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반발은 극복 대상이지 연합훈련 폐지 핑계가 되면 안 돼
국제 제재 벗어나 독자 대북 정책 고집하면 비핵화 더 어려워져
한·미가 비핵화 협상과 북한 인권에 한목소리 내는 게 중요
바이든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는 민주주의와 동맹 회복을 통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기존 동맹국들의 힘을 모아 다시 세계 지도 국가가 되려 한다. 한국·일본·호주 등 민주 국가이자 동맹국과는 신뢰를 돈독히 하겠지만, 비민주국가·독재국가와는 적대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 중국·북한과의 신뢰 관계가 용이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내년 전작권 전환에 매달려선 안 돼
트럼프 정부와 연속성을 가진 부분도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안보 위협을 중국·러시아·이란·북한·테러리즘 순으로 규정하고 대처해 왔다. 인도·태평양 전략, 핵확산 차단 전략, 반테러 전략 등이 그것이다. 바이든도 이러한 안보 위협을 공유하며,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시대 한·미 안보 현안은 6가지다. 첫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큰 갈등 없이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바이든은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하며 동맹을 갈취할 일은 없다고 했다. 둘째, 주한미군 주둔 문제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다소 변화는 있겠지만, 대폭 감축이나 전면 철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중국 화웨이 5G 기술 사용,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의 비공식 안보회의체) 참여 등 동맹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셋째,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다. 핵심 쟁점은 전작권 전환에 따른 한국군의 연합 방위 주도 능력 확보 여부다. 미국 입장에서 전시 주한미군과 미국 본토 증원 전력(70만 명 병력과 항공모함·스텔스폭격기·핵잠수함 등)까지 한국군에 작전 지휘를 맡기려면 능력 검증이 필수다. 한국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면 한미연합사 해체까지 염두에 둘 수 있다.
넷째, 한·미 연합훈련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중단됐지만, 바이든 시대에는 더 강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동맹 복원을 선언하고, 비핵화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북한은 이에 대한 반발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 이러한 도발은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입장을 강화함으로써 북·미 대화를 어렵게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반발을 의식해 한·미 연합훈련을 주저하거나 거부한다면 한·미 관계에 긴장을 가져올 수 있다. 당장 올해 3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이 문제 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외교 노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북한 지도부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한·미 연합훈련은 동맹의 능력과 태세 유지의 근간이다. 북한 반발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 한·미 연합훈련 폐지의 핑계가 돼선 안 된다.
다섯째, 쿼드 참여 문제다. 바이든은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추진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주한미군 포함 문제도 거론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중 대결이 격화할수록 양자택일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원칙을 분명히 하고 전략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원칙은 국가 이익에 기반을 둔다. 국가 생존과 국민 안전에 직결된 생존·사활 이익은 양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고히 해야 한다. 반면, 국가 자산이나 자원과 관련된 중요 이익이나 주변 이익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동맹과의 신뢰 증진, 자강력 확보,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동맹으로서 책임도 맡아야
북한 비핵화는 미·북 문제이기 전에 우리 국민 안전에 직접적·치명적 위협이기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 된다. 북한 반발을 의식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서 벗어나 독자적 대북 정책을 고집할 경우 비핵화 문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한·미가 정확한 대북 인식과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비핵화 협상과 북한 인권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
바이든 시대 한반도 안보 문제는 안정적·긍정적 요인이 더 많아 보인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동맹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방기한 채 권한만 요구한다면 지금보다 악화할 수 있다. ‘무늬만 동맹’이라는 말이 더는 회자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국제사회에 공짜는 없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숭실대 일반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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