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22. 송장 자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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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06.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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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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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 아사나, 송장 자세는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동작 중 가장 편안한 자세로, 현대 문명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최고의 해독제다. 시연 허수정.


쉼을 떠올리는 휴가철이다. 누군가는 '사람은 피곤한 상태로 태어난다. 고로 쉬기 위해 살아간다'고 했다.

현대인에게 구원이란 쉼, 릴랙스 즉 이완이라고 말한다. 생활에 쫓기다 보면 경쟁 속에서 긴장이 몸에 밴 습성 때문에 쉰다는 그 자체에 죄책감까지 느끼는 사람도 본다. 뭔가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까지 한 채, 이완보다는 긴장에 더 익숙해져 있다는 징표일 것이다. 이완은 쉬는 것을 배워 나가는 과정인 것을.

골프 탁구 검도 배드민턴 등 거의 모든 운동은 물론 대부분의 악기 연주에서 기본이 '몸의 힘 빼기'인데, 잘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긴장되어 더 힘이 들어가게 되고 그 결과는 더욱 안 좋아지게 되는 걸 경험한다. '힘 빼기 3년'이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 듯하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스스로 회복하는 복원력,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힘을 믿기보다는 자꾸 뭔가를 더 하려고 한다. 야생동물들은 상처를 입었을 때 정말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푹 쉬면서 기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미국의 신학자 호시아 발루는 '질병은 화가 난 자연의 보복이다'라고 했다. 즉 질병은 화가 난 마음이 몸에게 보내는 일종의 분노의 신호라는 뜻이다. 이유 없이 몸의 어딘가가 불편하거나 아프다면 그것은 마음에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해 보라. 이런 신호가 느껴진다면 이제 여러분은 일상 속에서 변화를 마주할 때다. 그 변화의 시작은 '힘 빼기'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쉬어 주기만 하면 의도적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회복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김영호 한의사의 지론이다. 주변환경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생각과 마음에서 잠시라도 떨어져 나오게 하는 것이 참된 쉼이다.

요가는 의도된 쉼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연습한다. 우리가 요가를 할 때마다 쉼을 습관적으로 반복하여 훈련한다면 어느 순간에 그것이 조건화되어 평소에도 쉼을 쉽게 누릴 수 있게 되고, 그런 요기니들은 바빠도 다른 사람보다는 여유가 있고 바쁠수록 쉴 줄 아는 습성과 탄력을 일상에서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심리요가학자들은 주창한다.

요가의 그 많은 동작 중에서 완전한 이완 자세로는 범어로는 '사와 아사나', '무르타 아사나'라고 불리며 송장 자세, 죽음의 자세라고 하는 게 있다. 이 자세는 요가의 자세 중 알파요 오메가라 할 정도로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무척 단순하고 쉬운 듯 하나 알고 보면 결코 녹록지 않은 자세란 걸 곧 깨닫게 된다. 특히 산만한 사람들은 잠시 누워있는 몇 분을 못 견뎌 한다. 요가에서 고수와 하수의 경계가 확연히 드러나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 자세는 위를 보고 누워서 양다리를 어깨너비 정도 벌리고 양손은 허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손바닥이 위로 향하도록 한다. 눈은 지그시 감고 느리고 천천히 호흡을 행하며 전신이 바닥에 녹아 들어가는 느낌을 갖도록 한다. 양어깨가 뜨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머리부터 어깨 팔 가슴 배 허리 골반 다리 발끝 손끝 순으로 차례로 이완시킨다. 그리고는 심장박동과 신체 내부의 미묘한 에너지를 가만히 느껴본다.

뭉게구름이 두리둥실 바람 따라 흘러가듯, 뗏목 위에 몸을 눕힌 채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능청능청 떠내려 가듯 어떤 마음 작용도 없이 그냥 그대로 몸과 마음을 툭 내려 놓는다. 이 때 의식은 잠을 잘 때와는 달리 온 몸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

이 자세는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동작 중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이다.

때로는 아사나 도중 특히 가슴 쪽에 위치한, 따뜻함과 사랑을 주관하는 아나하타 차크라가 툭 열리면서 한없는 사랑과 축복의 느낌과 동시에 회한의 눈물이 봇물처럼 터지며 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엉엉 소리내어 울기까지 한다.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순간이다.

여름과 겨울에는 이 아사나의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한다.

끝날 때는 벌떡 일어나지 말고 손가락 발가락을 천천히 꼼지락거리면서 살아 있음에 감사 드린다. 머리도 좌우로 잘래잘래 움직여 보며, 마음 속으로 '아 에 이 오 우' 하면서 안면 근육도 움직여 봐도 좋다.

효과로는 모든 긴장과 동요로부터 깊은 안정감과 이완으로 자기 회복 능력이 발현된다. 짧은 시간에 뇌파가 안정되어 피로 회복을 도와 준다. 호흡이 부드러워지며 정신이 맑아진다. 삶에 깊은 휴식을 줌으로써 수련을 한 뒤에 기력을 재충전하는 의미가 크다. 현대 문명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최고의 해독제라 할 것이다.

사와 아사나에서 쉼이나 이완 외에 또 한 가지 화두는 아사나 이름에서처럼 죽음을 떠올리게 해 주는 자세라는 것이다.

죽음은 얼마나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걸까? 나는 과연 내 배에서 삶과 죽음의 선장이라 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의문을 던져볼 수도 있다. 사도 바울의 '나는 매일 죽는다'라는 말은 가장 잔인한 주인인 에고(ego)를 극복할 수 있다면 인생은 보다 역동적이 될 것이라는 뜻일까?

사와 아사나를 통해 죽음과 체념의 필요성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면, 평화와 고요라는 내면적 조화의 상태에서 삶과 죽음 양쪽에 실재하는 신성한 빛을 발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죽음이 아름다운 삶의 연장 선상에 있으며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죽음의 질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존엄한 죽음은 삶에 대한 진지함이 주는 선물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듯 '죽음에 대한 성찰이 삶의 품격을 높여준다'는 부산대 윤부현 교수의 지론을 상기시켜 주는 자세가 바로 이 사와 아사나이다.

잘 죽는 것이야말로 한 사람의 일생이 담긴 진짜 실력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우리가 순간순간 산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순간순간 죽어간다는 말이다. '자신이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즉 '메멘토 모리'를 되씹으며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신이 유일하게 인간을 질투하는 것은 죽음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죽음은 유한한 생명체인 인간의 숙명이다. 왕후장상도 범인범부도 예외가 없다. 삶은 유한하므로 특별하고 동시에 특별하므로 소중한 게 아닐까?

법정 스님은 '살 때는 철저히 살고 죽을 때는 철저히 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와 아사나를 통해 오늘 제대로 한 번 죽었다가 깨어나 보자. 그리고는 변화된 몸과 마음을 되찾아 보자. 염천의 무더위 속에서 시원한 한 줄기 소나기 같은, 열사의 사막 속에서 샘솟는 오아시스를 찾듯이 말이다.



-사와 아사나에 부치는 글

일에지친 힘든어깨

나무그늘 아래눕혀

팔베개나 하고누워

뭉게구름 바라보며

빈둥빈둥 쉬어보세

흐르는물 발담그고

사랑보다 더소중한

내마음의 평화찾아

그냥누워 무념무상

물소리나 들어보세

예의범절 질서규범

모두함께 내려놓고

훌훌벗어 내던지며

개울가에 너럭바위

두팔벌려 누워보세

바닷가의 은모래밭

등을대고 누워설랑

자유롭게 하늘나는

갈매기떼 벗을삼아

바닷바람 쐬여보세

돗단배에 걸터앉아

두리둥실 떠다니며

잊어야할 모든번뇌

하나둘씩 내려놓고

산천경계 유람하세

모든아픔 모든슬픔

모든추억 모든환희

바람결에 흘려보내

흘러가면 사라지고

사라지면 잊혀지네

전자기기 꺼버리고

고요함을 벗을삼아

밤하늘을 우러르며

아름다운 침묵의별

우주쇼나 감상하세

휴거혈거 철목개화*

쉬고쉬고 또쉬며는

쇠로만든 나무에도

꽃이핀다 하지않소

철저하게 쉬어보세

*休去혈거 鐵木開花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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