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아직까진 괜찮은데…" 주택공급∙분양가상한제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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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이 지나간 후에도 여전히 세찬 가을비가 내렸던 지난 10일과 11일. 가을 이사철을 앞둔 전세시장을 살펴보기 위해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단지 주변의 공인중개업소들을 찾았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강북 전세시장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과 상계동 일대 공인중개업체는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를 보기 드물었고 전화 문의도 뜸했다.

가을 이사철이면 전세 수요로 붐볐던 서울 전세시장이 올해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매매 수요가 전세로 쏠리면서 전셋값이 오를 것이란 예측이 있지만, 최근 새 아파트 공급이 워낙 많이 쏟아진 터라 전셋값이 출렁이진 않고 있다.

조선비즈가 10일과 11일 이틀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동구 고덕동, 성동구 하왕십리동, 성북구 길음동, 노원구 중계·상계동, 서대문구 현저동 등의 주요 아파트 단지를 돌아본 결과 대부분 지역의 전셋값은 연초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공급이 그동안 많았던 데다 서울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수요자들이 전세보다는 매매를 선호해 전세 수요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일대 아파트단지. /민영빈 인턴기자

◇서울 전세 대체로 안정

성북구 길음동 ‘길음동부센트레빌’ 전용 60㎡의 호가는 최근 3억3000만원, 전용 84㎡는 3억9000만원이다. 실거래가를 보면 지난달 전용 60㎡가 3억1000만~3억2000만원, 전용 84㎡가 3억5000만~3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연초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올해 2월 2353가구짜리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가 입주하면서 전세물량이 상대적으로 넉넉해서다. 길음동 하나부동산 황인향 대표는 "9월 말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효성해링턴플레이스’도 입주를 앞두고 있어, 지금 전세 물건이 나와도 계약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 ‘중계 무지개’와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등 대단지 아파트의 전세금도 연초와 큰 차이는 없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노원구의 경우 아직 서울 다른 지역과 비교해 집값이 높지 않아 전세보다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매매 수요가 많은 편"이라며 "추석 후에도 전세가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계동의 한 중개업체에서 최근 전세 동향을 취재하는 동안 전세 문의를 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노원 일대는 아직까지 서울에서 집값과 전세금 차이가 크지 않은 지역"이라며 갭 투자를 권하기도 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경우 물량 부족으로 전세금이 소폭 오르고 있다. ‘왕십리센트라스’의 전세 호가는 전용 57㎡이 6억7000만원, 전용 84㎡가 7억5000만원 정도다. 김동민 대성부동산 대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재계약이 많이 이뤄지면서 전세물량이 소진되자 최근 전세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일대 아파트 단지. /민영빈 인턴기자

강남권에서도 전세 불안감은 감지되지 않는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59.23㎡는 이달 4억9000만원에 임대계약이 이뤄졌고, 전용 84㎡는 주택유형과 층수에 따라 지난달 5억3000만~6억2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올해 1분기(1~3월)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초 전용 59.96㎡이 9억~9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세는 이달 11억3000만원에 임대차 거래가 이뤄졌다. 연초와 비교하면 2억원 정도 올랐지만, 전용 84.93㎡ 전세금은 같은 기간 12억~14억3000만원에서 13억1000만~14억5000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97㎡ 전세금도 연초 5억~6억5000만원이었는데, 이달 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상한제가 변수

전세시장은 추석 전후로 들썩이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2013년만 해도 9~10월 두 달간 서울아파트 전세금은 2.92% 올랐고, 2015년도에는 전세금이 두 달간 1.56% 상승했다. 이런 현상이 사라진 건 본격적으로 공급 효과가 나타난 2016년부터다. 이때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9~10월 서울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0.35~1.07%에 그친다.

최근 전세시장도 안정된 분위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0.02% 올라 전주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아 전세수요가 많은 강북의 경우 0.09% 떨어졌다.

추석 이후에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기가 전세시장 변수가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10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분양가가 낮아진 집을 분양받기 위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전세에 머물려고 해, 전세 수요 증가에 따라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가을 이사철 수요와 함께 기반시설과 교육여건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오르고 있다"며 "다만 주변 입주물량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는 국지적인 전셋값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 kinoeye@chosunbiz.com]

[민영빈 인턴기자 myb93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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