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학교엔 변화가 없어요" 용인대서 또 '학내 군기'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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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4.14. 오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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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과대 6곳 중 절반에 군기 악습 남아 있어"

(서울=연합뉴스) 황예림 인턴기자 = 선후배 간 '군기 잡기'로 여러 차례 비판 도마 위에 오른 경기도 용인대에서 1·2학년을 상대로 한 군기 잡기가 심각하다는 내부 고발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용인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고발글[독자 제공]


지난달 9일 익명 커뮤니티인 용인대 에브리타임에 학내에 만연한 '군기 잡기' 사례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선배를 보면 90도로 폴더 인사', '(청소를 위해) 오후 수업 수강 금지', '과 행사 불참 시 사유 제출'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단과대 6곳 중 3곳이 '군기를 잡는 곳'으로 언급됐다.

익명 커뮤니티에 이 글을 올린 학교 재학생 A씨는 지난 1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군기 잡기의 일환으로 구타를 당한 학생이 2008년 사망한 적도 있고, MBC 'PD수첩'을 포함해서 여러 매체에 보도된 적도 있는데 여전히 학교에 군기 악습이 남아 있다"며 공론화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용인대 재학생이 A씨에게 학과 군기와 관련해 제보한 내용[독자 제공]


A씨에 따르면 이 학교 'ㄱ' 학과는 후배가 선배에게 말할 때 '다나까' 어투를 써야 하고, 학교 건물에서 이어폰을 끼거나 껌을 씹어선 안 된다는 규정도 있다.

A씨는 "지난 3월 학과 단톡방에서 선배가 '오늘 인사 안 한 XX 누구냐'고 말하며 후배들에게 욕하는 사건도 있었다"며 "이 일이 있고 나서 아직 선배 얼굴을 다 외우지 못한 신입생 중 한 명은 선배들이 자신을 알아볼까 무서워 목도리를 하고 다니고, 심지어 수업 시간 외에는 계속 화장실에 숨어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일부 학과에선 교수도 '군기 잡기'에 동조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군기가 심하기로 유명한 학과의 수업 시간에 교수가 지각한 학생들을 세워놓고 "너희들 너무 군기가 빠져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보드마커로 이마를 때렸다는 것. A씨는 "어느 정도의 군기는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학과에 만연한 군기 잡기를 묵인하는 교수님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발글에서 언급된 'ㅇ' 학과 신입생 B씨도 연합뉴스 기자에게 자신이 경험한 일을 설명했다. B씨는 "개강 전 수강신청을 마친 상태에서 학과 선배들이 갑자기 교양 필수 과목을 포함한 모든 저녁 수업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알고 보니 연습실 등 학과에서 이용하는 공간을 신입생들이 청소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B씨에 따르면 이 학과에는 '입술 영양제(립밤)를 비롯한 모든 화장 금지' 등 용모를 제한하는 규정도 있다.

그는 "내가 다니게 될 대학교에 군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해서 입학 후 굉장히 당황했다"며 "이미 군기 악습이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1, 2학년이 없애려고 노력해도 내년 신입생까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용인대 18학번 재학생이 A씨에게 군기 관련 추가 제보한 내용[독자 제공]


익명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온 뒤 "직접 제보는 못 해도 응원합니다", "총대 메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등 응원 댓글이 달리고 제보를 해오는 학생들도 다수였다고 A씨는 전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군기 잡기를 예방하기 위해 충분히 사전 교육을 하고 있고, "특별한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건전한 학교 문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수업에서 군기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학생 지킴이'라는 익명 고발 제도도 마련해두고 있다"면서 "'학생 지킴이' 제도를 통해 신고가 접수되면 내부적으로 조사를 해서 가해 학생을 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군기는 개인의 인권보다 집단을 중요시하며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개인의 인권을 억압하는 잘못된 전통을 과감히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의 '인식 변화'와 '자정 노력'을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면서 "'조직 기강을 위해 어느 정도의 군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적당히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학교 차원에서 군기 예방 교육과 상담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을 함께 벌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yellowyer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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