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12억 전세 끼고 산 아파트…업계 "전형적 갭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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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28. 오후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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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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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사옥에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김부겸, 박주민 후보와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낙연 의원이 '갭투자' 논란에 휩싸였다. 총선 출마 전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수차례 부동산 투기 문제를 지적했던 그가 실제로는 금기시했던 갭투자를 몸소 실천한 것이다.

이 의원 측은 논란이 불거지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 기간이 끝나면 이사해 실거주할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 대상으로 삼는 전형적 갭투자라고 지적한다.


5월 부인과 공동명의로 매수…12억 전세 보증금 안고 매입


28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1대 국회 신규등록 의원 재산 내역에 따르면 이낙연 의원은 올해 5월 서울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아침 3단지' 전용면적 174.55㎡(60평형) 주상복합 아파트를 17억5000만원에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매수했다.

공동명의 지분은 이 의원이 11억7250만원, 배우자가 5억7750만원으로 약 7대3 비율이다.

매입가는 17억5000만원이나 실제 이 의원 부부가 해당 아파트를 사는데 투입한 금액은 5억5000만원이다. 현재 해당 아파트에 전세 실거주 중인 세입자의 임대보증금 12억원이 이 의원 부부의 채무(이 의원 8억원, 배우자 4억)로 잡혀있다. 전세낀 주택매수, 일명 갭투자다.

이 의원은 해당 주택을 사는데 별도 대출을 받지 않았다. 과거 보유했던 서초구 잠원동 동아 아파트를 11억4400만원에 매도하면서 현금 여유분이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예금 잔고가 종전 6억697만원에서 이번에 6억7079만원으로 증가한 것과 관련해서도 "아파트 매도 잔금"을 사유로 설명했다.

이 의원은 현재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2단지 전용 84.84㎡(34평형)에 9억원의 보증금 내고 전세로 거주 중이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 1세대 1주택으로 정부가 규제 대상으로 삼는 다주택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신규 주택 매입 방식이 정부가 투기로 간주하는 '갭투자' 방식이라는 게 논란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17 대책 발표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현금이 많은 사람들의 갭투자가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제공=뉴스1



김현미 "사는집 아니면 파시라" 권고와도 정면 배치…내로남불 지적 잇따라


김 장관은 당시 갭투자의 3가지 유형을 거론했는데, '1가구 1주택자가 자기 소유의 집에 살지 않고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것'을 가장 먼저 꼽았다. 이 의원 사례처럼 현금 여윳돈이 있어 별도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않아도 본인은 다른 집에 전세로 살면서 거주하지 않는 집을 매입하는 것을 일종의 투기로 해석한 것이다.

김 장관은 취임 후 여러 차례 "본인이 사는 집 아니라면 파시라"고 권고했는데, 이 의원의 결정은 이와도 맞지 않는 행보다.

이 의원 측은 향후 실거주 목적인 만큼 갭투자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세입자 전세 보증금을 채무 형태로 승계하고 나머지 금액을 부담하는 전형적인 '갭투자'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정부가 규제 타깃으로 삼는 갭투자와 동일한 거래 방식"이라며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도 본인이 선호하는 주택에 거주하려면 계약기간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갭투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최고위층부터 이런 논란에 휩싸여 향후 정책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도 들끓는다. 온라인 상에선 "남이 하면 나쁜 갭투자, 본인이 하면 착한 갭투자", "내로남불" 등 비판이 잇따른다.
서울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아침 단지 내부 전경. /사진=머니투데이DB



고점 매입 아냐…이 의원 매입 후 시세 오름세


한편 이 의원은 해당 아파트를 '고점'에 사진 않았다. 국토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경희궁의아침 3단지 전용면적 174.55㎡은 이 의원이 산 것으로 추정되는 14층 매물 1건만 거래됐다. 매입가격 17억5000만원은 직전 같은 평형 거래가(17억8000만원)보다 3000만원 낮다.

이 의원 매입 후에 시세는 오름세다. 올해 6월엔 같은 평형 7층 매물이 17억8500만원에 팔렸다. 현재 같은 평형 저층 매물도 18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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