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세계가 文 찾아" 靑자화자찬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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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26. 오후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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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세계서 청와대에 전화 빗발친다"
"사실상 문대통령이 G20 성사했다" 자랑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지원 요청을 받았다고 청와대가 밝힌 것을 계기로, 고위공무원과 정부, 친문(親文) 네티즌이 일제히 찬양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는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미국 요청을 받았지만, 친문진영에서는 유독 한국에만 요청이 밀려들고 있으며, 그것이 문 대통령의 성과라는 식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김성재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not자랑질 but 자긍심”이라며 게시물을 하나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터키, 스웨덴, 사우디 등 국가수반들과 통화했다는 제목의 뉴스 기사 7개를 이어붙인 사진도 첨부했다.

김 차관보는 “(기자 시절)독자 전화 2통 이상 오면 ‘전화쇄도’, 3통 이상 오면 ‘전화 폭주’(라고 말하곤 했다)”면서 “전세계에서 이렇게 전화가 오면…?”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KTV 국민방송도 같은 날 ‘청와대에 전화 빗발친 사연’이라는 제목을 전면에 걸고 “전 세계 수반들이 문 대통령을 찾는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모두 우한 코로나 국면에 문 대통령의 세계적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분위기는 24일 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의료장비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사실을 청와대가 공개하면서 본격화했다. 25일 좌파 성향 유튜버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전하며 ‘한국, 외교의 신으로 거듭나다’ ‘트럼프도 매달리는 문재인 대통령 리더십’ 등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확인 결과 미국이 한국에만 특별히 의료 장비를 요청한 것은 아니었다.

23일(현지 시각)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22일 유럽과 유라시아에 파견된 각국 대사관 관계자에게 일괄적으로 “의약품과 장비를 판매해 줄 국가를 물색해보라”는 내용의 지시를 내렸다. 지시가 담긴 이메일에는 “인공호흡 장비 등 수십만개 물품이 필요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를 한 이후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40여분간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과는 23분간 통화를 했다.

25일 청와대는 양국 대통령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의료 장비에 대한 미 식품의약청(FDA) 승인 조치를 약속했다’는 등 대화의 상세한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나 반면 백악관 보도자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의료 장비를 요청했다는 내용이 빠졌다. 사실 확인을 요청한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도 백악관은 응답하지 않았다고 CNBC 등 미 외신은 전했다.

25일 여러 국내 언론에는 “(G20 회담은) 사실상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된 회의”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 보도됐다.

이번에 열릴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은 사우디아라비아다. 더이코노믹타임스 등 외신은 25일 “사우디 살만 국왕이 지난주 G20 개최를 각국에 요청했으며, 날짜도 사우디에서 정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상당 부분 주도권을 쥐고 추진하는 것은 사실일지라도, 정부가 직접 나서서 오롯이 자국 치적처럼 홍보하는 게 타당하냐는 문제 제기가 있다.

오히려 한국은 일본과의 갈등 등으로 인해 인접 국가와 원활한 공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 밖에서는 지난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일찌감치 만나 화상 정상회담 했다. EU 정상들도 지난 10일 화상 회의를 진행했고, 인도,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등 8개 국가가 모인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도 지난 15일 화상회의를 통해 우한 코로나 국면의 국제 공조를 약속했다.

[원우식 기자 ssikssik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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