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은 '당신' 이야기입니다, 왜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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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적·과속·과로 막은 안전운임제가 끝나갑니다... 모두의 '안전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글쓴이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로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의왕ICD 제1터미널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이희훈

 
1. 당신은 매일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화물차 기사예요. 다른 기사가 그렇듯 당신도 개인사업자죠. 그렇게 일하는데도 수입이 박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요? 때려치우고 싶어도 화물차 할부금을 매달 내야 하는데...

2. 뻔한 솔루션밖에 없어요. 더 많은 물건을 싣고,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이 달리려고 하겠죠. 그럼 과적, 과속, 과로의 문제가 생겨요. 당신뿐만 아니라 도로 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위험이 될 거예요.

3. 화물차 기사의 수입이 적은 주요 이유는 화주(화물 주인)와 차주(화물차 기사)가 직접 계약하기 어렵고, 중간에 다른 운송사업자나 알선사업자가 끼어 있는데, 계약조건이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래요.

4. 2018년 기준으로 화주가 75만 원을 주면 차주에게는 45만 원이 떨어졌대요. 당신은 매일 8~10시간 운전하고 기름값 다 대고 생명의 리스크까지 안으면서 60%만 가져갔죠. 반면 알선한 업체는 일을 따와서 나눠주고 40%를 '통으로' 먹고요. 이쪽 업주는 꿀 빤 거죠.

5. 도로 위에서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문제니 이슈화가 됐죠. 3년 전 '안전운임제'가 도입된 이유예요. 매년 말 화주, 운송사업자, 차주 대표들과 공익 대표위원이 모여 다음 해 운행거리 별 최소 화물 운임료를 정했대요. 국민의힘 반대로 3년 한시적으로 운영해보기로 했어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의왕ICD 제1터미널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이희훈

 
6. 숫자가 공개되고 모여서 협의하니 중간에서 빼가는 게 약 12% 수준으로 떨어졌대요. 차주 업무 시간도 줄고, 교통사고 발생률도 줄고요. 미국 연구에 따르면 운임이 1% 높아지면 교통사고 발생률이 3.6% 떨어진대요. 경찰이 단속하는 것보다 2배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7. 그런데 안전운임제 운영이 올해로 끝나요. 여러 논란이 있기 때문이죠. 시멘트와 컨테이너 차량에만 적용되니 형평성 문제도 있을 거고,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결정할 일을 국가가 나서는 조정하는 게 맞냐는 비판도 있으니까요. 그런 이유 등으로 다른 나라에서 이런 법이 (아직) 없고요.

8. 하지만 화주와 차주로 이어지는 화물 운송 생태계는 여전히 불투명한 곳이에요. 차주는 화주와 직접 교섭할 수 없고, 개인사업자로 일감을 따는 방식으로 일하는 상황에서 안전운임제가 폐지된다면 2018년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죠.

9. 그래서 화물연대가 파업을 하는 거예요. 완벽한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해답을 찾아야 할 문제니까요. 그냥 덮어두는 건 옳지 않죠. 6개월 후에 없어지는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입을 다물고 있어요. 게다가 국회 교통법안소위 위원장이 국민의힘이어서 안전운임제의 유효기간을 없애자는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2021년 1월 4일 발의)이 멈춰 있는 상황. 화물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밖에요.

10. 고속도로가 위험해질 수 있는 문제니 우리도 관심을 가졌으면 해요. 직접 상관 없더라도 왜 파업하는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 이유가 합당하다면 응원해주는 게 맞을 것 같고요. 언젠가 우리 또는 주변의 소중한 이가 차주들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으니까요. 세상에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게 많고, 개인은 힘이 약하잖아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의왕ICD 제1터미널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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