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교 곳곳에 친일잔재…일왕 찬양 의혹 교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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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2.26. 오전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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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서울지부 조사…중앙고 등 7곳에 친일파 기념물

초중고 113곳, 친일인사가 교가 작사·작곡…"진실 가르쳐야"

지난해 3월 고려대 총학생회가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본관 앞 김성수 동상 철거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 학교 7곳에 일제강점기 친일인사의 기념물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초·중·고교 113곳의 교가 작사·작곡을 친일인사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학교 내 친일잔재 조사' 1차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인사를 기리는 기념물이 있는 서울 초·중·고교와 대학은 7곳이었다.

성북구 고려대와 종로구 중앙고등학교에는 두 학교를 인수·운영해 사실상 '설립자'로 불리는 인촌 김성수 동상과 기념관이 있다. 김성수는 중일전쟁 이후 매일신보 등에 일제의 징병·학병을 지지하는 글을 싣는 친일행위를 했고 이에 작년 건국훈장이 박탈됐다. 고려대 학생들은 꾸준히 김성수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강남구 휘문고에는 1910년 '한일합방조약'을 지지해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민영휘의 동상이 남아있다. 또 강북구 영훈초등학교와 영훈고에는 이 학교들 설립자이자 일제강점기 때 당진군수 등 고위관료를 지낸 김영훈 동상이 있다.

교사 작사·작곡에 친일인사가 참여한 학교는 초등학교 18곳과 중·고등학교 95곳 등 113곳이었다. 이 가운데 공립학교도 35%(40곳)나 됐다.

독립선언서 기틀을 잡았으나 후에 친일인사로 변절한 최남선은 경신중고와 중앙중고, 휘문중고 교가 작사에 참여했다.

'봄이 오면'과 '섬 집 아기' 등을 남긴 유명 작곡가 이흥렬과 '한국 가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성태, 김동진, 현제명 등은 초·중·고교 수십 곳의 교가를 작곡했다. 이들은 모두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113개교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동작구 성남중고는 교가 내용이 친일인사인 설립자 원윤수와 김석원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분석됐다. 가사 중 '이 강산에 원석 두님 나셔서 배움길 여시니 크신 공덕 가이 없네'라는 구절이 문제였다.

성남중고 교가는 특히 일왕을 찬양하는 내용이라는 의혹도 받는다. '먼동이 트이니 온누리가 환하도다'라는 구절이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욱일기)를 연상시키며 문맥상 일왕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성남중고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성남중·고교는 이승만 정권 때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시위도 벌이고 4·19혁명에도 참여하는 등 큰 업적을 남겼음에도 친일교가를 아직 없애지 못했다는 점이 친일잔재 청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학내 친일잔재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친일잔재 청산과 함께 이에 앞서 학생들에게 진실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교 내 친일잔재 조사결과 발표(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전교조 서울지부 학교 내 친일잔재 1차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mjkang@yna.co.kr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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