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쇼크’가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에 치명타를 가했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올 들어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된 고용 실태가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음을 확인시켰다. 문재인정부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주기 위해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기업 구조조정과 제조업 부진 등과 맞물리면서 저소득층의 일자리·소득 감소라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힘겨운 저소득층 23일 서울시 을지로 거리에서 재활용 종이박스를 리어카에 한가득 실은 중년의 남성이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1분위(소득 최하위 20%) 가구의 근로자가구 비율은 32.6%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2%보다 무려 10.6%포인트나 감소했다. 1분위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차상위 계층에 해당하는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의 근로자가구 비율 1.1%포인트, 3분위(소득 상위 40∼60%) 가구가 0.7%포인트 줄어든 것, 4분위(소득 상위 20∼40%) 가구와 5분위(소득 최상위 20%) 가구의 근로자가구 비율이 각각 3.2%포인트, 2.5%포인트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1분위의 근로자 가구 비율 감소가 극명하다.
취업자 수도 1분위 가구의 경우 지난해 0.83명에서 0.68명으로 18%나 감소했다. 반면 4분위 가구 취업자 수는 1.79명에서 1.84명으로 2.5%, 5분위 가구 취업자 수는 1.99명에서 2.09명으로 5% 증가했다.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제16회 2018 하반기 인크루트 채용설명회`에 입장하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지표를 10분위로 확대해서 보면 하위 10%에 있는 최저소득 가구의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일자리가 있는 사람은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당연히 소득이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수치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소득분배 악화 원인으로 ‘고령화와 업황 부진에 따른 1분위 가구의 무직자 증가’를 들었다. 은퇴 등의 영향으로 1분위 내 취업비중이 낮고, 임금수준이 낮은 70세 이상 고령층 가구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중국 관광객 감소 영향이 누적되면서 1분위 (근로자) 비중이 높은 도소매, 숙박음식업, 임시·일용직 고용이 축소되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감소했다고도 설명했다. 정부는 혁신성장 가속화로 일자리 창출 여력을 높이고 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 지원대책 등을 펴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포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전반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며 임대 건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23일 서울 종로의 임대 현수막이 붙은 건물앞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윤창현 교수는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이 저소득층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영준·안용성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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