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재채기 주의만해도 바이러스감염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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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동을 제외하고 메르스(MERS·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중동호흡기증후군)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호흡기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메르스가 한국에서 감염환자가 두자리숫자로 급증한 이유는 뭘까. 국내 첫 메르스 환자로 확진된 A(68)씨가 슈퍼전파자(super spreader)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기침이나 재채기에 대한 기본적인 에티켓만 잘 지켜졌어도 이 정도로 피해가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침과 재채기는 인체의 자연스런 반사작용으로 입과 코를 통해 이물질을 내보내면서 비말(침, 분비물)이 강한 속도로 분사된다. 감염환자가 2~3m거리 안에 있는 사람에게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고농도 바이러스가 묻어있는 호흡기 비말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치사율이 40%를 웃도는 메르스를 비롯해 인플루엔자(독감),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은 재채기, 기침, 가래로 오염된 물질을 손으로 만져 입이나 코를 통해 감염된다. 실제로 기침과 재채기는 바이러스감염의 주요 원인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다.

관심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했을 때의 비말(飛沫)속도와 비말이 날라가는 거리다.

일반적으로 기침을 크게 한번 하면 입이나 코를 통해 약 3000개의 비말이 시속 50마일(80km)속도로 공중으로 분사된다. 재채기는 기침보다 2배이상 빠른 속도(100마일·160km)로 4만개의 비말을 뿜어낸다. 비말이 날라가는 거리는 약 9m에 달한다. 주변에서 재채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신속하게 입과 코를 가려야 하는 이유다.

디스커버리 채널이 미스버스터(MythBuster)프로그램의 출연자 2명을 대상으로 기침과 재채기의 비말 속도와 비말이 날아가는 거리를 측정해봤다. 그 결과 한명은 비말이 시속 35마일(56km)로 5.4m까지 날아갔다. 나머지 한명은 39마일(62km)로 4m까지 미말이 공중으로 퍼졌다.

일본 니시무라, 사카타, 카가 교수팀은 건장한 30대 남자와 여자를 대상으로 기온 27℃, 습도 50%에서 기침을 시켜봤더니 남자는 시속 약 48km, 여자는 약 37km로 비말을 뿜어냈다. 재채기는 20대 남자와 여성을 대상으로 기온 27℃, 습도 15%에서 시켜보니 비말속도가 각각 55km, 38km로 나타났다. 니시무라 연구팀에 따르면, 재채기는 기침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고, 비말이 퍼져나가는 폭(각도)이 넓었다. 비말이 날라가다 떨어지는 거리 역시 기침이 재채기보다 짧았다.

MIT 부뤼바 교수팀이 2014년 4월 유체역학 저널(Journal of Fluid Mechanic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말이 공중에 섞여 이동한다. 특히 직경 0.1~0.01mm크기의 비말은 공기중에 수시간동안 둥둥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1시간안에 주변 공기를 오염시킬 수있다.

실제로 버지니아공대 연구자들이 대기중의 공기오염을 조사하기 위해 병원진료 대기실 1곳, 간호사실 3곳, 국가간 비행을 한 항공기실내 3곳의 샘플을 채취해 조사를 해봤다. 수거한 샘플의 절반에서 독감바이러스를 비롯한 비말입자가 발견됐다. 1㎥에 평균 1만 6000입자가 섞여있었다. 대부분 입자는 0.0025mm로 수시간동안 공기중에 떠 있을 수있는 크기다.

린세이 마르 버지니아공대 교수는 “오염된 공간에서 1시간이상 호흡을 하게 되면 감염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성 질환은 신체접촉을 하지 않아도 감염환자로 부터 반경 6피트(feet·1.8m)안에 있으면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기침과 재채기는 위험하지만 바이러스 감염환자가 입이나 코를 가리지 않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게 되면 비말을 피하기 어렵다. 기침을 하면 입안의 점액 파편들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 다른사람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와 함께 있는 만성질환자나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는 바이러스에 2차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사람은 휴지나 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로막는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 또한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옆 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코와 입을 수건이나 휴지, 손으로 막아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벗어나 손을 깨끗히 씻어야 한다.

물론 기침이나 재채기는 자연스러운 인체반응으로 참기 힘들다. 나오는 기침을 참으면 건강에 해롭다. 한민수 을지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기침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해서 지나치게 기침을 억제하면 몸 안에 들어온 나쁜 물질과 가래를 배출하지 못해 염증이 지속되어 더 심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감기에 걸려서 기침을 하는 경우 생활하기 불편할 정도로 기침이 아주 심하지 않으면 일부러 약을 써서 기침을 못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기침은 몇번이나 해야 정상일까. 호흡기 질환이 있거나 흡연을 하시는 사람은 하루 1~2번의 기침은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침이 정상적인 방어기전이지만 호흡기에 문제가 없다면 기침은 하루 아니 1년에 한번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염호기 교수는 “기침은 호흡기 질환의 증상으로 기침을 한다는 것은 호흡기 질환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기침이 줄었지만 아직 한다는 것은 여전히 호흡기 질환이 완치 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재채기는 코의 점막이 자극을 받아 일어나는 경련성 반사 운동이다. 코의 점막은 주위 온도가 갑자기 변하거나 화학적, 물리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유해한 자극 물질을 강하게 밖으로 내보내려는 작용을 일으킨다.

바이러스감염 예방을 비롯해 각종 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손씻기가 가장 중요하다. 질병의 60%는 손을 통해서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보통 한쪽 손에만 약 6만마리의 세균을 가지고 있다. 손은 뭔가를 잡고 나르고 만지기 때문에 각종 유해 세균과 가장 많은 접촉을 하는 부위이다. 일단 손에 묻은 세균은 눈, 코, 입, 피부 등으로 옮겨진 뒤 사람이 만지는 음식, 물건 등에도 옮겨져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염시키게 된다.

손씻기는 그냥 물에 대충 비비기만 하면 소용이 없고, 손에 비누를 묻혀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흐르는 물에 구석구석 씻어야 한다. 손깍지를 끼고 손가락 사이를 문질러 씻고 손가락으로 손바닥 손금을 긁어주기도 한다. 손가락은 손바닥으로 감싸서 따로 씻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양손의 손톱을 맞닿게 해서 비벼주도록 한다. 반지를 낀 사람은 반지 쪽도 씻도록 한다. 손을 씻은 뒤에는 가급적 면수건보다 종이타월로 닦는 것이 낫다.

평소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이같은 버릇을 고쳐야 한다.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는 버릇도 좋지 않다. 손톱과 발톱도 길게 자라도록 놔두면 병균의 온상이 될 수있으므로 항상 단정하게 잘라야 한다.

그렇다면 손은 언제 씻는 게 좋을까. 먼저 날음식, 씻지 않은 샐러드, 과일이나 야채, 정수하지 않은 물, 먼지, 곤충 등을 만졌을 경우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천으로 만든 행주를 사용했거나 주방청소, 화장실을 청소한 뒤에는 다량의 박테리아 및 곰팡이 균을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아 손을 씻어야 한다. 오래된 책과 돈,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 등을 사용했을 경우에도 엄청난 양의 세균과 접촉했다고 보면 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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