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살때 허락 맡아라?"…자본주의에선 있을 수 없는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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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16. 오전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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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유엄식 기자] [주무부처 국토부 장관이 '난리날 것'이라던 주택거래허가제 꺼낸 청와대 ]

“치킨 값이 많이 올랐다. 일주일에 치킨 2마리 이상 사먹는 사람한테 치킨세를 매기고 치킨 구매 허가제를 실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청와대 참모진들이 연일 추가 부동산 대책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구체적으로 ‘주택거래허가제’가 언급되면서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농담이다.

재산권 침해 가능성으로 주택거래허가제의 실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잇따랐다는 점에서 주택거래허가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br><br>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강 수석을 출석시킨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사를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이 강 수석 출석에 반대입장을 밝힘에 따라 오전 회의가 오후로 연기됐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자본주의에선 없는 제도 ‘주택거래허가제’의 역사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한 ‘부동산매매허가제’말 그대로 주택을 사고팔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이른바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토지거래허가제를 주택 분야로 확장한 것으로 현재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다.

부동산과 관련해 공개념 제도가 처음 나온 것은 1989년 6월 노태우 정부 당시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과거 노태우 정부 때 ‘토지공개념 3법’으로 불리는 개발이익환수제,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를 도입해 개발이익환수제를 제외하고 모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았다“면서도”현 정부가 ‘공개념’에 대한 의지가 뚜렷한 만큼 다른 방법으로 이를 시행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참여정부가 2003년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하다 위헌소지 문제 등으로 반발이 심해 ‘주택거래신고제’라 바꾼 만큼 주택거래허가제가 도입되면 재산권 침해 등에 따른 저항 등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거래신고제는 2004년 3월부터 시행된 뒤 2015년 7월에 폐지됐다가 2018년 8월 다시 시행됐다. 거래대상자의 인적사항, 계약 체결일과 중도금 지급일 및 잔금 지급일, 자금조달계획 등을 적게 돼 있다. 지난해 12·16 대책으로 고가주택의 자금출처 전수조사를 강화하면서 주택거래신고제는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주택거래허가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반시장적 조치라고 지적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적당한 가치를 지불하면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인데 유독 부동산만 돈이 있어도 살 수 없게 만드는 게 주택거래허가제”라며 “참여정부 당시에도 반발이 심했던 만큼 시장 자율성 훼손에 대한 반발이 상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경.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시행하려면 법률 개정 필요…국회 문턱 넘어야 가능


청와대가 ’(정무수석) 개인 견해‘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정부가 도입하려고 해도 쉽지는 않다. 현행법에 근거 규정이 없는 만큼 새로 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하려면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국회 동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 반발이 예상되며 선거를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릴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우선 자금조달계획서 증빙서류 제출 의무화를 통해 ’주택매매허가제‘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9억 초과 주택 구입자에게 예금 잔액, 증여세 신고서 등 10가지가 넘는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이 방안은 이르면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TV매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2020년 신년 기자회견 생중계가 틀어져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재산권침해, 또 다른 풍선효과 예상


주택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사는 사람 뿐만 아니라 집을 파는 사람도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자금이 급히 필요해 집을 팔아야 하거나 학교, 직장 등의 이유로 이사를 가야하는 실수요자임에도 주택거래 허가가 안 나 집을 못 팔아 피해를 보는 사례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요 학군이 몰려있는 강남권 등의 경우 주택거래가 차단되면서 오히려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주택거래허가제 시행 전 집을 사기 위해 유동자금이 핵심지에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비핵심지까지 연쇄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12·16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이 전면금지되자 9억원 미만의 서울·수도권 아파트들이 오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시장에서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나 청와대가 주택거래허가제 시행의 어려움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 주택거래허가제를 통해 시장 압박성 메시지 강도를 높였다고 분석한다. 4·15 총선을 앞두고 나온 정치적 제스처라는 추정도 이어진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2·16 대책도 비상시국에서나 나올 수 있는 것이었는데 더 이상 추가 대책의 영향을 판단하는 것은 의미 없다”며 “대책을 내려면 수혜자와 피해자, 공급과 수요,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선옥 기자 oops@mt.co.kr,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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