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치대 박사 "나경원 말 아무런 해명 안돼…부정 있었다면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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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11. 오후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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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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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이 고교 재학 중 서울대 의대에서 인턴을 하고 국제 학술회의 연구 포스터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 하버드대 치의학 박사가 "나경원의 말은 아무런 해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소재 비영리 외신번역전문 언론기관인 '뉴스프로'를 운영 중인 임옥 박사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논문과 포스터의 차이'라는 글을 올려 이같이 비판했다. 1994년 하버드 치대 대학원을 졸업한 임 박사는 치의학 박사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했고, 보스턴에서 20년 이상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임 박사는 이 글에서 "나경원 아들의 제1저자 논문이 화두에 오르며, 특히 나경원의 '내 아들은 논문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발언 때문에 많은 분들이 논문과 포스터의 차이를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 간단히 정리해본다"고 밝혔다.

그는 "학회에서 논문은 일반적으로 청중 앞에서 정해진 시간에 발표한 후 학회 논문집(Proceedings)에 실리는 문서를, 포스터는 학회 기간 포스터로 전시된 후 논문집에 실리는 문서를 일컫는다. 즉 '논문'은 정해진 시간에 1회 발표되고 '포스터'는 학회 기간 중 전시되며, 저자가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과 대화와 설명의 시간을 다수 가진다는 점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경원의 아들이 포스터를 냈다는 IEEE EMBC(Engineering in Medicine and Biology Conference)는 이 분야 최고 권위의 세계적인 학술회로 꼽힌다. 논문이건 포스터이건 이 학회의 논문집에 실리게 되며, 그 공신력의 차이는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따라서 '아들이 논문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나경원의 말은 아무런 해명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 박사는 "이러한 세계적인 권위지에 실리는 논문 혹은 포스터의 제1저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몰랐던, 혹은 새로운 이론을 실험적 검증을 통해 입증하는 고도의 학문적 고행이 선행되기 마련이고, 아마 대부분의 제1저자는 상당 기간을 연구와 실험에 바친 가령 석사나 박사과정 말기 정도의 전문가들일 것"이라며 "고등학생인 나경원의 아들이 겨우 3주의 실험으로 그 수준의 결과를 낸 것은 다른 전문가들의 사전 실험과 연구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나 의원 아들이 해당 포스터에 대학원생으로 표기된 것에 대해 "고등학생으로서 제1저자임을 밝히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아서 소속을 서울대학교 대학원으로 속인 것은 아니었을까?"라고 했다.

아울러 "만일 이 과정에 어떠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나경원 아들 김모씨는 세계의 학술계를 대상으로 세기적인 대범한 사기극을 벌인 셈"이라며 "여러 명이 함께 실험한 결과를 가지고 무슨 고교과학경연대회에 단독 저자로 나가 수상한 것은 이미 명백한 사기 행위"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아들이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 논란이 된 논문 표지. IEEE EMBC(전기전자기술자협회 의생체공학컨퍼런스) 홈페이지 캡처.


전날 일부 언론은 나 원내대표의 아들인 김씨가 2014년 미국 고교 재학 시절 서울대 의대 윤모 교수의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이듬해 미국의 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의공학 포스터(광전용적맥파와 심탄동도를 활용한 심박출량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고 보도했다. 포스터란 연구 내용을 요약한 인쇄물을 뜻한다.

이 포스터가 발표된 학술회의는 의생명공학 분야에서 권위를 갖춘 'IEEE EMBC(전기전자기술자협회 의생체공학컨퍼런스)'이며, 아들 김씨는 학술대회 이듬해인 2016년 미국의 명문대인 예일대학교 화학과에 진학했다.

윤 교수는 "학생이 미국 뉴햄프셔에서 개최되는 과학경진대회에 참여하고 싶은데, 이를 위한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평소 친분이 있던 나경원 의원으로부터 받았다"며 "학생은 여름방학 기간이던 2014년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저희 실험실에 출석해 연구를 수행했다.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생체신호를 측정하여 분석하는 비교적 간단한 실험연구였고, 실제 학생은 스스로 데이터 수집과 분석 등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아들 김씨의 소속이 포스터에 서울대 의공학과로 돼 있는 점에 대해서는 "저희의 착오다. 학술대회 공식 웹사이트에는 정확하게 입력돼 있지만, 포스터 심사용 1쪽짜리 자료를 제출할 때는 마감 시간에 쫓기다 보니 다른 학생과 동일하게 제작해 제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기억에 학습 능력이 매우 뛰어났고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도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었다"며 "본인 혼자 과학 경시대회에 참여해 발표 및 질의응답 과정을 거쳐 미국 학생들을 제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봐도 자신의 연구의 제1저자로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나경원 아들 논문 청탁 의혹' 등이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논란이 일자 "아이는 본인의 노력과 실력으로 대학을 갔음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의혹에 대한) 물타기로 이렇게 사용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관련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청탁 의혹에 대해 "아이가 미국에서 고교에 다니기 때문에 방학 동안 실험할 곳이 없어서 실험실을 사용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 알려주십사 부탁을 드린 적은 있다"며 "학술논문을 쓰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 지역 고등학교 과학 경시대회에 참여하는 데 실험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와 나 원내대표는 서울대학교 82학번 동기다.

10일 더불어민주당은 입장을 내고 "나경원 대표는 논문 참여 청탁여부, 연구에 대한 아들의 실제 기여도, 수상실적 등이 아들의 미 예일대 입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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