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3·3·3, 치매 위험 30%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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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16. 오전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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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치매 유전자 억제하는 건강습관'… 英대학, 19만명 8년 추적 조사


가족 중 치매에 걸린 사람이 있어도 "나도 치매에 걸리겠구나"라고 비관할 필요가 없다. 치매 유전자를 가진 사람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으면 발병 위험을 3분의 1 정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선천적으로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게 태어났어도, 후천적 노력에 따라 노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영국 엑시터대 의대의 데이비드 르웰린 박사 연구진은 14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유전적으로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라도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32%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치매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나 운동의 치매 억제 효과를 각각 분석한 연구 결과는 많았지만 유전자와 생활습관을 결합시켜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치매 유전자 있어도 운동·식습관으로 억제 가능

연구진은 영국 정부의 유전자은행인 바이오뱅크에서 60세 이상 백인 19만6383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진은 치매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되는 2만5000군데 유전자 돌연변이를 토대로 이들의 치매 유전자 위험도를 고위험군과 중위험군, 저위험군 3단계로 나눴다.


동시에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 생활습관도 흡연·운동·음주·식생활 네 가지를 기준으로 3단계로 구분했다. 상급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은 네 가지 중 세 가지 이상에서 건강 기준을 지킨다. 담배를 피우지 않으며, 일주일에 150분 이상 운동을 한다. 술은 여성의 경우 하루 맥주 한 잔(남성은 두 잔) 이하로 마신다. 식습관은 7개 항의 권유 사항 중 4개 항 이상을 지킨다. 권유 사항은 하루 채소와 과일을 세 번 이상 먹고, 어류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섭취하며, 현미처럼 겉껍질만 제거한 통곡물을 하루 세 번 이상 먹고, 나트륨·포화지방이 많은 가공육은 일주일에 한 번 이하로 섭취하는 것 등이다. 중급 생활 습관은 흡연·운동·음주·식생활 중 두 가지만 건강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다. 한 가지 기준 이하만 해당되면 하급 생활습관이다.

조사 결과 8년 동안 전체의 0.9%에 해당하는 1769명이 치매 판정을 받았다. 치매 유전자 고위험군 1000명당 12명이 발병한 반면 저위험군은 6명에 그쳤다. 연구진은 한 걸음 더 나가 치매 유전자와 생활습관의 복합 효과를 분석했다.

치매 발병 위험이 가장 낮은 사람은 치매 유전자가 저위험군이고 건강 생활습관이 상급인 경우였다. 1000명당 6명만 치매에 걸렸다. 반대로 치매 유전자가 고위험군이고 하급 건강 생활습관을 가지면 18명이 치매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치매 유전자 고위험군이라도 건강 생활습관이 상급이면 비율이 1000명당 11명으로 줄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노화연구소의 존 하가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조사 대상이 모두 60세 이상이었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한 사람은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었다"며 "이는 (건강한 생활로 치매를 막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이 연구가 백인만 조사했고 수면이나 공해 같은 환경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당뇨병 같은 질병 요인까지 추가해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운동의 치매 예방 메커니즘도 동물실험서 밝혀져

과학자들은 치매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란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인다는 점에 착안해 이 단백질을 차단하는 치료제를 개발했지만 임상시험에서 잇따라 실패했다. 지난 3월 미국의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베타 아밀로이드 차단 방식의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마지막 임상시험 단계에서 실패했다고 밝혔고, 이번 달에는 스위스 노바티스와 미국 암젠도 같은 방식의 치매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환경 요인에서 치매를 막을 길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운동이다. 지난 2월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운동을 하면 뇌에서 특정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인지기능을 호전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쥐에게 매일 수영을 시켰더니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뇌에 주입해도 기억 손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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