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동맹, 한국 이성 마비시킨 가스라이팅”…김준형 외교원장 주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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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30. 오후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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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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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산하인 국립외교원의 김준형 원장이 29일 펴낸 신간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에 중독돼 왔다. 압도적인 상대에 의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 현상과 닮아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현직 차관급 인사가 한미동맹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주류인 ‘연정 라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자 대선 캠프 출신이다. 2019년 8월 국립외교원장에 임명됐다.

김 원장은 30일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출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미관계가 신화화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한미동맹에 대해) 상식적,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판단을 못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말 호혜적 동맹이라면 안 할 은 있어도 못할 말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못할 말이 많았다. 미국 방문했을 때 미국이 압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어 “미국조차도 우리 국익의 수단이고 변수일 수밖에 없다”면서 “언젠가는 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 한미관계는 깊어져야 하지만 군사동맹이 강화되는 건 대외환경이 힘들어지는 것이라 손해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원장은 책에서 한미관계가 ‘가스라이팅’과 유사하다며 지난해 4월 미국 백악관 청원 홈페이지에 ‘한미 안보를 위협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라’는 청원이 올라간 데 대해 “한미동맹이 한국의 이성을 마비시킨 가스라이팅의 사례”라고 주장했다. 가스라이팅이란 상대방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상대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데이트폭력 양상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된다. 그는 또 “한미동맹이 출발부터 기울어져 있었다”며 “미국은 35년 (일본) 제국주의를 벗어나게 해준 ‘해방자’라기보다는 실제로는 식민지인을 대하는 새로운 점령군에 가까웠다”고 했다.

김 원장은 학자 출신이지만 현직 차관급이라는 점에서 이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한 데 대한 적절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김 원장 자신도 기자간담회에서 “공직에 있는 상태에서 예민한 문제를 (저서로) 다루는 게 맞느냐는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외교부 산하 기관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이호재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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