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탱고·괴리율·롤오버` ETN, 모르면 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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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23. 오후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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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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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유가에 날뛰는 원유투자

6월물 원유가격 급반등하자
인버스 상품도 전액손실 위기

원월물 가격이 높은 `콘탱고`
제값보다 웃돈 주는 `괴리율`
다음 만기일로 이월 `롤오버`
기본개념 숙지하고 투자해야


'유가는 언젠간 회복한다'며 막대한 자금이 몰린 원유 상장지수증권(ETN) 손실이 가시화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매수세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유가가 급반등하자 이번엔 WTI원유선물 가격이 하락하면 2배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인버스 유형(일명 곱버스)의 ETN도 원금 전액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장 증시에 상장된 곱버스형 WTI원유선물 3종목의 괴리율은 오전 9시 50분을 전후로 모두 30%를 넘어서며 거래됐다. 이들 종목이 장중에 기록한 최고 괴리율은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41.29%,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은 38.05%,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은 34.79%를 기록했다. 이미 22~23일에 걸쳐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인버스형 WTI원유선물 ETN을 발행한 증권사들은 공시를 통해 ETN 상품의 지표가치가 0으로 수렴하는 데 따른 전액 손실 위험성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이날 장 마감을 기준으로 이들 곱버스 3개 종목은 괴리율이 전부 2~3% 선을 되찾으며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금융당국은 이상 괴리율이 발생하면 즉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모든 WTI원유선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ETN 상품을 대상으로 장 종료 후 괴리율이 30%를 넘어서면 그다음 거래일부터 단일가매매 적용 등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괴리율이 위험 수준으로 한때 치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 변동성에 투기적인 개인들은 계속 이들 종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3일 개인들은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은 14억원,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은 9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역사상 최저 수준에 도달한 유가 수준에서도 '추가 하락'에 베팅했다. 금융당국과 ETN 발행사의 반복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곱버스 ETN으로 몰리는 건 결국 금융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실종된 전형적인 투기 거래의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은 가장 먼저 높은 괴리율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괴리율은 ETN 상품의 기초자산인 WTI 원유선물가치, 즉 지표가치(IIV)와 시장가격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괴리율이 '양수(+)'로 나타나면 ETN 시장가치가 기초자산인 WTI원유선물의 가치보다 고평가된 것을 뜻한다.

4월 들어 개인들이 원유선물 ETN 상품 가운데 매수세가 몰린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의 경우 지난 22일 기준 괴리율은 847.8%에 달한다. 22일 종가는 650원이지만 실제 기초자산의 지표가치는 68.58원에 불과하다. 결국 괴리율이 크게 '양수 값'으로 치솟은 상태에서 매수를 하게 되면, 실제 68.58원의 가치를 지닌 물건을 무려 581.42원의 웃돈을 얹은 650원에 사게 되는 셈이다. 향후 국제유가가 정상화되면 시장가치가 지표가치에 수렴하는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게 된다.

만기가 일찍 오는 근월물보다 만기가 늦게 오는 원월물 선물가격이 더 높은 '콘탱고'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22일 종가를 기준으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WTI원유선물 가격은 배럴당 6.91달러에 불과했지만, 7월물은 20.69달러, 8월물은 23.76달러, 12월물은 28.98달러 등으로 점차 올라가는 콘탱고 상황을 띠고 있다. 원유선물 ETN 상품들은 직접 원유 현물을 사들이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6월물 만기가 다가오는 5월 19일에 앞서 순차적인 롤오버를 진행한다.하지만 콘탱고 상황에서 7월물 가격이 6월물보다 비싸기 때문에, 6월물을 100계약 팔아도 그 돈으로 7월물은 100계약보다 적게 살 수밖에 없다. 실제 가치엔 변함이 없지만 투자자는 롤오버 후 동일 수량을 보유하려면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원유ETN 상품에 장기 투자하고, 국제유가도 배럴당 50~60달러 선을 회복한다고 해도 투자자는 유가 상승폭만큼의 이익을 거둘 수 없게 된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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