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육군 재배치 보고서 "미군, 韓에 몰려있어 中 대응 부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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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29. 오후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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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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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전쟁대학 부설 전략문제연구소 보고서
"한국은 더 큰 안보 책임을 져야 해"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 위치는 유보적 평가
현재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미군이 한국과 일본에 몰려있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과의 초경쟁과 무력 충돌에서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육군의 싱크탱크인 육군전쟁대학(AWC) 부설 전략문제연구소(SSI)가 낸 ‘육군의 탈바꿈: 미 인도ㆍ태평양사령부의 초경쟁과 미 육군 전구(戰區)의 설계’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2월 남한강에서 열린 훈련에서 주한미군 육군 공병대원이 도하를 위한 리본 부교를 놓고 있다. [사진 미 육군]


이 보고서는 2018년 당시 육군 장관이었던 마크 에스퍼 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물론 미 국방부가 보고서를 근거로 당장 주한미군의 규모와 성격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는 배경에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서 한국의 증액을 압박하는 협상용 카드를 넘어서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상대하는 전략을 재설계할 필요성이 있다는 걸 보고서가 보여준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중국이 군사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역량을 키우면서 인도ㆍ태평양 지역을 장악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실패나 패배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결단력 있는 행동이 없으면 이 같은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물리적으로 미국의 역내 지역적 태세는 동북아시아에 집중돼 있고 이는 두 번째 한국전쟁을 효율적으로 치르기 위한 배치”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배치가 중국과의 경쟁에 유리하지 않다는 뜻이다. 주한미군은 2만 8500명이며, 이 가운데 미 본토에서 순환배치되는 전투여단을 중심으로 한 지상군 병력은 2만명 수준이다. 해ㆍ공군 위주의 주일미군 5만 5000명 가운데 육군은 2500명이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육군이 미 태평양육군의 핵심이다.

“소수 기지에 미군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선 효율적이겠지만 전략적으로 무책임하다”고도 했다. 그 이유로 “하와이를 제외한 지역의 미군은 중국의 재래식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의 사정권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더 넓게 분산한 배치가 더 지속적이고 탄력적이며 해외작전 수행 능력에서 도움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일본, 동남아시아, 괌 등 미국령 태평양 제도에 미군을 더 많이 분산 배치하라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에게 더 큰 방위분담을 요구하면서도,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위치에 대해선 유보적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재래식 지상 방어에 더 큰 책임을 가질 것”이라면서 “전시작전권 전환과 한국군 현대화에서 진전을 거두면서 한국의 자신감이 높아질 것이며, 대규모 지상 전투에서 미군 병력의 수요는 실질적으로 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북한과 관련, 보고서는 재래식 전력이 감소하지만, 대신 핵ㆍ생화학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실전 배치가 이어지기 때문에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전략적 우려 사항이라고 봤다. 북한은 이 같은 능력을 미국과 한국, 일본에게 강요할 수 있는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지역 핵심 파트너로 한국과 일본, 호주,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을 꼽았다. 또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대한 한국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오키나와의 미 해병대 항공 기지인 후텐마에 배치된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 [EPA=연합]

하지만 우려사항도 담았다. ”한ㆍ미의 안보협력 관계는 한반도의 전략적ㆍ운용적 상황이 바뀐다면 어느 정도 용도가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반도 안보에 대한 집중, 중국과의 근접성과 정치ㆍ군사ㆍ경제적 영향력, 일본과의 긴장 악화 때문에 한ㆍ미 군사전략을 포괄적으로 전환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한국이 북한에만 신경을 쓰고 중국과 가깝기 때문에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 대목이다.

연구진은 보고서에 제시된 관점이 미 정부의 공식적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은 지난 21일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지시를 내린 적 없다”면서도 ”전 세계 미군 병력 최적화를 위한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보고서의 내용을 미래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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