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변에는 쇼핑을 놓고 두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먼저 "쇼핑은 네이버 아니냐? 네이버쇼핑 들어가서 검색만 하면 '낮은 가격순'으로 주욱 나열해주잖아. 그럼 눌러서 구매하면 끝"이라는 사람들이 있고요. 또 다른 사람들은 "쇼핑은 쿠팡 아니냐? 쿠팡 로켓배송 써봤어? 저녁에 물건 딱 주문하면 새벽에 집 앞에 와 있다니까? 그게 얼마나 편리한데"라는 사람들이 있죠. '네이버는 검색' '쿠팡은 배송'이라는 각자의 장점이 확 드러나는 대목이죠. 이들은 각자의 장점을 강화하고, 또 부족한 점은 보완하면서 시장 석권에 대한 의지가 큽니다.
네이버, 왜 신세계와 손잡았을까
파워게임의 가장 우위에 있는 그룹은 네이버와 신세계입니다. 두 회사가 손잡는 핵심 이유는 목표가 같기 때문인데요. 바로 '쿠팡 견제'입니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1위 기업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고요. 신세계는 신선식품 배송 등 입지가 탄탄했으니, 쿠팡이 이 자리를 넘보질 않길 바라죠. 그래서 손을 잡은 겁니다.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은 지난 16일 전략적 제휴를 위한 협약식을 열고 2500억원 규모 지분을 교환했습니다. 이로써 네이버(이커머스), 신세계그룹(국내 할인점), CJ대한통운(물류) 삼각편대가 구축된 겁니다. 이미 네이버가 지난해 CJ와 지분 교환으로 물류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물류 에너지를 취한 바 있잖아요.
먼저 신세계 입장을 좀 봐야 합니다. 신세계는 SSG닷컴 출범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긴 했지만, 쿠팡이 성장하자 점유율이 미약한 수준에서 정체돼 있었습니다. SSG닷컴의 2020년 거래액은 3조9236억원이었는데요. 2020년 인터넷 쇼핑 전체 규모인 161조원 대비 점유율이 고작 2.4%에 불과했죠. 성장의 모멘텀을 찾아야 했고, 파트너로 네이버를 찜한 것이죠.
네이버와 신세계의 즉각적인 협력은 이마트가 네이버의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하는 것입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네이버의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한 것처럼요. 이마트가 네이버 플랫폼에 올라타면 네이버 고객들이 이마트의 신선식품을 쉽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네이버 이용 고객인 5400만명의 잠재 고객이 한 방에 생긴 거예요.
다음으로 네이버 입장을 살펴봐도, 신세계와의 협력은 득이 더 많다는 판단입니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의 빅딜을 통해 물류 역량을 확보했지만 사실 조금 부족한 면도 없지 않았거든요. 배송 역량은 크면 클수록 좋은 '다다익선'이니까요. 신세계라는 물류 영역의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죠.
신세계의 온라인몰 SSG닷컴에서 이뤄지는 하루 배송 건수는 약 13만건에 달하는데요. 이 중 김포와 용인 등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에서 맡는 물량은 8만건, 나머지 5만건은 전국 110여 개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 설치된 PP센터에서 처리됩니다. 네오가 전날 밤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배달하는 새벽배송을 전담하고, 이마트 점포는 당일에 배송하는 이원화 전략을 통해 전체 온라인 배송물량 중 약 40%를 소화하고 있는 것이죠. 올해도 이마트 점포를 리뉴얼하고, 배송센터 역할을 맡는 PP센터를 10여 곳 더 늘릴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하루 배송량은 총 14만건까지 1만건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루 14만건의 배송을 처리할 수 있는 신세계의 능력을 네이버가 최대한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쿠팡의 '로켓배송' DNA를 격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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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 실탄 물류에 '올인'하겠다는 쿠팡
인터뷰에서 주목할 것은 김 의장이 쿠팡이 IPO를 통해 조달한 5조원을 '새벽배송'과 같은 혁신에 계속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쿠팡은 이미 국내 30개 도시에 170개 이상 물류센터를 세웠는데요. 여기에 이번에 조달한 돈으로 쿠팡은 공공연하게 330만㎡(약 100만평)에 달하는 물류 용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에요. 현재 70% 수준인 '로켓배송' 권역을 이제 전국으로 확대하려는 거대한 계획이죠.
전국 7곳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는 게 시작인데요. 대구, 대전, 충북(음성·제천), 광주 등이 발표됐고요. 부산에도 물류센터 용지를 알아보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2010년 회사를 창립한 이후 10년간 투자했던 규모인 230만㎡보다 더 많은 물류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쿠팡이 '물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결국 쇼핑의 처음과 끝 모두 물류를 잡지 못하면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 의장이 자주 쓰는 표현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지?"인데요. 전국을 로켓배송 권역으로 만들고 지금보다 더 빠른 방식으로 배송이 이뤄지면 소비자들의 마음을 '록인(Lock-In)'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배달 직원 쿠팡맨의 살인적인 업무 강도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하겠죠.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쿠팡맨 이슈가 계속해서 불거지면 소비자들이 '로켓배송'을 이용할 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질 수 있죠.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물류를 잡아내고 전국을 로켓배송 권역으로 만들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느냐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을지도 모릅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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