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 人사이트] "재차 말한다, 2023년 이후 주택시장 장기간 안정화…공급 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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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21. 오후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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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부동산 애널리스트 채상욱씨
"지금 다주택자가 투자용 집매입은 바보짓…실수요자는 OK"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8.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길우 객원대기자 =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

집을 마치 자동차, 비행기 처럼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기계로 본 이는 현대적인 아파트를 고안한 스위스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다. 세계 1차대전으로 폐허가 된 파리를 재건할 때 그는 도심에 초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고, 가로 세로로 자동차 길을 내는 현대식 도시 계획안인 ‘빛나는 도시’라는 도심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너무 혁신적이었기 때문이다. 30여년이 지난 뒤인 1963년 서울 마포엔 한국 최초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가 그의 설계를 본떠 탄생했다. 그때부터 한국에서는 아파트가 상전(上典)이 됐다. 이제는 집이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기계가 됐다. 집은 인간의 계급을 나누는 척도가 됐고, 아파트 분양권은 인간의 팔자를 바꾸는 로또가 됐다.

◇ 늦었지만 공급책 나와 다행…3~4년뒤부터 효과

서울 강남역 사거리는 르 코르뷔지에가 부활해 바라본다면 박수를 칠만큼 ‘빛나는 도시’이다. 사거리 주변의 고층 건물은 햇빛을 반사시키는 투명하고도 강한 느낌의 화려한 벽으로 치장돼 있고, 직선의 도로에는 자동차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 최고의 부동산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채상욱씨(42)를 지난 19일 오후 강남역 사거리에서 만나 길거리에서 인터뷰를 한 이유도 치솟는 집값을 잡아 집을 상전이 아닌 기계로 만들 방법을 찾고 싶어서였다.

그는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설회사에 시공 관련 건축기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으로, 이론적 뼈대 위에 금융시장에서 바라보는 합리적 기준을 토대로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고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애널리스트로 유명했다. 여의도 증권업계의 대표적 부동산 전문가로, 이른바 ‘여의도학파’의 선두주자였던 그는 최근 억대 연봉을 박차고 독립을 선언했다.

“이 강남역 부근의 건물의 건설에 관여한 적이 있나?”

-내 친구들은 직접 이런 저런 건물을 지었다. 나는 저기 보이는 삼성 본사 건물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르 코르뷔지에가 구상한 ‘빛나는 거리’의 한복판에서 이야기를 나누니 느낌이 좋다.

“최근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에 13만호 이상을 신규 공급한다는 발표를 했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부동산 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최근의 주택 시장의 과열 현상을 과연 진정시킬 수 있을까?" 처음부터 센 질문을 던졌다. 그가 당황한다. 곧 침착함을 찾는다.

-2015년부터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상승세를 보였고, 올 들어 6월부터는 ‘굉장한 과열’현상을 보였다. 정부는 수십 차례 대책을 발표했고, 특히 종합부동산대책은 5차례 발표했다. 공급 문제를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는데, 늦게나마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렸다. 이번 발표로 실제 공급이 이뤄지는 입주시점에서는 주택 가격 안정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1990년대 1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3~4년 뒤 입주 시기에 가격 안정화가 이뤄졌다.

장기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이다. 다시 물었다. “서울시 인구는 감소하는데 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오르는가?”

-1970년대 서울 인구는 500만이었는데, 1990년대 들어서면서 1000만으로 폭증했다. 강북의 인구 분산을 위해 강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 서울시 인구가 줄기 시작했는데, 서울의 일자리는 늘었다. 서울의 1인당 일자리 면적은 전국 평균의 3배에 가깝다. 서울의 1인당 사무실 면적이 6㎡인 반면 전국 평균은 2.1㎡ 정도이다. 직장은 서울이고, 잠은 서울 주변에는 자고 통근하는 인구가 급증했고, 서울권역, 서울세력권이 점차 커졌다. 그에 따른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니 서울의 주택 가격은 계속 올랐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017년부터 주택가격 본격 상승…2014년 택지공급 중단 탓

“박근혜 정부때 택지공급을 백지화한 적이 있다. 왜 그랬나?”

-2014년 9월1일, 당시 정부는 더 이상 택지공급을 안 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많은 건설사와 시행사들이 도산 위기에 몰려 경제불안의 뇌관이 됐다. 주택가격을 올려 경기를 부양시키려 한 것 같다. 대출을 70%까지 열어주고, 택지 신규지정을 막고, 신도시 개발을 하지 않아 공급을 막았다. 부동산은 건설과 공급에 3년의 시차가 있어 3년 뒤인 2017년부터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강세가 됐다.

궁금했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어느 정도인가?”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7~98%다. 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눈 것인데, 분자와 분모가 변수가 많아 인구 1000명당 가구수가 더 유용한 수치이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서울인구 1000명당 가구수는 403호다. 한 가구에 2.5명이 산다. 경기도는 1000명당 가구수가 380호다. 한 가구당 2.6명이 산다. 경기도의 인구 증가는 엄청난 추세고, 2027년까지 증가가 예상된다. 전국 평균이 1000명당 420호이고, 이는 미국 전체와 비슷하다. 서울권역의 주택난이 심각하다는 통계이다.

“한국은 다주택자의 천국이다. 최근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보유가 큰 이슈가 됐다.”
-한국의 3주택 이상 보유한 가구수가 80만 가구다. 지금 정부는 다주택을 투기라고 보고,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면 초고율의 양도세로, 보유할 때는 높은 보유세를 부과해 세금을 통한 회수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상승 부분에 대해 세금을 통한 회수 시스템을 만든 것에 공감한다. 팔면 양도세, 보유하면 보유세의 이지선다형으로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것이다. 이제 다주택자들의 주택 취득 요인이 분명 감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을 매매해 돈을 벌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 실효성이 있겠는가?”
-주택을 투자 대상으로 보고 단기 매매로 이익을 취하거나, 법인을 통한 매매로 조세회피를 하는 행위를 세금으로 적극 회수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1주택 가구에 대한 회수 시스템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그는 주택 가격 하락 의견이 지배적이던 2013년에, 상승 전환을 예측해 주목받았다. 족집게라고 불렸다. “주택가격이 앞으로 오를 것인가? 내려갈 것인가?” 그는 차분하게 답한다. 수많은 수치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나온다.

-결코 우연히 맞힌 것이 아니다. 2014년 9.1 대책 발표때 2022년 주택공급목표치가 1000명당 422호였다. 250만호를 지을 땅이 있어야 하는데 9.1 발표로 택지 공급이 중단됐다. 공급 부족사태가 올 것으로 보고 주택 가격이 오른다고 예측했다. 지금은 그 정반대다. 수도권에만 127만호가 공급된다. 서울, 경기, 인천의 1000명당 가구수가 393호인데, 129만호가 추가 공급되면 420호 수준이 된다. 공급 부족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3기 신도시가 완공되는 3년 뒤에는 주택시장이 장기간 안정화 된다는 것이 나의 예상이다. 주택가격이 내려간다는 표현보다는 안정화된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자신있게 말한다. 주저하지 않는다. 다시 물었다. “정부 발표처럼 택지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가?”

-3기 신도시의 경기권에 65만호가 공급되고, 서울에는 13만호가 공급된다. 127만호 가운데 재건축, 재개발은 39만호인데, 30만호가 일반 재건축, 재개발이고, 9만호가 논란이 뜨거운 공공 재건축, 공공재개발이다. 만약 9만호가 공급이 안된다 하더라도 전체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재차 말한다. 2023년 이후에는 주택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정화된다고 본다.

◇임대기간 4년 이상되면 억지로 집 사는 경향 줄어들 것

“몇년전 아파트 아이들 사이에 ‘휴거’라는 단어가 돌았다. 임대주택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거지가 합친 조어로 일반 분양과 공공임대가 차별 대우 받는 현실을 반영한 가슴 아픈 조어다. 장기 공공임대아파트의 공급이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분양하면 절반은 자가수요로, 절반은 다주택자가 구입해서 임대 주택이 자연스럽게 된다. 한국이 전세는 주택가격과 연동해 변동폭이 크다. 그래서 내몰린 자가 수요가 생긴다. 짧은 임대기간으로 주거 안정성이 떨어지면 무리를 해서라도 주택을 사려고 한다. 임대 기간이 4년 이상이 되면 주거 안정성이 높아져 억지로 집을 사는 경향을 줄어들 것이다. 주거 안정성이 높아진다면 굳이 세금을 내면서 집을 보유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주택 임대시장은 세계적으로 독특하다. 민간 임대가 대다수다.”

-그렇다. 한국의 임대차 시장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 민간 주택의 대부분을 개인이 소유하고 공급한다. 주거 복지 차원에서 정부는 2025년 전후에 전체 2400만호 가운데 10%인 240만호를 순수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될 계획이다. 공공 임대주택의 비율을 높이면 주택시장은 안정화될 것이다. 임대 형태가 다양화되면 임차인의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다.

“한국의 주택정책을 진단하면 어떤 문제점을 꼽나?”

-첫째는 주택가격 공표 주기가 너무 짧다. 주간 주택가격 발표는 시장을 오판하게 만든다, 감정원의 발표 수치도 신뢰성이 적다. 국가 공신력있는 지표가 월간 단위로 발표되는 것이 좋다. 공시지가와 실 거래가 큰 차이가 나서 시장에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개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을 월 단위로 발표한다. 둘째는 부족한 공급의 문제였다. 너무 늦게 공급 대책이 나왔다. 세째는 유동성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지금은 신용 대출을 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개인들이 많다.

“부동산 버블과 인구절벽의 일본 주택시장과 한국 주택시장의 차이점이 있나? 한국 주택시장도 언제가는 거품이 사라질 것인가?”

-상황이 다르다. 일본 인구 1000명당 주택수는 480호이다. 공실률은 14~15%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공실률이 3~4%에 그치고 있고, 주택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울, 경기, 인천이 만성적인 주택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일본과는 큰 차이가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주택가격 공표주기 너무 짧아…미국처럼 월단위 발표 바람직

“젊은이들의 꿈이 집을 소유하는 것이고, 너무 집값이 높아 미리부터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한다.”

-젊은이들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꿈이다. 영혼을 끌어들여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현정부는 대놓고 신혼부부와 30대 청년들을 위한 특별분양을 늘리고 있다. 9월 말부터 민영주택과 공공주택에 생애 최초 특별공급이 확대 실시된다. 정부는 실거주자 지원과 투기 방지의 두 가지 목표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3기 신도시 분양에는 다양한 실수요자 지원프로그램이 있다.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도 있으니, 알람 신청을 해놓으면 좋은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아마도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을 것이다. 지금 집을 사야 하나?”

-주택을 주거용으로 소유할지, 아니면 투자로 소유할지를 명확히 구분했으면 한다. 만약 돈을 벌기 위해, 투자의 목적으로 집을 사려 한다면 말리고 싶다. 지금은 부적절하다. 공급이 이뤄져 장기적으로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만약 4년 이상의 주거 안정성을 원한다면 집을 사는 것이 맞다. 다주택자가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에 또 집을 사는 건 바보짓이다.”

“고액 연봉의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독립했다. 애널리스트로서의 어떤 꿈을 꾸고 있나?”

-여의도에는 다양한 금융시장 정보와 부동산시장 정보가 흘러다닌다. 그런데 그런 양질의 정보가 여의도 안에만 머물러 있다. 이런 양질의 정보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전달하고, 관련 유튜버들끼리 협업 체제를 만들고 싶었다. 객관적인 시장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데 노력을 할 것이다.

그는 제주도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매년 한 번씩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청년 시절, 안 먹고 안 입으며 모은 종잣돈으로 주식 투자를 했다가 몽땅 날린 경험도 있다고 한다. 주식과 부동산을 함께 분석하는 그는 현재 ‘채상욱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일반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8.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kichen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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