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폭등·보상금 갈등…신규택지 벌써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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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12.04. 오전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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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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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접2에선 주민·용역간 충돌 "주변땅 3.3㎡당 1천만원인데 우린 백만원도 못받아" 반발
구리 갈매 토지주 90% "수용반대" 성남 금토동은 매물 자취 감춰…"수년전부터 소문돌며 가격 급등
토지주와 갈등으로 수년 연기된 `MB 보금자리` 차질 재연 가능성


그린벨트해제지역 3곳 현장르포

진접2지구 수용반대대책위 임시사무실 담장에 걸려 있는 강제수용 반대 현수막.
문재인정부가 100만가구 주택 공급 계획이 담긴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한 가운데 벌써부터 수도권 신규 택지들에 대한 토지 보상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총 62만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그린벨트(GB·개발제한구역)를 대거 해제하기로 했지만 수년째 재산권 행사가 제한됐던 주민들 사이엔 지구지정 철회 요구 움직임이 감지됐다. 보상금이 대거 풀리면서 주변 땅값이 '들썩'일 것으로 보이지만 개발 정보가 곳곳에서 새어 나간 상황에서 실속 있는 투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매일경제가 지난 1일 찾아간 경기 남양주 진접2지구 일대에선 적잖은 충돌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곳은 이번에 발표된 수도권 택지지구 중 가장 면적(129만2000㎡)이 넓고 공급(1만2612가구)이 많은 곳이다. 대부분 공공택지 대상지는 비닐하우스촌인데 주민들이 걸어 놓은 '토지 수용 반대' 플래카드를 지자체 쪽 용역 직원들이 떼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

20여 년간 계분(닭똥거름)을 퍼다 판 돈으로 5년 전 GB 땅을 사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김찬응 씨(64)는 "평생 제대로 된 집에서 못 살아보고 비닐하우스에서 먹고 자며 농사만 지은 노인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집에서 사는 신진성 씨(76)는 "서울 상계동에서 살다가 수용돼서 여기 와서 터를 잡고 농사를 지은 지 30년 됐다"며 "헐값으로 수용되면 딴 곳에서 대토하고 농사 지을 땅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규 공공주택을 조성하겠다고 한 진접2지구는 중간에 창고 몇 곳이 보일 뿐 90% 이상이 비닐하우스 1000여 동으로 구성돼 있다.

제3 판교테크노밸리가 조성되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주변의 강제수용 반대 현수막.
주민들은 '수용 백지화'를 주장하지만 갈등의 핵심은 '보상가격'이다. 현재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이곳 농지는 3.3㎡당 공시지가가 50만원 선. 통상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용할 경우 공시지가의 150% 정도를 수용금으로 내준다. 지하철 4호선 연장선 공사로 철도교량이 생기면서 이미 강제수용된 주민들은 3.3㎡당 60만~70만원 정도의 수용금을 받았다고 한다.

남병목 진접2지구 수용반대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사업지구 내 전체 토지면적 중 86.5%는 농림지역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수십 년간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농사를 생업으로 살아왔다"며 "농업지구가 해제된 길 건너 양지리는 평당 1000만원까지 거래됐는데 여기는 수십~수백만 원에 수용해 다른 사람 보금자리를 지어주겠다니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다수 주민들은 개발 이후 정부가 주변 땅을 배분해주는 '환지 방식' 보상을 원하지만 개발 이후 토지는 개발 전 토지와 감정가격이 몇 배씩 차이 나 정부는 현금 보상 방식을 선호한다.

79만9000㎡ 규모 그린벨트에 7200가구 공급이 예정돼 있는 구리 갈매역세권도 분위기가 심상찮다. 지난달 주민공람을 끝내고 진행된 찬반투표에서 개발 반대가 470표로 찬성 68표보다 월등히 많았다. 갈매역세권 주변엔 토지주들이 임의로 만든 미인가 창고가 상당수다. 갈매역세권 내 H부동산 대표는 "갈매지구 그린벨트 내에서 창고업을 하면 3.3㎡당 월 3만원 정도 임대료가 나와서 불법이행금을 물고도 수지가 맞는다"며 "이미 개발 압력이 상당했고 이를 예상하고 투자한 사람들도 많아 강제수용한다고 하면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갈매역세권 사업지구 내 최근 시가는 농지가 3.3㎡당 400만~500만원, 주거용지(1종)가 600만~700만원, 도로변 대지가 1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이곳 농지 공시지가는 3.3㎡당 100만원 선으로 실제 시세와 차이가 상당하다.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에 지정됐던 보금자리지구 역시 이런 토지주들과의 갈등으로 주택 공급이 수년간 차질을 빚은 바 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지구, 강동구 고덕지구와 강일3·4지구 등에선 지구 지정 이후 토지주들이 지구 지정 철회를 요청하면서 보상과 입주가 수년간 늦춰졌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정부로선 값싼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GB를 해제하는 게 효율적이지만 과거처럼 주민들 재산권 희생을 강요하기 어려워 추진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뜩이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주변에 대거 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개발 호재로 땅값은 더 들썩일 전망이다. 경기도의 '제3판교 테크노밸리' 조성과 주거복지 로드맵 맞춤형 공동주택 공급이 맞물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금토동 일대 58만3581㎡ 규모 사업지구 주변 공인중개소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많은 열 명 넘는 투자자들이 방문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금토동이 개발될 것이란 소문이 2~3년 전부터 퍼지면서 이미 땅값이 급상승했고 최근에는 매물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귀띔했다. 금토동의 김양희 원주민부동산 대표는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지는 호가가 3.3㎡당 1200만~1500만원을 넘나들 정도로 폭등했다"며 "이제는 그마저도 매물을 거둬들여 씨가 말랐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공공택지 주변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는 늦었다는 얘기다.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개발제한구역 중 공공임대주택 용지로 수용될 곳은 지금 시세가 수용 가능한 최대 금액이기 때문에 추가 수익을 얻기 어렵다"며 "그 밖에는 구입 가능한 대지나 전답이 없거나 테크노밸리 용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투자 가치가 낮다"고 분석했다.

이곳 역시 수용 문제를 놓고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금토동 곳곳에는 '못 살겠다 금토동을 살려내라' '성남시는 금토동 주민의 생활권과 재산권을 보호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 지역 일대 시가가 1000만원을 훌쩍 넘어선 데 비해 LH가 책정할 금토동 일대 토지보상액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리·남양주 = 전범주 기자 / 성남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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