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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조의 순정 :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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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조의 순정 ARENA INTERVIEW

노라조를 만나 ‘리스펙트’의 의미로 준비한, 그 구하기 어렵다는 ‘허니버터칩’을 내밀었다. 조빈은 과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이렇게 얘기했다. “노라조 팬들은 ‘허니버터칩’ 같다. 있다고는 하는데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는….” 정말? 순정을 다 바친 노라조의 10년이 이토록 묵직한데? 그래서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당최 어디 있는지 모를 팬들을 찾아서.

조빈이 입은 셔츠는 프라다,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 제품.

올해 초 ‘니 팔자야’ 뮤직비디오가 말 그대로 ‘대박’이 난 이후 [조빈 일집 명상판타지]를 냈더라. ‘듣기만 해도 기억력이 좋아지는 음악’에 나오는 전화번호를 나도 모르게 저장했는데 정말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조빈이 떠서 자지러졌다.
(대답은 조빈만 했다.) 그렇다. 틈나는 대로 답을 해드리고 있다.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특히 많다. 어떤 사람은 모바일 게임 ‘하트’ 보내는 데 내 번호를 쓰기도 하고. 대놓고 생활이 힘드니 2백만원만 빌려달라는 사람도 있다.

은근히 피곤한 일이겠다.
답을 안 하면 사람들이 ‘이것도 쇼구나, 그럴 줄 알았어’ 속는 느낌이 들까봐.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하는 건데 그런 느낌이 들면 이벤트를 할 이유가 없지 않나. 내가 생각이 많고 겁이 많은 편이라 ‘내가 뭐라고 잘못 말해서 괜히 상처 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한다.

무대 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래도 ‘왕년엔’ 안 그랬지?
20대에도 그랬다. 재미없게 살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고민에 걱정만 많았다.

하지만 노라조의 존재 이유가 이거 아닌가. ‘걱정 따윈 개나 줘(‘니 팔자야’ 가사 중)!’
대리만족이다. 우리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노라조라는 팀이 조빈과 이혁에게 감정 이입의 대상이 되는 건가?
내일 걱정 않고 정신 놓고 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지. 노라조라는 캐릭터에 빙의되어 노래하는 거다. 10년을 하다 보니 노라조라는 캐릭터가 이제 내 피부가 됐다.

데뷔 때부터 그랬나?
그땐 그런 사명감이나 의무감보단 음악 하는 사람으로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다. 아이돌 틈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튀어서 살아야 한다고. 사실 처음엔 회사에서 나를 ‘남자 장윤정’으로 키우려고 했다. 그땐 (박)현빈이가 없었거든. 나도 그때 절박했으니 ‘저 트로트 되게 잘하는데요’ 했지. 곡을 받고 노래하는데 (이)혁이가 떠올랐다. 혼자 부르긴 힘든 고음이 많은 노래였는데, 내가 혁이를 데려오면 트로트 말고 멋있는 발라드 듀오를 하라고 하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혁이가 덥석 그 덫을 물고 노라조가 되면서 ‘멘붕’이 됐다.

노라조의 순정 이미지 1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
선택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홍대에서 나름 열심히 활동했지만 기획사 사장님이 볼 땐 인지도가 없었지. 혁이가 잘생기고 피부도 좋고 몸도 좋고 한데 나랑 붙여놓으니 어딘가 균형이 안 맞고, 뭔가 애매한 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혁이와 나의 콘셉트가 나뉘게 됐다. 나는 춤을 추고 혁이는 진지하게 기타를 메고 샤우팅하는 걸로. 그리고 곧장 데뷔 준비하면서 영등포에 있는 댄스 학원을 2개월 다녔다.

댄스 학원을 다녔다고?
내가 너무 불안해서 못 견디겠더라. 춤을 추긴 춰야 하는데 모르니까. 방송 댄스 학원에 다녔는데 당시 한창 유행하는 춤을 배웠다. 나름 숨어 있던 끼가 나왔는지 어느 순간 내가 맨 앞줄에 있더라. 선생님이 “좋습니다! 여러분, 박수 주세요!” 이러고. 아주머니, 회사원들이 박수쳐주고.

노라조 댄스의 기본기가 영등포 댄스 학원에서 탄생했구나!
어려운 건 없었다. 동작을 크게 크게 하는 것만 배웠지. 그래서 노라조 댄스 동작은 쉽고 간단하고 격한 게 많다. 아이돌처럼 췄으면 멋있는 캐릭터로 갈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뭔가 웃긴 느낌이 나니까… 우리끼리는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라조가 진지한 캐릭터는 아니잖나. 아니, 그 반대인 건가?(웃음)
우리끼리는 엄청 진지한 거다. ‘이게, 왜, 어때서?’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야 하겠다.
사실 나는 무대에서 웃을 틈이 없다. ‘다음 동작 뭐지? 아! 이거!’ 이러느라 할 일도 많고 바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캐릭터가 생겼다. 사람들이 볼 때는 이게 웃긴 거다. ‘이혁은 조빈이 옆에서 저렇게 춤추는데 웃지도 않아!’ 다행히 포장이 잘됐다.

‘삼각 김밥’ 헤어스타일이 임팩트 있었다.
이대 앞 미용실 가서 아프로 펌 하고 혼자 모양을 잡아 삼각형을 만든 거였다. 그리고 방송에 나갔는데 댓글에 ‘삼각 김밥이다!’ 하더라. 그렇게 헤어스타일 이름이 생긴 거다. 2집 때였는데 곡들이 방송 심의에 걸렸다. 그때 남은 건 ‘삼각 김밥’밖에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거 아닌가?
너무 우리가 장난처럼 보이니까 걱정이 생기더라. ‘인정’을 받기보다는 ‘이거 미?’ 하면 안 되는 거니까. 그때 같이 활동했던 아이돌은 팬들이 도시락 스티커 붙여서 주는데, 우리는 그런 걸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 게 부러웠나?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는데… 꼭 도시락이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를 지켜봐주는 사람이, 우리와 함께할 사람이 이렇게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팬들의 실체가 없으니. 그런데 정작 나가보면 사람들은 다 노라조 팬이래.

신기한 현상이다.
그렇다. 노래방 가면 그렇게 노라조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라. 우리 팬들은 다 ‘레지스탕스’다. 지하에 숨어 있던 그들이 언젠가 지상으로 나올 때 가요계가 뒤집어질 거다. 그런데 이걸 10년 하다 보니 사람들 눈에 우리가 미친 짓 쪽으로는 ‘장인’ 같은가 보더라. 요즘은 팬들의 기운이 좀 느껴진다.

‘사운드 홀릭 페스티벌’ ‘라이브 클럽 데이’ 무대를 보니 풀 밴드 세트 구성에 록스타처럼 공연을 하더라.
사실 진짜 걱정 많이 했다. ‘관객들이 앞에 한두 줄 있어도 우리끼리 재밌으면 되지’ 하고 올라간 무대였다. ‘슈퍼맨’ ‘고등어’ ‘카레’ ‘야생마’ ‘빨간 날’ 등 하드하게 편곡한 곡들로 악에 받쳐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옐로우 몬스터즈 팬들이 서클 만들어 슬램을 하더라. 와~ 우리가 생각했던 변수에 들지도 않았던 거였다.

이혁이 입은 재킷·팬츠·셔츠·슈즈 모두 김서룡, 목걸이는 본인 소장품. 조빈이 입은 재킷과 팬츠 모두 카루소,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김서룡 제품.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는 관객 속으로 다이빙하는 걸 기대하겠다.
사람들이 나를 받아줄 거라는 확신이 없다.

관객과 그런 신뢰가 없으면 진정한 ‘록 스피릿’이 아니다.
민폐가 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관객이 ‘이 순간만큼은 너희의 팬이 되고 싶지만 너를 받아줄 만한 힘은 없다’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하면 피할 것 같으니 혁이를 시켜야겠다. 아무튼 생애 처음으로 페스티벌이나 클럽 무대에 밴드 세트로 서면서 깨달은 게 많았다. 이 재미있는 걸 왜 여태 안 했지? 물론, 안 했다기보다 못하는 상황이 많았지만. 여태까지 우린 단독 공연도 MR 틀고 했으니….

그동안 꾸준히 앨범에 음악적인 욕심을 비춰왔다.
타이틀 외에는 우리 마음대로 했다. 우리가 이단아 같은 존재이니 ‘우리도 이렇게 하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록 음악계에 도움이 되진 못하더라도 다른 밴드들에게 용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랄까. 마음 한구석에 항상 그런 게 있었다. 록 은행에서 혁이를 대출받아 쓰는 기분…?

이혁의 뿌리가 록이라면 조빈의 뿌리는 무엇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이것저것 조금씩 끌어다 장점을 잘 살려 창업하는 사람 정도?

백종원 씨 같은?
아유, 요즘 최고의 극찬 아닌가! ‘그냥 이렇게 하면 되지, 저렇게 하면 되지’ 하면서 쉽게 하는 거 같아 보이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노력했겠나.

데뷔 10년 차다. ‘똘끼’에도 매너리즘이 있을 것 같다.
진짜다. 맞다. 매너리즘이 있다. ‘센 것’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어느새 적응했다. ‘야생마’에서 반인반마 분장했을 때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한계를 느꼈다. 그걸 깼다고 생각한 게 ‘니 팔자야’다.

화제가 된 뮤직비디오는 최면의 비과학성을 자막으로 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송사와 포털에서 퇴짜를 맞고 유튜브에만 올라갔다 터진 케이스다. 그래서 ‘니 팔자야’ 뮤직비디오를 보고 유료 구매 수익이 늘었나?
확실히 많이 팔렸다. 사실 최면이라기보다 유료 구매를 강조하는 우리에 대한 연민과 모성애 같은 게 아니었을까? 노라조 음원이 많이 팔리는 편은 아니다. 노래방에서 많이 불리는 편이지. 음원을 소장해 출근하면서 듣고 싶은 음악은 아닌 거다. 나도 노라조 노래를 벨 소리로 해놓으면… 어휴, 전화 되게 빨리 받는다.

소장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구나.
음원이 잘 팔리는 노래들의 공식에 맞추면 얼추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걸 똑같이 하는 순간 우리가 나름대로 지켜온 정체성이 무너지지 않을까 했다. 항상 딜레마다.

우스운 것과 웃긴 것은 분명 다르다. 노라조에 ‘리스펙트’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들이 노라조를 우습게 보는 대신 ‘쟤들 웃기기 위해 애쓰는 거야’라고 말해주고, 곡이 발표되면 ‘얘들도 이젠 맛이 갔네’ 하는 표현보단 ‘좀 아쉬운데 이런 이런 느낌으로 가면 좋겠다’고 조언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더라. 데뷔 땐 우리의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퀄리티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정도는 된 것 같다. 대기업이 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노라조를 아는 사람들에게 선별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실속 있는 중소기업으로 롱런하고 싶다.

Editor
조하나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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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IST
남궁철
HAIR
이일중
MAKE-UP
서은영
발행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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