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거듭된 오만과 위선이 민주당 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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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02. 오후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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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대로 4년 전 참패했던 국민의힘의 승리였다. 언론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대선 패배의 주역이었던 이재명 후보의 조기 등판과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이유로 들기도 하고, 박지현 비대위 공동대표의 '자해'를 패배의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또 부동산정책 실패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충북지사 출마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반대로 대선 승리 이후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이어진 컨벤션 효과를 주장하기도 한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이러한 주장의 공통점은 결과를 가지고 원인을 추정한 것일 뿐 이번 지방선거 결과의 본질적 원인을 정확히 분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선과 오만, 그리고 비상식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 생각한다. 시작은 문재인 정부의 연이은 정책 실패와 조국 사태 이후 나타난 집단적 반지성적 행태였다.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 과세, 탈원전의 아집,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기반을 흔드는 여러 정책 등 경제위기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묻어버렸고 작은 이익과 자리에 눈먼 국민의힘 덕분에 야당 복을 누리면서 유권자들은 계속해 민주당을 선택했다. 그 결과, 지난 총선에서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비해 크게 높지 않았어도 의석 수로는 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졌다.

21대 국회의 원 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관례를 깨고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했을 때, 더불어민주당은 속된 말로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전문가들의 깊은 우려를 무시하고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킬 때는 신속처리안건 처리를 위해 자당 출신 의원을 무소속이라면서 야당 몫의 안건조정위원으로 사보임시킴으로써 패스트트랙 과정을 무력화시켰다. 이는 명백히 국회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 위반한 것으로 민주화 세력이라면서 과정적 민주주의를 철저히 외면한 반민주적 행태였다.

팬덤에 기반한 조국 사태의 처리 과정은 중도 유권자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의 반지성주의를 명확히 했다. 유시민, 김어준, 황교익 등 친여권 인사들이 명백한 위법을 저지른 조국 내외를 옹호하기 위해 끝없이 내뱉는 궤변을 들으며 유권자들은 하나둘씩 민주당을 떠나갔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위선과 오만은 대선 패배가 확정된 직후 정점을 찍었다.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이용해 정권이 바뀌면 불가능해진다면서 정의당까지 포함한 모든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또다시 신속처리안건의 숙의 절차를 무시하면서 국민을 비웃듯 소위 '검수완박'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을 몰아붙였다.

6·1 지방선거를 맞는 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대통령권력, 국회권력, 지방권력 모두를 완전히 장악하고 보인 오만과 위선적 행태에 진절머리가 난 것이다. 비상대책위의 지도부 갈등이나 일부 부적절한 후보를 공천한 것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뿐, 보다 근본적 원인은 오랫동안 쌓여 온 더불어민주당의 이율배반적 행태와 무조건 자신만 옳다는 궤변이었다.

나무의 잎이 누렇게 변하는 것의 원인이 잎에 붙어 있는 진딧물이나 벌레 탓이라면 농약을 뿌리면 비교적 쉽게 해결된다. 그러나 만일 그 원인이 뿌리에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보다 근본적으로 뿌리의 건강을 회복시킬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스스로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국민의힘도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는 상대의 실책에 의한 것이지 결코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은 여전히 대의를 앞에 두고도 작은 이익에 쉽게 분열하는 국민의힘을 신뢰하지 못한다. 오만과 위선은 더불어민주당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만초손(慢招損)이요 겸수익(謙收益)'이라는 옛사람의 가르침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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