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1 (feat. 돈조반니, 슈베르트, 펜듈럼 그리고 발랄라이카 칵테일) ㅡ 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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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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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하루키의 소설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1권을 다 읽었다. 2017년 2월 24일 발행되었으니 1년 반이나 늦은 셈이다. 그당시 1Q84 2권을 막 마친 신점인데 왠지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 소설이 땡기지 않았던거 같다.


최근 우치다씨의 <무라카미 하루키씨를 조심하세요>를 읽고 다시금 그의 장편소설들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있는 중이다.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꽤 재미있게 읽었다. 시작부분이 최근 읽은 <여자없는 남자들>의 '기온'의 주인공처럼 6년간의 결혼생활을 부인의 일방적인 요청으로 정리하고 여행을 다니는 이야기여서 왠지 익숙했는지도 모른다.


초상화 화가인 주인공이 친구의 아버지인 일본화 화가의 집에서 머물면서 일어나는 기묘한 이야기가 주요 내용인데, 일본화 화가가 소장했던 오페라 음반, 클래식 음반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부분이 많아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더 반가왔다.
특히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제목의 기사단장 자체가 모짜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이기도 하다. 옛날에 오페라 수업을 들었던게 이렇게 활용되는구나 뿌듯했다.

[돈 조반니 ㅡ 모짜르트 p141]
 

[장미의 기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슈베르트의 음악은 왠지 음울하고 사랑타령일듯한 느낌이었는데 매우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현악사중주 15번이 꽤 인상깊었다.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3번 로자문데 p484]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5번 p126]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모짜르트]

이렇게 벅스뮤직에서 음원을 스트리밍해서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같은 파장의 곡을 들으며 글을 읽는 두 행위의 공명이랄까. 더 공감각적으로 경험이 증폭 되는 느낌이다.  


이러한 경험의 증폭은 소설과 소설사이에서도 일어난다. 등장인물중 멘시키는 백발의 중년인데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에서 '하룻밤에 머리가 세어버린 어부처럼' 이란 표현이 나온다. (P147) 얼마전 읽었던 단편선이고 그중 재미있게 읽었던 '소용돌이 속으로의 추락'에 나오는 표현이라 내심 반가왔다.


기사단장의 모습으로 현현한 캐릭터가 자신은 이데아라고 소개한다. 예전에 꽤 인상적으로 읽었던 <리얼리티 트랜서핑>의 내용이 생각났다. 러시아 양자 물리학자가 설명하는 생각이 현실로 변환되는 이론에 관한 책이다. 참 인상깊게 읽었던 책인데 블로그 시작하기 전에 읽었던 책이라 정리해 놓은 포스팅이 없어 아쉽다. 기회되면 다시한번 읽고 정리해 봐야겠다.

이 책에 펜듈럼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한 곳으로 모여 생겨나는 에너지에 기반을 둔 정보체를 의미한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같은 이데올로기도 이런 펜듈럼의 사례로 형태는 없으나 실존하는 인간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사단장 죽이기> 1권에서는 아직 기사단장의 모습을 한 이데아가 어떤 존재인지는 나오지 않지만 뭔가 이런 펜듈럼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권을 반납하면서 2권을 빌려왔다. 이제 기사단장의 모습을 한 이데아의 정체는 무엇이며 왜 죽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1권을 읽고 느낀 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시 하루키의 상상력이란.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개념과 재료들의 연결관계를 이어주는 것이 작가의 상상력이라고 봤을때의 감탄이다.
즉, 웨이브/에너지로 존재하는 이데아의 개념과 모짜르트 돈조반니의 기사단장 캐릭터, 그리고 등신불이 되어 입정한 승려라는 조각조각의 원재료를 잘 버무려 절묘한 요리의 레시피를 완성한듯 하다.

멘시키가 주인공에게 대접한 발랄라이카 칵테일이 갑자기 마시고 싶어졌다.

[기사단장죽이기2]


[주요문구]
시간을 내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p79

기사단장 죽이기 p109

기묘한 목격자 p111

돈 조반니 일본화 p114

눈앞에 어떤 흐름이 생겼다면 일단 흘러가보면 된다 p128

호기심은 순수할수록 강력하고 나름대로 돈이 들기 마련이다 p140

저도 돈조반니를 좋아해 자주 듣습니다 p141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에서 하룻밤에 머리가 세어버린 어부처럼. P147

어느 정도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이 개인정보 유출을 완전히 막기란 상당히 어려워 p153

Blessing in disguise p157

장미의 기사를 좋아하십니까? P168

자명하되 그 자명성을 언어화하기는 어렵다 p179

한밤의 정체 모를 그 소리를 기약없이 들으며 살수는 없는 노릇이다 p285

부재하는 공통성을 찾아내야한다 p310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잘 보이지 않을때가 왕왕 있다 p340

무엇보다 그들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p367

나는 영혼이 아닐쎄 나는 이데아야 p390

네가 어디서 뭘 했는지 나는 다 알고 있어 p398

지금 여기 있는 것들 가운데 마땅한 것을 찾아내는 일이지 p401

후지산의 풍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P414

전부 이 세상에 진짜 있어 p418

발랄라이카 칵테일 p429

Gloria 조은경
Gloria 조은경 스타·연예인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순간을 함께 찾아 보아요~^^ (9인지지 엑소엘 SMCU 광야클럽 슴덕의 소소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