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실로 바뀐 임산부 심리상담실… 산후우울증 늘고 있는데 정부·지자체는 ‘수수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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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0.08. 오후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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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6회 맞는 ‘임산부의 날’
있던 임산부 심리지원 서비스도 사라져

입덧으로 인해 우울하다. 아기가 이유식을 못 먹으면 자책하게 된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


300만명이 넘는 회원수를 가진 임산부 카페 ‘맘스홀릭’에는 하루에도 10건 넘게 우울증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6일 하루에만 임신 우울증 혹은 산후 우울증을 토로하는 글이 17개나 올라왔는데 이 가운데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한다는 내용의 글만 3개였다.

정부가 나서서 임산부를 배려하고 보호하겠다며 10월 10일을 ‘임산부의 날’로 지정한 지 16년이 됐지만, 여전히 임산부를 위한 심리 지원 서비스는 제자리걸음이다.

7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정부가 제공하는 임산부 심리 지원 서비스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우울증 검사’가 전부다. 현행 모자보건법(제10조의5항)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임산부에게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전·산후우울증 검사와 관련한 지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원 범위가 검사 단계에 그쳐 치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7일 강남구 보건소에서 임산부 우울증 검사를 진행하던 심리상담실을 ‘코로나19 검사결과 입력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신혜 기자

그나마 진행되고 있는 우울증 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설 운영을 중단하거나 관리 주체가 통일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구 보건소의 경우 임산부 우울증 검사를 진행하던 심리상담실을 ‘코로나19 검사결과 입력반’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인해 임산부 우울증과 같은 상담 서비스는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의 한 보건소 모자보건실 관계자에게 산모 우울증 검사를 문의하니 “산모 우울증은 산모건강지원센터에서 담당하고 고위험군만 저희가 전화로 관리한다”고 했다. 정작 산모건강지원센터는 “산모 우울증 검사는 모자보건실로 문의해야 한다”며 책임을 돌렸다.

보건소별로 모자보건팀, 정신건강증진센터, 산모건강지원센터 등으로 나뉘어 관리 주체를 떠넘기기 바쁜 모습이었다. 이곳 산모건강지원센터는 현재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 다른 자치구는 임산부의 우울증을 치료하고 도와줄 인력조차 없었다. 이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상담하시는 선생님들이 퇴사하거나 코로나 선별근무로 이동해 대면 상담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는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상담을 원하는 산모들을 연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임산부의 정신건강을 소홀히 하는 사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산모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복지센터 산후우울증 상담의뢰·실시 건수’ 자료에 따르면 산후우울증 상담의뢰·실시 건수는 올해 1월 770건, 2월 838건, 3월 1178건, 4월 1214건을 기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은 지난 8월 26일 산전·산후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임산부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각종 검사·치료와 상담·교육 등의 사업을 실시하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위와 같은 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중앙·권역별 치료상담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정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난임 및 산전·후 우울증 상담센터는 서울 중앙의료원을 포함해 권역별로 전국 5곳에 마련돼있다”면서도 “전문적인 치료를 하는 병원의 기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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