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폭락에 '3억원 대주주' 두고 여권 강온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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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27. 오후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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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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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이 23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기준을 3억원으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파면도 요구했다. [연합뉴스]
“동학 개미 살려라! 3억원 대주주 결사반대!”
지난 23일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친 말이다. 내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는 소득세법 시행령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투자자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국정감사에서 “시장 여러 요건을 감안해 가족합산을 개인별로 전환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 3억원은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홍 부총리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 인원은 27일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어섰다.

힘 얻는 ‘조정파’
민주당 내에서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의원들은 3억원 대주주 요건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과세의 합리성, 부동산에 쏠려 있는 시중 자금의 증권시장으로의 유입, 자본시장 활성화 및 선진화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위해서도 대주주 범위 확대는 반드시 유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관이다. 자본시장을 비롯한 금융 관련 정책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논의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무위 간사(왼쪽)와 고용진 민주당 기재위 간사가 지난해 11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3억원 대주주 요건은 현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기조에 반하는 독소조항”이라는 게 김 의원 생각이다. 앞서 지난 7월에도 기재부가 금융세제 개편안을 발표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주식시장을 떠받쳐 온 동력인 개인 투자자를 응원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하면서 주식 양도세 기준은 완화됐다.

기재위 간사를 맡은 고용진 민주당 의원도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023년 금융세제 개편안이 시행되면 과세 형평이 자연스레 이뤄지는데 굳이 시장 반발이 큰 2년짜리 시행령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강행파’ 논리는 부자 증세
앞서 대주주 요건은 2017년 당·정 논의로 바뀌었다. 양도세를 물리는 주식 보유액 기준을 당초 25억원에서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점진 조정해 과세 형평을 이룬다는 명분이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확대 효과도 누린다. 홍 부총리는 “대주주 3억원은 이미 2년 반 전에 시행령으로 개정된 상황”이라며 “많은 분이 이번 정부가 법령을 개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2년 반 전 국회 협의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등 종합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그는 3억원 대주주 요건 유지를 시사했다. [연합뉴스]

여권에서 “굳이 또 고칠 필요가 있냐”(민주당 관계자)는 회의적 시선이 많은 배경에는‘부자 증세’ 프레임이 자리하고 있다. “동학 개미라 불리는 사람 중 3억원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주변 월급쟁이, 또래 30대 초반 직장인 중 누가 한 종목에 3억원의 주식을 넣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발언이 이를 선명히 드러낸다. 기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대다수 여당 의원들은 주식 양도세를 종부세(종합부동산세)와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 서민이 내는 세금이 아니기 때문에 깎아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주식 투자자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는 "개인 '큰손'이 대주주 3억원 요건 때문에 주식을 내다 팔아 주가가 폭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한테 돌아가지 않나", "부동산값 폭등 저질렀던 바보 정치인·관료들이 이번엔 '동학개미'마저 울린다"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소형주가 포진한 코스닥이 최근 연일 하락세를 보이자 동학개미의 반발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시행 유예, 가족(특수관계인) 합산 분리, 그 외 다른 옵션을 모두 충분히 검토 중이다. 어떤 걸 선택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3억원 대주주를 강행해도 “주식투자자의 1.5%만 해당한다”(홍 부총리)며 시장 영향이 크지 않다고 내다본다. 국민의힘에서는 추경호 의원 등 16명이 대주주 요건을 기존 10억원으로 되돌리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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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입사해 사회부(경찰·법조), 경제부(금융·증권·정책), 국제부에서 일했습니다. 현재 국회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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