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 “다주택 양도세와 1주택 보유세부터 줄여야”

입력
수정2022.01.17. 오전 11:20
기사원문
정순우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차기정부에 바란다] [上] 종부세 등 개편 시급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뉴시스

국내 부동산 전문가 대다수는 오는 3월 대선 후 들어설 차기 정부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책 과제로 ‘세제 개편’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대폭 강화한 것이 오히려 시장 혼란만 부추겼고, 집값 안정에도 실패했다는 진단이다. 현 정부 들어 집을 사서(취득세) 거주하고(보유세), 처분하는(양도세) 세금이 모두 올랐지만,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6억708만원에서 12억4978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본지가 최근 국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동산 정책 과제’(3개씩 복수 응답)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24명)가 부동산 보유세·거래세 완화를 포함한 ‘세제 개편’을 꼽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1주택자의 보유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9명으로 적지 않았다. 대부분 “다주택자와 달리 1주택자는 늘어난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도 없어 실질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철원

◇부자 겨냥한 종부세, 보편稅로 변질

전문가들이 잘못된 세금 정책으로 꼽는 대표적인 것이 종합부동산세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는 “같은 자산에 대해 재산세와 종부세가 같이 부과되기 때문에 이중과세, 징벌적 과세라는 인식이 강하고 주택 형태나 지역에 따라 기준이 달라 합리적이라 보기도 어렵다”며 “관련 규정을 최대한 단순명료하게 바꾸고, 단기간에 세금이 급증하지 않거나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 부과되지 않도록 보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부세 적용 대상이 너무 넓어지면서 도입 취지가 퇴색했다는 의견도 있다. 2006년 종부세 첫 도입 당시 적용 대상이던 ‘공시가격 9억원’은 타워팰리스 등 강남권 고급주택에나 해당하던 금액이었다. 당시 타워팰리스 40평대의 공시가격이 10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작년 기준으로는 서울 유주택 가구의 약 25%가 종부세 대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당초 부유세 목적으로 도입했던 종부세가 지금은 유주택자 상당수에게 부과되는 보편적인 세금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 송파구의 30평대 아파트에 사는 대기업 직장인 장모(40)씨는 지난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총 610만원을 냈다. 처음 집을 샀던 2018년 장씨가 낸 보유세는 재산세 275만원이 전부였다. 3년 사이 세금이 배 넘게 늘어 한 달치 급여를 모두 털어 넣어야 할 수준이 된 것이다. 지난 3년 사이 집값이 올랐지만, 장씨의 살림살이는 오히려 팍팍해졌다. 그는 “투기 하려고 집을 산 것도 아니고, 아무런 시세 차익을 얻지 않았는데 세금만 무섭게 올랐다”고 말했다. 이제 서울의 웬만한 인기 지역 아파트에 사는 1주택자들 사이에서 한 달치 월급 정도는 보유세로 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1주택자 과세, 주거 양극화 부추겨

1주택자에 대한 무리한 보유세 정책이 부동산 시장 양극화와 계층 간 갈등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인 직장인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보유세가 늘면 결과적으로 진짜 부자만 서울 강남 같은 인기 지역의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돼 지역 간 계층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보유세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도한 재산세·종부세는 결국 매매가격에 전가되고, 앞으로 집을 사야 하는 20~30대 무주택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고,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종부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임대차 시장까지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주택 취득세도 너무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 규정상 9억원 넘는 집에는 3.3%의 취득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서울 평균 가격 수준의 아파트를 사면 4000만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최대 750만원 정도의 중개수수료는 별도다. 주택 취득 비용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면서 정부는 지난해 중개수수료를 일부 인하했지만, 취득세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