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을 지켜라”… 中, 전염병보다 ‘리더 보호’에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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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30. 오후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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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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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中 공산당, 우한시에 최대한 무거운 책임 물어 시 주석 노출 최소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여파로 전 세계에 초비상이 걸렸지만 가장 불안한 건 역시 중국 당국이다.

일각에서는 소련을 붕괴로 이끈 원전 사고 때의 위기감과 비슷하다며 우한폐렴으로 중국이 ‘체르노빌 모먼트’를 맞았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사태 확산과 관련해 시진핑 국가 주석에게 책임이 전가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건국 70년을 맞이하며 우려했던 ‘블랙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 사태가 1년도 안돼 상상도 못한 형태로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전쟁 중에 미국 워싱턴이 아닌 중국 우한의 한 시장에서 이 같은 폭탄이 터질 줄 몰랐다는 것이다.

WP는 중국 공산당이 우한폐렴 사태로 인한 정치적 책임을 시 주석이 떠안지 않도록 “상당히 머리를 굴리고 있다(scrambling to delicately manage)”고 전했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톈진에서 입국한 관광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케리 브라운 전 주중 영국대사(런던 킹스칼리지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당이 고도의 관리능력과 조직적 시스템 역량을 보여줘야만 하는 ‘블랙스완’급 사안인데 정작 인민들은 점점 더 불안에 떨고 있다”고 밝혔다.

인민들의 두려움만큼 당 역시 불안감이 커 보인다. 사태 수습 관련해 시 주석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증거다.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인 빅터 쉬 교수(UC 샌디에이고)는 “시 주석이 질병 관리의 성공적 수습을 자신한다면 왜 그 모든 영광을 마다하고 스스로 나서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염병 리스크 관리보다 ‘시 주석의 중국’ 리스크 관리에 더 애쓰는 모습은 이렇게 곳곳에서 드러난다.

당이 택한 전략은 초기 대응에 미흡했던 우한시에 최대한 무거운 책임을 무는 형태로 시 주석의 존재를 가리려는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우한시에 화살이 집중되게 한 뒤 “시 주석의 노출은 최소화하는(carefully hedged)” 방식이다.

YTN 뉴스 관련 보도 캡처.
우한폐렴 사태 관련 시 주석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음력설을 맞아 TV에 나온 시 주석이 전염병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것이 전부인데, 이때조차 그 자신을 전염병 대응팀의 수장이라고 명명하지 않았다고 WP는 지적했다. 빅터 쉬 교수는 “중국 당국이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까지 우한폐렴이 번질 경우 닥쳐올 ‘정치적 재앙’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민심은 조금씩 요동치고 있다.

중국에서는 쓸 수 없는 트위터에 한 우한시 거주 여성이 우회 경로를 통해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면 공산당이 어떻게 번영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냐”고 비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려 최근 화제가 됐고, 다른 커뮤니티에도 이번 사태가 “체르노빌 때 여파와 비슷하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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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 모두 댓글 폭력의 공범이다』를 썼습니다. 특별기획취재팀, 서울시청, 경찰청 등을 거쳐 외교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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