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나면 다 버렸는데…60일 된 우유 마셔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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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6.08. 오전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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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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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도입 방침
우유 소비기한, 유통기한보다 최대 50일 늘어나
소비자 "신선도 떨어지는 제품 걱정" 우려도
서울의 한 마트에서 유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조 후 15일가량이던 우유 등 유제품의 '생명력'이 최대 65일까지 늘어난다. 정부가 식품 용기에 표기된 기존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관련 업계는 재고 처리가 쉬워질 뿐 아니라 '유통기한 임박 할인' 등이 사라질 가능성도 점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자칫 제품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달 30일 식품 패키지에 표기된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꿔 식품 폐기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도 신선도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유통기한이 지나면 해당 식품을 폐기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음식물 폐기물이 많이 나온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 식품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훨씬 길다. 통상 우유, 발효유 등 유제품의 유통기한은 제조날짜로부터 10~15일 이후까지로 정해진다. 하지만 개봉 전 냉장보관한 유제품의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도 최대 50일 길다. 즉 6월8일 제조한 우유는 같은달 23일께까지 유통할 수 있으며, 8월12일까지 소비(음용)해도 품질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액상커피나 치즈 역시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최대 30일에서 70일가량 길다.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훨씬 긴 만큼 마트업계는 재고 관리 차원 프로모션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기재해 판매하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고, 재고 수량이 줄어 지금 같은 할인 행사의 필요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반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소비기한만 표기할 경우 오히려 신선도가 떨어지는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등 피해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생 김모 씨(23)는 "소비기한으로 바뀌면 오히려 제조한 지 오래된 상품을 접하는 것 아니냐. 소비기한은 안 지났지만 신선도가 다소 떨어지는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셈"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모두 표기해 제조한 지 오래된 상품이 계속 판매되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제품 신선도를 알리기 위해 제조일자를 필수로 기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직장인 허모 씨(34·여)는 "소비기한만 보고 제조날짜를 역계산하는 소비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제조날짜를 표기하면 소비자가 제품 신선도를 대략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적으로 식품기한 표시로 사용되는 것은 제조일자, 포장일자, 유통기한(판매기한), 소비기한(사용기한)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1985년 유통기한 표기를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지나면 음식물을 폐기해야 한다고 인식,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배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유통기한을 표시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소비기한과 품질유지기한을 표기해 제품을 판매한다. 미국은 연방 규정과 주 규정에 따라 다양한 표기 방법을 사용하지만 미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FSIS)은 '품질유지기한(Best if used-by)'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품질유지기한, 포장일자, 소비기한을 표기하며 품질유지기한이 7일 미만인 식품에 대해서는 생산일자를 표기한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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