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집단면역’ 주도자 실패 첫 인정 “너무 많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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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04. 오전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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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

스웨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시도한 ‘집단면역’ 정책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이 “오히려 더 많은 사망자를 낳았다”고 시인했다. 정책이 실패했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발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스웨덴식 코로나 대응의 핵심인물이 실수를 인정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텡넬 청장이 최근 가진 라디오 인터뷰 발언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텡넬 청장은 “우리가 만약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그때는 스웨덴식 접근과 나머지 국가들의 접근법 사이에 있게 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가 다시 온다면 집단면역만을 고집하기는 어렵고, 세계가 취하고 있는 방역 움직임을 어느 정도 따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발언은 스웨덴 정부가 시행한 집단면역 정책이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집단면역 정책은 대다수 국가가 선택한 봉쇄조치 대신 제한적 거리두기만을 시행한 방식이다. 모든 국민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웨덴 내 상점은 늘 문을 열었고 체육관 같은 집단 시설도 계속 운영됐다. 50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모임만 금지할 뿐이었다.

AFP연합

그러나 이 정책은 나라 안팎에서 꾸준한 비판을 받아왔다. ‘전염병 베테랑’으로 불리는 아니카 린데 전 공공보건청장도 처음에는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가 이내 실패를 진단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태 초기에는 우리가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결국 인구 대부분이 감염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예상과 달리 항체 생성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을 보고 정책이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봉쇄조치를 따랐다면 수많은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국경을 재개방하려는 유럽국들 사이에서도 스웨덴은 ‘기피 대상 1순위’로 떠올랐다. 키프로스공화국은 오는 9일부터 상업 항공편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스웨덴에서 오는 직항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안 린데 스웨덴 외무장관이 “이런 차별은 원치 않는다”고 반발했으나 키프로스공화국은 “기초적 역학 지표에 대한 위험 평가를 따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봉쇄 조치로 겨우 감염률을 낮췄는데 아직 감염·사망률이 높은 스웨덴에 국경을 여는 건 재확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스웨덴은 덴마크와 핀란드 등 북유럽 이웃 국가들보다 사망률이 4~9배 높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구축한 데이터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지난달 13~20일 평균 인구 100만명당 일일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스웨덴이었다.

집단면역 정책 자체만 두고 봤을 때도 성과는 참담하다. 스웨덴 정부는 5월까지 수도 스톡홀롬 전체 인구 3분의 1이 항체를 보유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실제 항체 보유율은 7.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단면역은 사회 구성원 60% 이상이 항체를 갖췄을 때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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