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결국 국내 주식 비중 목표를 손질한다. 국민연금의 ‘기계적 매도’가 ‘코스피 3000’ 시대의 발목을 잡는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한 시도다.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51거래일 연속 순매도라는 역사적(?) 불명예(?) 기록을 썼다. 국내 주식 비중 조정, 거품 해소 등 긍정적 측면도 적잖지만 과도한 순매도라는 지적이 우세했다.
◇국민연금, 기계적 매도 왜? 지난해 5월 발표한 '2021~25년 중기자산배분 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전체 규모가 2020년말 794조1000억원에서 올해 말 849조4000억원으로 늘지만 국내주식 비중이 17.3%에서 16.8%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간 국내주식 평가액은 137조7000억원에서 142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주식 보유비중이 줄더라도 전체 기금규모가 커지면 국내주식 평가액은 늘어난다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난해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자산 평가금액은 176조7000억원으로 전체 기금(833조7000억원)의 21.2%에 달했다. 목표치를 훨씬 웃돌았다. 허용오차 비중(±5%포인트)을 거의 채운 수준이다. 올해 들어 지속돼 온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들의 매물폭탄은 이 비중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국내주식 비중 20% & ±3%포인트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보유비중을 늘리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안은 올해 국내주식 보유비중 자체를 16.8%에서 최대 2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이 경우 상하 허용오차 범위는 ±3%포인트(현재는 ±5%포인트)로 줄인다.
전체 기금 중 최대 23% 가량을 국내주식으로 채울 수 있게 되는 만큼 현재보다 운용여력이 더 커진다. 또하나는 전체 국민연금 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그대로 두되 시장 상황에 따른 허용오차 범위를 현재의 ±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늘리는 방안이다.
기존 중기자산 배분 계획에 따른 국내주식 보유비중은 16.8%로 유지하되 상하 허용오차 범위만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넓히는 방안이다.
이 둘 중 보유비중 자체를 최대 2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이 더 유력하다. 허용범위만 ±10%포인트까지 늘리는 것은 국내주식 보유비중의 허용범위의 상하한이 과도하게 벌어져 여타 자산군 보유비중에 영향을 주게 된다. 반면 보유비중 목표치 자체를 높이면 다른 자산군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드는 데다 '국민연금이 국내증시를 부양한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이는 작년 12월24일 이후 이달 12일까지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연기금이 순매도한 금액(약 14조5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내는 연금보험료 납부수입과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수익을 더할 경우 기금 전체의 규모는 더 커지고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순매수 여력도 그만큼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5월 기금위가 예상한 올해 국민연금기금 전체 규모(849조4000억원)에 23%를 적용하면 국민연금은 195조3600억원 상당의 국내주식 자산을 보유할 여력이 생긴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 국내주식(176조7000억원) 대비 18조6600억원가량이 더 많다.
실제 국민연금의 추가매수 여력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미 국민연금 기금의 총 규모는 83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5월 기금위 예상(794조1000억원)을 크게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기금위에 포함된 사용자 측은 연금의 주식 비중 확대가 기업가치 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근로자 측도 개인의 주요 자산으로 자리매김한 주식 가치가 연금의 '사자'로 더 오를 여지가 생긴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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