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촛불'로 일어선 文정권, '우파版 촛불' 부메랑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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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03. 오후 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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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광화문 집회, '광화문~시청역, 숭례문~연세빌딩' 2개 구간 총 1.8㎞ 가득 메워

2016년 12월 3일 촛불집회 때는 '광화문~숭례문' 1개 구간 1.8㎞에 인파

광화문 집회 주최측 "320만명", 2016년 촛불집회 주최측 "170만명"

개천절인 3일 문재인 정권 심판과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광화문광장 등 서울 도심 일대에서 열렸다. 자유한국당은 광화문 일대에 "300만명이 모였다"고 했고, 숭례문 앞에서 집회를 연 우리공화당은 집회 참석 인원을 "20만명"이라고 추산했다. 현 정권에 반대하는 군중 320만명이 광화문 일대에 모였다는 게 주최 측 주장이다.

지난 2016년 10월 이후에도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는 국정농단을 규탄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당시 촛불집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던 2016년 12월 3일 집회에는170만명이 모였다고 주최 측은 주장했다. 주최 측 추산이어서 양측 모두 정확한 집계로 보기 어렵지만 이날 집회는 장소와 규모, 성격 등의 면에서 3년 전 촛불집회와 비슷한 부분이 적지 않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촛불’로 일어선 문재인 정권이 ‘우파판(版) 촛불집회’의 부메랑을 맞아 ‘조국이냐 민심이냐’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자유한국당과 우파단체가 주최한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가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렸다. 광화문에서 시청 일대까지 집회 참가자로 가득차 있다. /뉴시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광화문광장 촛불집회는 2016년 10월 29일부터 대선 전인 2017년 4월 29일까지 이어졌다. 이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촛불집회는 2016년 12월 3일에 있었던 6차 집회다.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당초 예정됐던 12월 2일에 처리되지 못하자, 시민들이 그 다음 날 광화문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 집회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은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당시 촛불집회를 주최했던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2016년 12월 3일 촛불집회에 232만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촛불집회는 전국적으로 열렸고,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참석 인원은 170만명으로 추산했다. 경찰은 당시 전국적으로 촛불집회에 43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고,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32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경찰 추산 32만명, 주최 측 추산 170만명이 모였던 2016년 12월 2일 촛불집회 때 시민들은 어디에 서 있었을까. 당시 시민들은 광화문 앞부터 서울시청을 거쳐 숭례문까지 1.8㎞ 구간의 도로 위를 가득 메웠다.

2016년 12월 3일 오후 제6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남강호 기자

3일 광화문 집회 참가자 규모도 비슷했다. 자유한국당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등 우파 단체가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주최한 집회 참가자들은 광장 북측에서 시작해서 세종대로 사거리 남측까지 가득 메웠다. 또 서울역 앞 연세재단 세브란스 빌딩부터 숭례문 앞까지도 시민들로 가득 찼다. 광화문에서 시청역 7번 출구까지 1.4㎞구간, 서울역 앞 연세재단 세브란스 빌딩부터 숭례문까지 400m 구간이었다. 2016년 12월 촛불 집회 때와 같은 면적의 도로 위에 시민들이 나와 문재인 정권 심판과 조국 장관 퇴진을 외친 것이다.

두 집회에 모두 나가봤다는 한 인사는 "서울시청 주변 인파 밀도는 2016년 12월 촛불집회 때가 좀 더 높았던 것 같다"며 "다만 이날 광화문 집회 때는 시청에서 을지로 방향으로 집회 참가자들이 꽤 있어 어느 쪽이 더 많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이 인사는 2016년 12월 촛불집회 주최 측 집회 참가자 추산치와 이날 광화문 집회 주최 측 추산치가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데 대해서는 "지난달 28일 서초동 검찰청 앞 '조국 수호 집회' 때 주최 측이 200만명으로 추산하는 바람에 집회 추산치가 전반적으로 실제보다 부풀려진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 박 전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 때와 비슷한 규모의 인파가 몰리면서 조 장관 퇴진 요구에 맞서고 있는 여권도 내부적으로 고민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은 스스로 박근혜 정부의 부조리에 분노한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라고 해왔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날 조 장관 일가의 부조리와 그런 그를 문 대통령이 임명한 데 분노한 시민들이 모인 광화문 집회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군중의 많고 적음이 본질이 아니다"라며 한국당이 주도한 정치 집회로 규정했다. 하지만 ‘우파판 촛불집회’에 비유될 정도로 이날 집회에 수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런 움직임이 이어질 경우 현 정권이 '민심이냐, 조국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덕호 기자 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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