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 보다 높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유출이 우려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서 굳이 돈을 굴릴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금이 한국의 주식·채권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유다.
하지만 과거 금리 역전 시기에도 채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점, 금융위기 보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한 점을 고려하면 자본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7월 뒤집히는 한·미 금리… 2018년엔 채권자금 순유입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7월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미 연준은 14~15일(현지시간) 열린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한국 기준금리(1.75%)와 미국 기준금리의 상단은 같은 수준이 됐다.
연준이 7월에도 '자이언트 스텝' 또는 빅스텝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만큼 당장 다음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뒤집힐 것으로 예상된다.한·미 금리가 뒤집히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금융권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제로(0)인 지금부터 다음달 금통위까지 3~4주간 외국인 자금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한·미간 금리가 역전된 시기는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20년 2월까지 총 세 번이다. 세 번의 금리 역전 기간 주식과 채권을 합친 외국인 자금은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로 살펴보면 외국인 자금 순유출과 순유입이 번갈아 나타났지만 누적으로는 순유입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장 최근 금리가 뒤집혔던 2018년 3월부터 외국인 자금은 403억4000만달러 순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 주식 자금은 83억6000만달러 빠져나갔지만, 채권 자금은 487억달러 순유입됐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 3월 이후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됐지만 원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기대 투자수익률이 높아진 결과 외국인자금 유입 추세가 유지됐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속에 고물가·고환율… "안심하긴 이르다" 문제는 경기침체에 속에 물가가 치솟은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4% 오르며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이다가 3월(4.1%)과 4월(4.8%)은 4%대로 올라서더니 지난달에는 5%까지 넘어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공급망 차질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되고 있고 물가까지 치솟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은 1290원대로 올라서 원화 가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금리인상 국면에 접어든 데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무역수지마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원화 약세 압력이 더 큰 상황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물가 고환율에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