늘려
한국서 직접 제작 작품 쏟아낼 예정


내년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이 무려 140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에 나선다. ‘코로나 특수’로 OTT 업계가 급성장했지만 내년부터 사용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예상되자 각사가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이다. 티빙·웨이브 등 국내 OTT 업체들도 해외 OTT의 거대 자금 공세에 맞서기 위해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리는 한편 예능이나 스포츠 중계 판권 확보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스케일이 달라진 OTT 쩐의 전쟁

최근 OTT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이 크다. 올해 아마존이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MGM을 사들이고, 미국 통신사 AT&T가 디스커버리 채널을 인수해 OTT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콘텐츠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시장분석업체 모펫네이던슨은 “OTT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프리미엄 콘텐츠에 끊임없이 큰돈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상위 8개 미디어 기업들이 내년에 OTT 사업에 투자하는 자금은 최소 1150억달러(약 136조5000억원)가 될 전망이다. 스포츠 중계권 확보 비용까지 포함하면 투자액은 1400억달러를 넘어선다.


전 세계 1위 업체인 넷플릭스는 내년 자체 콘텐츠 투자에만 170억달러(약 20조2000억원) 이상을 지출할 계획이다. 올해 투자액 대비 25%, 지난해 대비 57%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10분의 1 제작비를 들인 ‘오징어 게임’과 ‘지옥’이 세계 시장에서 흥행하자 내년에는 한국에서 자체 제작한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연초부터 ‘지금 우리 학교는’을 시작으로 ‘안나라수마나라’ ‘사냥개들’처럼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줄줄이 나온다.

넷플릭스의 대항마인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투자액보다 35~40% 늘어난 330억달러(약 39조1000억원)를 쏟아붓는다. 내년에 공개될 디즈니 프로그램으로 톰 행크스가 출연하는 실사영화 ‘피노키오’, 애니메이션 ‘카’ 속편,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인 ‘오비완 케노비’ 등이 있다. 여기에 스포츠 중계권에 대한 지출까지 포함하면 디즈니플러스의 투자액은 33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토종 업체들의 전략은 ‘오·예·스’

토종 OTT인 웨이브, 시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도 내년에 자체 제작 콘텐츠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자금력에서 글로벌 OTT 업체와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능한 국내 OTT 업체들은 생존 전략으로 ‘오·예·스’를 선택했다. 오리지널(독자) 콘텐츠를 강화하고, 예능·스포츠 판권에 집중하는 것이다.

티빙은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와 드라마 ‘술꾼 도시여자들’의 흥행 몰이로 올해 유료 가입자가 3.5배 늘어났다. 티빙 관계자는 “2023년까지 4000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필요할 경우 더 늘릴 수도 있다”고 했다. 티빙은 다음 달부터 국내 OTT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트콤, 음식 다큐멘터리, 다시 듣고 싶은 가수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해 선보이는 음악 예능도 선보인다.

쿠팡플레이는 자체 제작한 예능 ‘SNL코리아’가 인기를 끌면서 내년에는 여성 가입자를 겨냥한 드라마 ‘안나’를 포함해 자체 제작을 10편 넘게 늘릴 예정이다. 공중파 3사를 모두 볼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웠던 웨이브도 자체 제작을 늘리고 있다. 올해 2500억원에 이어 내년에는 3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국내 OTT 업체 간에 스포츠 콘텐츠 경쟁은 내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30 여성이 주 시청자층인 티빙은 남성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자체 제작한 스포츠 다큐를 공개할 예정이고, 올해 국가대표 축구팀의 월드컵 경기, 미국 프로풋볼리그인 NFL 독점 생중계권을 가져온 쿠팡플레이는 내년에 중계 종목을 늘릴 계획이다. 왓챠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2021년 활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내년 초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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