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기아동 감시’ 여전히 민간 의존하는 정부, 고준희 사건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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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1.01. 오후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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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에 의해 암매장된 채 발견된 고준희(5)양의 친모가 과거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부처 등은 위험 징후가 보이지 않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지 않았고 이후 준희양의 양육을 친부가 맡으면서 참극이 빚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잇따르는 아동학대·사망 사건에도 정부가 ‘위기아동’ 감시 체계를 민간 위탁방식에 의존하는 건 여전했다.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준희양을 포함한 3남매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6년 5월24일 친모 송모씨와 지낼 무렵 “아이들이 구타당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집 밖으로 내쫓기고 있다”는 이웃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출동했다. 당시는 준희양의 부모가 별거하던 시기다.
친아버지에 의해 암매장된 고준희(5)양의 장례식이 지난 30일 전북 군산의 모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가운데 빈소가 차려져있다. 가족들은 고 양의 시신을 화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전북 아동보호전문기관 조사 과정에서 송씨는 ‘아이들이 다퉈 혼을 내는 과정에서 ‘뿅망치’로 때리고 집 밖으로 내쫓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송씨가 (아동보호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단체 관계자들에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아 상담에 애를 먹었다고 전해들었다”며 “생활능력이 없는 엄마가 아이 셋을 기르며 느낀 어려움이 있어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단체를 통해 현장조사를 벌이는 한편 친모의 양육부담을 줄이기 위한 건강가정지원센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부연했다.

반면 송씨는 본지 통화에서 “내가 협조를 안 해 준 게 없다. 그 사람들이 다 조사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아이가 셋인데 내가 상담받으러 다니면 누가 아이들을 돌봐주느냐. 추후 상담을 받으러 다닐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민간단체는 준희양의 생활환경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위기아동’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건을 매듭지었다.

전북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12월 해당 사건을 종결 처리했고, 이듬해 3월 모니터링을 한 결과 두 오빠는 외조모 집에서, 막내 준희양은 친부 고모(36)씨와 내연녀 이모(35)씨에게 맡겨진 상태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준희양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경찰이 준희양 실종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한 지난해 12월이다.

복지부는 2016년 3월 드러난 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원영이 사건) 등 아동학대·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아동학대 감시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위기아동 보호를 ‘민간 위탁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위기아동 조기발견 시스템’을 가동하려고 준비 중이며 올 3월 본사업으로 전환하려고 한다”면서 “정부가 부족한 부분을 알고 있다.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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