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또한 마찬가지다. 한류의 첨병들인 방탄소년단은 벽이 높기로 유명한 미국 빌보드차트의 높은 순위를 차지하더니 지금도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미 이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를 강타했고, 지금도 말춤은 지구 위 방방곡곡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남아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그의 공연 영상을 봤다니 가히 문화예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2006년도 리즈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선욱과 2015년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 뉴욕필 등 세계 최고의 쟁쟁한 교향악단과 함께하는 작곡가 진은숙 등 한국의 자랑스러운 예술가들이 콧대 높은 서양의 주류사회에 당당하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야말로 공식 직함이 없다 뿐이지 실속 있고 영양가 높은 최고의 외교관들이다.
그런데도 문화예술이나 체육의 중요성은 그리 높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월 15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인 청와대 초청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기업인들에게 고용과 투자의 확대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20조원이 넘는 연구개발 예산을 기술 개발, 인력 양성, 첨단기술의 사업화를 적극 돕는 데 사용함으로써 수소경제, 미래자동차, 바이오산업, 에너지신산업, 비메모리반도체, 5G 기반 산업, 혁신부품과 소재장비 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커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매우 적절한 말씀이라고 본다. 다만, 여기에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그 그릇과 정거장에 채울 무형의 문화콘텐츠를 더했다면 금상첨화였다고 할 수 있다.
예술과 체육을 품는 문화는 삶이고 정신이자 경제다. 문화의 정신적인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경제적 기여도는 아직도 평가절하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돈이 아닌 것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문화산업과 체육산업을 합하면 우리나라만 해도 거의 200조원에 가까운 시장을 이루고 있다. 이들의 경제적 가치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류와 국제 체육계에서의 눈부신 성과를 통해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느끼는 자부심과 해외 수출을 비롯해 국가 경제에 끼친 영향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수천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해도 결코 헛소리가 아니라고 믿는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은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문화콘텐츠가 생명이다. 제조업이나 4차 산업혁명 관련 과학기술에 쏟는 재정의 반의반의 반만이라도, 또 이들에 대한 세제와 금융상의 지원 수준 정도만이라도 문화예술과 체육 분야에 주어지는 국가 정책 틀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기업들도 문화예술과 체육으로 높아진 국가 브랜드의 값을 지불하는 것이 옳다. 기업의 문화메세나를 통한 기부 확대는 물론이고 문화진흥을 위한 기금을 설립해 지원하면 문화예술계도 좋고 기업들도 상생하는 선순환의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요즘 문화체육계가 어수선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문화예술과 체육에 대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그립다.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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