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노랑머리 청년이 건넨 10만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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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26. 오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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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시스

“폐지를 주우시는 할아버지 도와준 청년을 찾습니다.”

지난달 25일 ‘배재대 대신 전달해드립니다’ 페이스북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사람을 급하게 찾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작성자 A씨의 아버지는 이날 새벽 배재대학교 근처에서 폐지를 줍고 있었습니다. 당시 할아버지는 리어카를 끌며 힘겹게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었죠. 그 때 한 학생이 다가왔습니다. 얼굴이 앳돼 보이는 노란 머리 청년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는 할아버지를 대신해 집 앞까지 리어카를 끌고 갔습니다. 두 사람은 오르막길을 오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이고. 어린 손주가 있어 분윳값이라도 벌려고 나왔는데, 학생 고마워요.”

페이스북 캡처

이 말을 들은 학생은 자리에 멈춰섰습니다. 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꼬깃꼬깃한 5만원 두 장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맛있는 간식 드시라며, 그 돈을 건넸죠. 폐지 줍는 할아버지에게는 하루치 일당을 웃도는 돈이었습니다.

A씨는 아버지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는 “10만원 너무 고맙습니다. 학생의 신분으로 힘들게 용돈 받아가며 지내고 있을텐데 이렇게 도와주는 학생이 있어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글을 보면 꼭 연락주세요”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배재대학교 근처에 살고, 노란머리 청년이라는 사실. 단서는 딱 두개였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온라인 상에 빠르게 공유됐고 A씨는 수소문 끝에 이 청년을 찾게 됐습니다.

가운데 김태양군. 연합뉴스

주인공은 배재대학교 바이오의약학부 김태양(21)군이었습니다. 태양군은 새벽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께 드린 10만원은 그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이었죠. 하루종일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할아버지에게 선뜻 건넨겁니다.

A씨는 이 학생을 보고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태양군의 선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착한 학생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학생은 저를 만나고도 분유 세 통을 주고 갔습니다. 분유 세 통이라는게 금액이 보통 금액이 아닙니다. 고급 분유들은 한 통에 3만원정도 하는데, 도저히 저희로서는 살 수가 없는 분유를 주시고는 좋은거 먹이라고 하셨을 때 눈물이 나서 학생을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요즘 같은 날씨에 마스크를 쓰고 택배 상하차 일을 한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일 겁니다. 21살 청년이라고 달랐을 리 없겠지요. 태양군 역시 이 여름, 땀이 비오듯 흐르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걸 참아가며 일을 했을 겁니다. 그 노고를 생각해보면 태양군이 건넨 분유 3통과 2장의 5만원권, 정말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사진 속 태양군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군요. 하지만 반짝이는 노란 머리만큼이나 태양군의 얼굴도, 마음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걸 알 것 같습니다. 태양군, 우리 모두 참 고맙습니다.

페이스북 캡처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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