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배우가 달라졌어요
연기, 노래를 소화하며 무대에 서던 배우들이 달라졌다. 무대 뒤편과 아래 혹은 스피커 속에 자리하던 악기들을 들고 무대 위에 나타난 것. 클래식 공연이나 음악 콘서트에서나 만나볼 수 있었던 연주를 뮤지컬과 연극에서 만나보자. 음악적 고민으로 가득한 이들의 코멘트는 덤!
editor 나혜인
뮤지컬 <포미니츠>
귀를 황홀케 하는 아름다운 선율과 귀를 의심케 하는 격정적인 선율, 두 가지를 모두 들을 수 있는 공연이 있다. “클래식 공연인가?” 싶겠지만, 클래식이 아닌 뮤지컬 <포미니츠>! 살인죄로 복역하고 있는 피아노 천재 ‘제니’ 역의 배우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역할인 만큼, 군더더기 없는 연주를 선보이기 위해 개막 6개월 전부터 레슨에 돌입했다고. 또한 숨은 주역들도 자리한다. 바로 피아니스트의 꿈을 가진 교도관 ‘뮈체’와 제니의 피아노 선생님인 크뤼거의 기억 속에 자리한 ‘한나’. 두 역할을 맡은 배우들도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넘버에 부드러운 선율을 더해 관객을 눈물짓게 한다.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거기에 피아노 연주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팔색조들을 보다 보면 ‘다재다능’이라는 단어의 존재 이유를 찾고 저도 모르게 속으로 “유레카!”를 외치게 될지도.
원래 피아노를 전혀 칠 줄 몰랐어요. 작년 12월부터 연습에 돌입해 공연에 필 요한 곡을 외워서 연주하는데, 평생 기억하고 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 곡이라 아직도 많이 부담되고 자연스럽게 연주하지 못하기도 해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뮈체는 재능이 없는 연주자라는 겁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뮈체 역 배우 정상윤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를 연주해와서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 연습에 들어갔는데, 다른 사람의 호흡을 쭈욱 이어받아 연주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고 부담스럽더라고요. 게다가 제 노래가 아닌 다른 배우의 노래를 반주한다는 것만큼 떨리는 시간이 없어요. 연습 도중에 미스 터치를 몇 번 했는데,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밤잠을 설치기도 했고요. 폐막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도 연주 전에는 늘 긴장을 한답니다.
- 한나 역 배우 박란주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에 스며들다.'를 줄여 ‘코며들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작품. 배우들의 인상 깊은 연기와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음악은 당연한 이야기이기에 차치하고. 명탐정 ‘코’난에 빙의해 관객들이 한둘씩 스며든 이유를 파헤쳐보니,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누비고 다니는 로빙 뮤지션들을 포착! 기타, 바이올린, 비올라와 같은 현악기에 아코디언과 클라리넷, 캐스터네츠 등 못 하는 게 없는 배우들이 관객들과 교감하며 잔치를 벌인다. 연주에 집중하랴, 동선 실수 없으랴, 관객의 흥을 돋우랴, 정신이 쏙 빠질 그들이지만 160분 동안 힘든 내색 없이 최고의 공연을 완성. 이러니 어떻게 스며들고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이모, 여기 코며든 사람 한 명 추가요!
가장 식은땀 났던 에피소드인데요. 바이올린 튜닝을 마치고 프리쇼를 하기 위해 올라갔는데, 딱 제 차례 직전에 몸에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다 악기에 충격이 가서 악기 튠이 엉망이 된 거예요! 설상가상 바이올린 브릿지까지 무너져서 결국 바이올린 한 줄만 연주하며 진행했어요. 프리쇼가 끝나고 나서 느낀 속상함은 두말할 것도 없었죠. 그야말로 ‘멘붕’이 왔던 순간이었어요.
-로빙 뮤지션 역 배우 이정은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
로빙 뮤지션에 앞서 우리에게 익숙한 ‘액터 뮤지션’이 있었으니. 직관적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액터 뮤지션이 등장하는 뮤지컬 <미드나잇 : 액터 뮤지션>은 노크 소리와 함께 등장한 불청객 ‘비지터’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리고 그런 비지터의 주위를 맴돌며 기타, 바이올린, 첼로, 드럼 등을 연주하는 플레이어들. 이들은 유쾌한 아이러니를 연주하다가도, 순식간에 음산한 분위기를 연주한다. 연주와 동시에 극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극적인 표정 연기, 노래까지 이루어져야 하니 연기를 연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공연 개막이 꽤 지난 지금도 공연 전에 부단히 연습하고 들어가요. 연기, 춤, 노래, 악기, 표정, 에너지 등 그 무엇하나 놓치지 않으려고요. 여러 사람의 악기 연주와 노래 합이 매일매일 맞는다는 건 기적이잖아요. 그날따라 한 사람의 기분이 가라 앉는다면, 다른 누군가는 신이 날 수도 있고... 그 중간을 유지하는 게 참 중요해요. 결국 연습만이 살길인 액터 뮤지션!
- 플레이어 역 배우 박선영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
“명작은 명작이다.” 라는 말을 내뱉게 만드는 서울시뮤지컬단의 <지붕위의 바이올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피들러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마을 사람들이 가진 정신과 유대인 전통 등을 상징하는 바이올린 연주자 피들러는 지붕 위, 술집, 나무 아래, 작은 마을에서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을 뽐낸다. 높은 곳에서 아슬아슬하게 연주하는 피들러가 두려움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연주를 자아내는 것은 경이에 가깝다. 연주 실력에 담력까지 갖춰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야말로 ‘극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관객들은 지붕 위의 피들러에 아찔함을 느낄 새도 없이 귀를 휘감는 바이올린 음악으로 황홀경을 먼저 맛보게 된다.
전작인 뮤지컬 <파가니니> 공연 당시 3층 난간에서 연주했기 때문에 높은 곳의 연주는 익숙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뿔싸 그런데 이게 웬일...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진짜로 높고 좁은 지붕 위에 올라가게 된 거예요! 아찔했던 첫 리허설을 마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사용하던 활을 제일 저렴한 여분의 카본 활로 교체한 것이었어요. 손에 땀이 너무 나서 벌어질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던 것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가장 높은 곳에서 즉흥 연주를 선보였던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에요. 어떤 바이올리니스트도 겪지 못할 스펙타클한 추억에 감사드리며, 다음에는 더욱더 환상적인 ‘고공 전문 연주자’로 거듭나겠다는 소박한(?) 포부를 가져봅니다.
- 피들러 역 배우 KoN(콘)
연극 <라틴아메리카 프로젝트 III>
“연극에 웬 연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극 <라틴아메리 카 프로젝트 III>는 남다르다. 연극 <라틴아메리카 콰르텟>을 각색한 스탠드 업 코미디 형식의 작품은 배우들이 노래, 연주, 심지어 랩까지 소화한다. 배우들의 장기를 마음껏 뽐내는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출연 배우들이 실제로 남미 여행을 다녀오며 겪었던 생생한 후기에 음악이 더해지니 뮤지컬보다 더 뮤지컬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특히 아프리카 전통악기인 젬베 연주가 울려 퍼질 때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되고, 초등학교 음악 수업 시간에 숨이 차도록 호스를 불었던 멜로디언이 선율로 느껴질 때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된다. 본격 여행 조장 연극이지만, 공연이 끝나고 젬베, 기타, 드럼,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뒤따라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 이참에 멜로디언도 배워볼까?
뮤지컬 <리틀잭>
늦은 밤, 영국 사우스 웨스트의 오래된 클럽 ‘마틴’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바로 이곳에서 처음으로 무대를 가졌던 밴드 ‘리틀 잭’의 컴백 무대! 마이크를 잡은 ‘리틀 잭’의 보컬 ‘잭 피셔’는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꺼내어 노래한다. 5주년을 맞아 돌아오는 뮤지컬 <리틀잭>은 애틋한 러브 스토리를 록과 클래식의 경계를 오가는 넘버로 풀어낸다. 4인조 라이브 밴드와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라이브 바에서 밴드 공연을 보고 있는 느낌이 절로 든다. 밴드에 속한 보컬이기에 잭 피셔 역을 맡은 배우 역시 기타를 잡게 되는데, 이들의 연주는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를 한층 더 깊게 만든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어요. 생전 처음 쳐보는 기타라 짧은 시간 안에 노래하며 기타 연주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 악기 연주하며 노래하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잘하지는 못하지만 즐기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 잭 피셔 역 배우 김준영
뮤지컬 <하데스타운>
2019년 제73회 토니 어워즈 최우수작품상,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최고 뮤지컬 앨범상 수상하며 브로드웨이를 뜨겁게 달군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한국 초연된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은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의 이야기와 지상과 지하를 오가며 세상에 4계절을 선사하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스신화 최고의 음유 시인인 오르페우스를 소재로 하는 만큼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기타 연주를 책임져야 한다고. 완벽한 연주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 쏠리는 이목! ‘흥의 민족’ 한국에서 흥이 넘치는 무대를 어떻게 책임질지 기대를 모은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천재적인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수많은 명곡을 써 내려 간 그도 비참한 혹평과 함께 우울증과 슬럼프를 겪던 시기가 있었다. 위태로운 순간, 그를 치료하기 위해 등장한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각색해 풀어낸다. 현존했던 음악가를 되살려낸 만큼 그의 음악을 편곡 한 넘버들로 가득하고,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 자리해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클래식 애호가와 뮤지컬 애호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작품인 셈! 특히 피아니스트로도 유명했던 라흐마니노프 역을 맡은 배우들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특별한 시간이 있을까.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쳤고 피아노와 함께 자랐지만, 제일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특히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건 정말 떨리는 일이지요. 그래서 공연 당시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극한의 상황을 준비하기 위해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연습한 기억도 나네요~ 그런데 첫 공연날에 손가락이 파들파들 떨려 속으로 웃었던 기억이...^^
- 라흐마니노프 역 배우 박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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