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만난 구현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 인프라안전연구본부 수석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로 최근 성능 실증연구를 실시한 결과를 이 같이 말했다.
국내 코로나19(COVID-19) 3차 대유행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오는 3월 개학과 함께 등교 수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건설연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실내 확산을 막아줄 항균·항바어리스 공조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를 김포외고 두 반에 설치하고, 지난해 12월부터 현장 성능 실증을 진행 중이다.
◇공기 전파 위험 저감 효과 60%…“환기와 동등한 효과”=이날 김포외고 3층 한 반에선 25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교실 내부엔 좌우로 2대의 항균·항바어리스 공조필터를 단 공기청정기가 작동했다. 교실은 창문을 닫아둔 상태였지만, 공기 입자 농도 측정 장치를 통해 분석된 값을 나타낸 작은 모니터의 숫자는 일정하게 유지됐다. 구현본 수석연구원은 “실내 세균·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위험 저감 효과가 약 60%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환기를 했을 때와 동등한 방역 효과”라고 말했다. 또 “만약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반에 함께 앉아 있고 호흡기를 통해 감염원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공기청정기가 상시적으로 공기 중 감염원의 오염 밀도를 낮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퍼져 걸릴 확률을 최대한으로 낮춰준다”고 설명했다. 이 효과는 어디까지나 직접 대면 접촉이 아닌 일정 거리가 유지된 상태에서 한 공간에 머무를 경우를 전제로 한다.
지난해 여름 스타벅스 야당역점 집단감염 사례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확진자가 오래 앉아 있을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계속 높아져 공기 중 감염병 전파가 이뤄진다. 콜센터와 같이 실내 환기가 어려운 사무실일 경우, 확진자와 거리가 있다고 해도 걸릴 확률은 높을 수 밖에 없다. 건설연의 항균·항바어리스 공조필터 공기청정기는 이런 상황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서울역, 병원 등에 이미 제품을 공급한 곳에서 조사한 공기 중 부유 세균·바이러스 저감 효과는 약 58%~73%였다.
◇공기청정기 틀면 더 위험하다?=한 층을 더 올라가니 학생이 없는 교실 내에서 공기청정기 가동 위치, 가동대수, 환기·냉난방기 동시 운용 여부 등 가동 방식에 따른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바이러스 모사 입자) 농도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연구를 실시한 까닭은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기류 변화를 일으켜 공기 중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기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학교에선 이 같은 이유로 공기청정기를 교실에서 켜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구 연구원은 “실제 생활 공간에서 공기청정기를 운용할 경우,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확산 심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냉난방기를 가동할 경우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확신이 심화하는 것을 관찰했다”며 공기청정기를 켜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확산된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이 기술은 유럽알레르기협회(ECARF) 인증을 획득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건설연이 개발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를 내장한 공기청정기는 국내 기술 이전한 중소기업 등을 통해 총 27종의 제품이 개발됐다. 이 제품들은 국내 선별진료소(26대), 병원(19대), 철도역사(79대), 콜센터(104대), 학교(9대), 총선 투·개표소(10대) 등 350여 대가 보급된 반면 해외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16개국으로 5000대 이상 판매됐다.
이에 대해 구 수석연구원은 “국내에는 항바이러스 제품 성능평가 표준 및 인증체계 없어 코로나19 현장 보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현장 검증을 지켜본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건설연의 애로점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관련 KS(한국산업표준)나 단체·협회인증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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