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대북제재>‘北석탄 한국반입 방조’ 의심… 美, 文정부에 사실상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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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北지원에 행동취할 것”

“모든 회원국 제재 이행해야”

국무부 VOA 통해 입장밝혀

불법의혹 배 6차례 韓 입항

조사·억류조치 한번도 없어

北원산항 일대 위성사진서

석탄 선적 추정 장면 포착


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석탄을 선적한 선박이 수십 차례 한국 항구에 입항한 것을 두고 사실상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한·미 간 대북 제재 공조체제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대북 제재가 느슨해지고 있는 틈을 타서 원산항에서 대규모로 석탄을 실어 해외에 판매해 달러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미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의 석탄을 선적한 선박의 한국 항구 입항에 대한 미국의소리(VOA)방송 논평 요청에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며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무부 관계자는 특정 국가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VOA가 국무부가 사실상 운영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놓고 볼 때 한국 정부를 향해 기존의 대북 제재를 유지하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의 대북 협상 국면과 한·미 동맹 관계를 고려해 언론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우회적으로 제재 유지의 필요성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대북 제재의 대오가 약화될 경우 미·북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힘이 실리는 요인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국 외교부는 “안보리 결의상에 불법행위와 관련된 선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억류할 수 있으며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즉각적인 조치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이번에 문제가 된 리치 글로리호를 지난 3월에 이미 불법 선박으로 공식 지목한 바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VOA는 18일에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의 불법 선박 지목 후에도 리치 글로리호는 6차례에 걸쳐 한국 항구에 입항했지만 조사·억류 등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며 “유엔 차원의 조사에서 명백한 위법행위가 적발됐음에도 정부의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대북 경제 제재 공조를 두고 국제 사회의 신뢰도가 추락할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북 제재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북한이 석탄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VOA가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을 통해 원산 일대를 촬영한 사진에 따르면 지난 16일과 18일 이틀간 석탄이 야적된 부두 옆에 약 90m 길이의 선박이 정박 중인 모습이 포착됐다. VOA는 “해당 선박은 총 두 개의 대형 적재 공간으로 이뤄져 있으며, 적재 공간 안에는 석탄으로 보이는 검은색 물질이 가득했다”며 “18일에는 노란색 크레인이 선박 중심으로 길게 뻗어 있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석탄과 관련된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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