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저물가, 구조적 요인도 영향…통화정책으로 대응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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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물가상승률 0%대 예상…"수출·투자 감소, 수요 부진 영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0%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다면 이는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경기부진으로 인해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약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최근 저물가에는 구조적인 원인도 작용하고 있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25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위한 설명회를 열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전망치(1.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오는 7월 경제전망에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1% 아래로 하향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0%대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인다면 1%초반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요·공급·정책 모두 '물가 낮추는 요소'…1~5월 물가상승률 0.6%

일반적으로는 물가가 낮아지면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여기지만 수요 부진으로 인한 저물가는 투자·소비를 제약해 경기부진의 악순환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이에 한은은 2.0%를 물가안정목표 수준으로 정해 물가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위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한은 제공

한은이 이날 발간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로 지난해 하반기(1.7%)에 비해 상당폭 낮아졌을 뿐 아니라 물가안정목표인 2%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이 총재는 수요와 공급, 정책 요인 모두 물가를 낮추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고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은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공급측에서는 국제유가 하락과 양호한 기상여건으로 인한 농산물 수급 개선등이 물가 오름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또 정책 측면에서는 일부 공공요금이 인상되긴 했지만 무상교육이 확대되고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됐다.

일반인이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간의 물가상승률 전망)도 지난해 하반기 2.5%에서 올해 1~5월 2.2%로 내려왔다. 석유류(-13.7%포인트), 농축수산물(-3.6%포인트), 집세(-5.2%포인트) 등에 대한 물가상승 기대도 약화됐기 때문이다.

◇구조적 요인도 저물가 유발…이주열 "중앙은행 대응 어려워져"

중앙은행 저물가에는 수요와 공급, 정책 등 단기적 변동요인외에 구조적 요인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제통합과 기술 진보 등의 요인이 대외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더 크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러한 구조적 요인 때문에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관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유례없는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을 장기간 추세적으로 하회하고 있다"며 "저물가는 경기순환적 요인 외에 구조적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어서 중앙은행은 과거에 비해 물가 움직임에 대응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한은 제공

이어 최근 중앙은행이 저물가에 대응하는 두 가지 방식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첫 번째는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이라는 통화정책의 기본 책무에 충실하게 현재의 저인플레이션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고 두 번째는 최근의 저인플레이션 현상이 중앙은행으로서는 불편하겠지만 이를 조금 끌어올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이 총재는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 운영했을때는 경제상황을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는 부작용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저물가에 대해 통화정책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신축적인 물가안정목표제 하에서는 물가이외 거시경제, 금융안정상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7월 금리인하설에는 '신중'…"대외 불확실성 두고봐야"

이주열 총재는 당장 7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2일 창립기념식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시장의 인하 기대감이 증폭된 데 따라 신중한 자세를 취한 것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지난 발언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는 "미·중 무역 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우리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칠만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만큼 한은은 불확실성의 전개 방향과 그것이 우리경제의 성장과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금리인하로 집값이 올라 가계부채 증가세로 이어지는 '금융불안' 상황에 대해서도 여전히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원론적으로 봤을 때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이 같다고 한다면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추가로 확대할 경우에는 금융안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며 "지금의 가계부채 상황등을 고려한다면 금리 조정 여부와 관계없이 그냥 금융안정을 거시건전성 정책은 일관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7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은 기존 2.5%에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총재는 설명회에서 미·중 무역 분쟁과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을 여러차례 언급하면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확대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반도체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 "이번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가 궁금하고 산업활동동향이라든가 새로 입수되는 실물경제 지표를 좀더 지켜봐야 보다 정확한 성장흐름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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