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EB하나은행, 내년부터 수시채용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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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05. 오후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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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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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첫 정기공채 폐지키로
채용연계형 인턴십 병행 계획
"시대 급변…인력확보 유연해야"
현대차도 대기업 첫 공채 폐지
그때그때 뽑는 '낚시형 채용으로'
[ 정지은 기자 ]
KEB하나은행이 내년부터 신입사원을 연중 수시 채용 방식으로 뽑는다. 기존 정기 공채 제도는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채용 방식을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늦어도 내년부터는 새 채용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1991년 7월 공채 1기(당시 하나은행) 이후 29년 만의 변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월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대졸 공채를 폐지한 데 이어 은행권에서도 첫 사례가 나온 것이다. 공채 기수문화가 강한 은행권에서 정기 공채를 없애는 것은 파격적이다.

KEB하나은행이 검토 중인 채용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6~8주의 인턴 기간을 거쳐 우수 인력을 채용하는 ‘채용연계형 인턴십’과 디지털 등 전문 분야를 수시로 뽑는 ‘전문 분야 수시 채용’을 병행 시행할 계획이다. 정기 공채는 요즘처럼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인재를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만큼 유연하게 영입할 수 있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만큼"…수시채용, 대기업 이어 금융권까지 확산

언제 모집공고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채용방식은 직군마다, 채용 시점에 따라 다르다. 몇 년 안에 국내 기업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시 채용의 특징이다. 요즘 기업들 사이에선 대규모 인력을 매년 1~2회 정기적으로 뽑는 공채 방식이 수명을 다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기 공채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는 기업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공채는 이제 그만

정기 공채는 1957년 국내 기업에 처음 도입된 뒤 60여 년간 ‘정통 채용방식’으로 통했다. KEB하나은행이 이런 정기 공채의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게 인력 확보도 유연해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인사부서에서 연간 채용 규모를 일괄적으로 정해놓고, 우수 인력을 일단 대거 뽑아놓는 ‘그물형 채용’에 한계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각 부서의 특수성에 따라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뽑는 ‘낚시형 채용’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정기 공채는 대규모 인력을 한 번에 충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인력이 포화상태인 은행 상황엔 맞지 않는 특성이다. 나이, 학력 등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도 부담이다. 블라인드로 대규모 인력을 뽑으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게 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채용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역량을 갖춘 인재를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만큼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시 채용은 해당 기업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인력을 뽑는 데도 유리하다. 모집 공고가 수시로 나오는 데다 채용 시점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들여다봐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든 붙기만 해라’는 식의 허수 지원자도 최소화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뽑은 인재에 대해선 6~8주간 업무 기회를 부여하고, ‘KEB하나은행에 적합한 인재’라고 판단되면 최종 채용할 계획이다.

60년 묵은 채용방식, 이제 바뀌나

5년 전까지만 해도 정기 공채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로 통했다. 삼성그룹은 2014년 1월 ‘연중 수시로 인재를 발굴하겠다’며 신입 정기 공채 제도를 개편하려다 2주 만에 백지화했다. 새로운 채용방식 중 하나로 내놓은 대학총장 추천제가 대학 서열화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인재를 더욱 합리적으로 찾겠다던 개편 취지는 주목받지 못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탄식이 터져나왔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역량 있는 인재를 뽑으려면 정기 공채보다 수시 채용이 효과적인데도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는 이유로 기존 채용방식을 답습해야 한다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최근 들어서는 많은 대기업이 대규모 정기 공채 대신 수시 공채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지난 2월 10대 그룹 중 최초로 정기 공채를 폐지했다. 현대차 측은 “기존 정기 공채 방식으로는 미래 산업환경에 맞는 인재를 제때 확보하기 어렵다”고 폐지 이유를 밝혔다. 현대차는 요즘 연구개발(R&D), 전략지원, 소프트웨어 등 필요한 직무에 대한 수시 공채를 하고 있다.

현대차의 ‘파격’ 결정에 대한 반발은 크지 않았다. 60년 넘게 이어져온 정기 공채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 정기 공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57년이다. 당시 삼성물산공사가 영어, 한문, 상식 등의 필기시험과 면접 등으로 이어지는 공채를 시행했다. 1960~1970년대 대기업이 잇따라 나오면서 공채가 확산됐고, 1980년대를 기점으로 요즘처럼 매년 1~2회 대규모 인력을 뽑는 정기 공채가 자리잡았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규모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채용방식을 바꾸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수시 채용 확산 빨라진다

해외에선 이미 수시 채용이 확산돼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은 대부분 수시 채용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LG그룹도 LG화학, LG생활건강, LG상사 등 계열사마다 수시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선 내년을 기점으로 채용시장 전반에 변화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시 채용 비중이 늘고 인턴연계형 채용 역시 더욱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대기업 100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정기 공채를 활용하는 기업은 지난해 하반기 67.6%에서 올 상반기 59.5%로 감소했다. 반면 수시 채용을 하는 기업은 같은 기간 11.8%에서 21.6%로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직원 300명 이상,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50.8%가 올해 채용시장 트렌드로 수시 채용 비중 증가를 꼽았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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